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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안녕하십니까

요즘 테슬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일들이 많습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면서 소송을 당하게 됐고, 독일과 중국에 있는 공장은 7월 초부터 2주간 문을 닫았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증산 작업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이지만 상하이 공장은 이미 코로나19로 봉쇄가 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주문량을 제때 맞추기 어렵게 됐고 독일 공장도 반도체 칩 부족을 포함한 공급망 문제, 배터리 셀 제작 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 내용입니다.

베를린 공장 전경 / 사진=테슬라


거기에 더해 독일 공장은 인력 보충이 의외로 쉽지 않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낮은 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독일 노동단체에 따르면 테슬라 독일 공장의 임금 수준이 독일 내에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20%나 낮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노조가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어떻게 해결할지도 궁금해집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의 한 지방법원이 테슬라를 고소한 모델X 차주에게 회사가 112,000유로(한화 약 1억 5천만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됐습니다. 슈피겔 단독 보도였는데요. 테슬라가 자랑하는 운전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이 그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모델X  / 사진=테슬라


기술보고서를 기반으로 법원이 이런 판결을 했다고 전한 슈피겔은 법원이 건설 현장이 있는 도로, 그러니까 원래 도로 형태에서 벗어나 장애물이 세워져 있거나 도로 폭이 좁아지는 상황을 오토파일럿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 결과는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안전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 관심을 끈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판결 후 모델X 차주와 테슬라 측 모두 항소를 결정했는데요. 테슬라가 항소를 한 것은 이해가 되는데 왜 차주는 항소한 걸까요? 돈으로 보상받기보다는 새 모델로 바꿔 달라는 것이 소송인의 요구사항입니다. 기사 내용만 봐서는 뭔가 좀 안 맞습니다. 법원은 오토파일럿 시스템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봤는데 차주는 새 차량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뭐, 일단 항소를 하기로 했으니 2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독일 언론들의 기사는 오토파일럿의 안정성 부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오토파일럿’의 안전성 관련 조사를 확대하기로 지난달 결정했고, 이것이 이번 소송을 다루는 언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플로리다의 한 주차장에서 모델 S가 주차돼 있던 트럭 뒤로 돌진, 탑승자가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가 오토파일럿과 관련이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을 못 했습니다만, 미국 정부가 나서 테슬라의 기술적 결함을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테슬라 입장에선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진=테슬라


지금까지 사망사고를 포함 테슬라 오토파일런 관련 2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죠. 오토파일럿 안전성을 테슬라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뿌리 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그 자신이 무엇보다 오토파일럿을 테슬라 브랜드 정체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회사 측은 오토파일럿 관련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있던 사무소를 폐쇄했고 이로 인해 229명의 직원이 해고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5년 넘게 오토파일럿의 완전자율주행 기능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인력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사표를 던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이런 해고와 퇴사 소식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론 머스크는 시장에 확실한 약속,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오토파일럿 기술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오토파일럿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것이며 안전성 문제로 조사받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모든 것을 책임지고 챙기겠다. 등의 메시지 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토파일럿기술은 테슬라 성패를 열쇠입니다. 논란에 시장이 더 집중하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