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지갑을 위로하는 차 다치아 산데로

물가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모든 게 가격이 올랐고, 연료 가격은 말할 것도 없죠. 연료비 상승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예견되었던 것이고, 거기에 자동차 자체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서민들은 이래저래 자동차 구매가 더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차나 소형차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 그 자리는 마진율 높다는 (상대적으로 비싼) SUV CUV 등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고급브랜드 양산브랜드 할 것 없이 이익을 많이 남기는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이런 상황에서 유럽인들, 특히 자동차 사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인 유럽인들에게 고마운 자동차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다치아입니다.

사진=다치아

개인적으로 블로그 등에서 몇 차례 그간 소개도 했습니다만 요즘처럼 지갑 열기 겁나는 상황에서 다치아의 존재는 더 빛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저렴한 차를 내놓기에 이런 얘기를 하는 건지 궁금하실 텐데요. B세그먼트의 소형 해치백 산데로의 경우 지난해 3세대 신형 출시가는 독일에서 8,490유로로 되어 있었습니다.

 

환율로만 따진다면 8,490유로가 1160만 원 정도이지만 환율이 아닌 물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체감 비교해본다면 1천만 원 미만의 가격이라고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은 기본가가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구할 수 있는 양산 모델로는 가장 저렴한 자동차라 할 수 있습니다.

산데로 / 사진=다치아

이런 경제성 때문에 독일에서만 2008년 출시된 이후 2021년까지 약 28만 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동 변속기에 가장 엔진이 작은 모델의 경우 출력이 67마력 수준이지만 비싼 차를 사기 어려운 이들에겐 이런 저렴한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현재 독일에서 판매 중인 기아 모닝이 작년 기준 67마력 엔진에 에어컨이 빠져 있는 모델이 1만 유로 조금 넘는 저렴한 가격에 팔린 적 있습니다만 현재는 독일 기준 기본가 13,500유로로 되어 있으니 산데로의 저렴한 가격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경차와 소형차의 가격임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산데로 실내 / 사진=다치아

일본 브랜드 중 유럽에서 저렴한 모델로 유명한 것은 미쓰비시의 스페이스 스타인데 에어컨과 라디오가 기본 사양에 빠져 있는 모델이 10,990유로로 라디오 등이 기본으로 포함된 산데로와 역시 가격 차이가 납니다. 또 르노 트윙고가 12,450유로, 피아트 판다가 12,990유로, 토요타의 아이고가 12,990유로 등의 가격인데 이것들은 모두 경차급입니다.  한 체급 위인 전장 4m 넘는 소형 산데로가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지 더 선명하게 비교되죠?

 

그 외에도 다치아의 소형 SUV 더스터가 12,700유로부터 판매 중인데 이 역시 소형 SUV 중에는 가장 저렴한 판매가라 할 수 있습니다. 패밀리 밴인 조거도 기본가가 15,600유로인데 이는 폴크스바겐의 소형 해치백 폴로의 가장 저렴한 모델보다 더 저렴한 수준입니다. 최근 내놓은 경형급 전기차 스프링 역시 2만 유로 수준인데 저렴하다는 전기차가 보통 3만 유로를 훌쩍 넘기는 것을 생각하면 전기차 역시 가격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형 SUV 더스터 역시 인기 모델이다 / 사진=다치아
다치아의 첫 전기차 스프링/ 사진=다치아

좋은 차, 옵션 풍부한 차, 브랜드 가치 높은 차 타고 싶은 마음이야 사람들 다 비슷할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차를 선택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다치아의 가격 정책은 분명 의미 있게 다가섭니다. 물론 다치아 가격도 조금씩 오르고 있고, 이런 점이 조금 우려되기도 하지만 다치아의 기본 철학(?)인 저렴한 서민용 자동차 만들기는 전기차 시대가 와도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까 합니다.

 

차 가격, 유지비 등이 갈수록 부담되는 상황에서, 점점 더 돈 되는 비싼 차, 큰 차 중심으로 시장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저렴한 자동차들이 계속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억 소리 나는 자동차들 얘기들 자주 하다 보니 다치아 모델들 가격이 새삼 더 반갑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