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르노가 자신들의 유산 ‘르노 5’ 50주년을 기념해 <르노 5 디아망(Diamant)>이라는 자동차를 공개했습니다. 디아망은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프랑스 단어인데 차가 정말 예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나온 양산, 콘셉트카 통틀어 디자인 완성도가 가장 높은 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디자인 작업을 주도한 것은 피에르 고날롱이라는 디자이너인데요. 건축 전문지가 꼽은 100인의 아티스트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공예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르노 팀과 피에르 고날롱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듯합니다.
르노 5는 소형 모델로 1972년 처음 출시됐습니다. 지금 르노를 대표하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르노 5의 심플한 디자인은 당시 디자인 유행, 흐름에 충실한 결과물이었죠. 뒷좌석이 접히기도 했고, 대시보드 또한 인간 공학적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은 프랑스 국민차였습니다.
1972년부터 1984년까지 5백만 대 이상이 세계 시장에서 팔렸고, 이후에도 차는 계속 생산되며 프랑스 소형 해치백이 유럽 시장에 단단히 자리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랠리카는 물론, 컨버터블 모델까지 나오는 등, 정말 다양하게 잘 활용되었습니다. 1996년까지 차가 출시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유럽 곳곳에서 도로 위를 달리는 ‘르노 5’를 볼 수 있습니다.
르노는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르노 5’를 되살리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작년에 ‘르노 5 콘셉트카’를 공개했죠. 전기차였고 2024년 배터리 전기차로 양산될 예정입니다. 스타일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르노 5’ 원형 그대로에 다양한 오브제를 적용한 심미적 모델을 내놓은 것입니다.
‘르노 5 디아망’은 아주 작은 곳까지 디자이너의 열정이 담겼고, 그래서 어디를 봐도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습니다. 해치 손잡이부터 사이드미러, 타이어 휠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이 다듬어졌습니다. 실내는 재활용 대리석으로 만든 운전대와 기어박스가 인상적이고 시트 소재와 디자인도 아름다운 차의 탄생에 일조했습니다. 특히 운전대는 카본 소재와 대리석을 적절하게 섞었다고 합니다. 르노 측에 따르면 대시보드에 적용된 직물 또한 말총을 활용한 것인데 장인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차가 멋졌던 것은 색상의 조화로움이었는데요. 고전적인 곳에서부터 현대적 공간, 어디와도 잘 어울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흠잡을 데 정말 하나 없을 만큼 모든 요소요소가 예쁘게 조화를 이뤘습니다. 자칫 많은 디자인 디테일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지만 이 차는 그런 것 없이 르노 5의 원형 위에 다지인이 절묘하게 결합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르노 5 디아망은 디지털로 그대로 재연(디지털 트윈)되어 NFT 시리로 9월에는 경매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물론 이 한 대밖에 없는 쇼카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영원히 르노가 가지고 있게 되겠죠. 앞으로는 이런 단종된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되살리는 (양산이 되었든 쇼카가 되었든) 시도가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클래식카 애호가들에겐 너무나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폴크스바겐은 비틀을, 또 랜드로버는 디펜더를 전기차로, 또 그 밖에도 수많은 전현직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왕 되살릴 거라면 원형 거의 훼손 없이 그 시절 그 감동 그대로,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디자인적 즐거움을 얹어 찾아와주면 좋겠습니다. 비록 양산될 모델은 아니지만 ‘르노 5 디아망’을 보면서 더 그런 바람을 갖게 됩니다. 차, 참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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