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였습니다. 제네시스 유럽법인(프랑크푸르트 소재)을 이끌던 도미니크 보쉬가 (언론 표현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나고 로렌스 해밀턴이 새롭게 팀을 이끌게 되었다는 짧은 보도가 나왔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유럽 론칭을 한 것이 2021년 5월 일입니다. 판매량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은 그보다 빠른 2월부터였죠. 대충 따져 보면 유럽 법인을 책임진 도미니크 보쉬가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약 2년 정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운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마케팅 능력이 있고, 시장 상황을 잘 아는 인물을 자리에 앉혔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2년 만에 떠난 것입니다.
후임 로렌스 해밀턴은 2004년 기아 영국 법인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일을 하며 한국 브랜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요타로 옮겨갔다가 2015년 다시 현대차로 돌아옵니다. 현대차그룹과의 인연이 16년이나 된다고 하네요. 역시 마케팅 관련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1년에는 제네시스 캐나다 법인을 이끌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전임자와 후임자 모두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그 얘기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전임자가 2년 만에 떠났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회사의 문책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본인이 도전을 위해 사표를 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제네시스 유럽 상황을 보면 도미니크 보쉬엔 해피엔딩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궁금해서 2022년 상반기 유럽 제네시스 판매량을 모델별로 살펴봤습니다. 2021년은 준비 기간이었다고 보죠. 몸을 풀고, 시장에 적응을 하는 시기였다고 보면, 2022년은 본격적으로 회사가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하는 해입니다.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 하는 해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판매량을 보면 갈 길이 멀어도 정말 멀구나 싶습니다.
유럽 2022년 상반기 제네시스 모델별 판매량 (출처=카세일즈베이스닷컴)
G80 : 116대
G70 : 224대
GV80 : 140대
GV70 : 250대
GV60 : 120대
이 판매량은 6개월 동안 유럽 전역에서 팔린 제네시스 수를 나타냅니다. 특정 국가에서만 나온 수치가 아니고요. 일단 예상한 대로 GV70의 판매량이 가장 많습니다. 반대로 브랜드 첫 테이프를 끊은 G80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G80 판매량은 그렇다면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어느 수준일까요?
해당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은 약 20여 대이고, G80의 판매량은 그중 16위에 해당합니다. 바로 아래가 닷지 차저(67대)였습니다. 참고로 해당 세그먼트는 5시리즈와 E-클래스, 그리고 A6 등이 2만 대 이상 같은 기간 팔려나갔고, 4위 포르쉐 타이칸이 8,991대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G70은 중형 세그먼트에 속하며 28개 모델들이 경쟁 중이고 거기서 24위였습니다. G70 바로 위에 있는 모델이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259대)였는데, 수소차보다 덜 팔렸다고 생각하니 G70 역시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전기차인 GV60은 2월부터 집계되었고, 판매 첫해이니만큼 성패를 논하기는 이릅니다. 전기차 자체가 계속 시장을 넓혀가고 있으니 내년 판매량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네시스 모델들 중 유럽 시장에서 가장 가능성 있어 보이는 건 GV60입니다.
모델별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850대였습니다. 기대 이하죠? 이처럼 판매량이 비참(?)한 이유는 뭘까요? 역시 브랜드가 거의 안 알려졌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겁니다. 차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제네시스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벽입니다. 현지 법인을 마케팅 경험이 많은 이들이 이끄는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인데 벌써 수장이 손을 털고 나갔다니…걱정스럽네요.
두 번째는 전통적인 강자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볼보와 재규어 등이 굳건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더 엄밀하게는 독일 3사라고 봐야겠죠. 이런 터줏대감들과 신생 브랜드가 경쟁을 편다? 시장의 보수적인 성향, 헤리티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의 특성상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또 독일 전문지의 비교테스트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듯, 주행성능이나 안락함 등에서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좋은 스타일에 넓은 공간, 풍부한 기본 사양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으로 무장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유럽 소비자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선 제 나름대로 몇 차례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무난한 전략으로는 유럽에서 제네시스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긴, 아주 긴~ 호흡으로 판매량 개의치 않고 브랜드 알리기에 전념하면서 버티기를 한다면 모를까요.
전기차로 분위기가 확 쏠린 이 상황에서 엔진을 품고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가 유럽에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기차 쪽으로 빠르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그나마 시행착오를 덜 하며 유럽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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