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자동차 매체 모터1 독일판에 흥미로운, 하지만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기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폴크스바겐이 소형 SUV를 일찍 내놓을 수 있었는데 계획이 무산되고, 당시 준비되었던 디자인이 한국 기아차에 적용되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2007년 독일 베를린에 있는 ‘폴크스바겐 디자인 센터 포츠담’에 새로운 형태의 콘셉트카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로비로 추정되는 공간에 세워진 이 콘셉트카는 박스카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요. 측면과 뒷면이 특히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익숙해할 만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티아고 모레노라는 기자는 전 폴크스바겐 디자이너인 루이즈 베이가가 소형 해치백 폭스를 기반으로 SUV 디자인을 디자인했고, 막 출시된 티구안보다 작은, 하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른 실용적 SUV를 선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루이즈 베이가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와 남미 시장에서 특히 이 콘셉트가 아주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회사(폴크스바겐)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 아이디어는 기아에 착륙해(landete) 쏘울 개발로 이어졌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루이즈 베이가 디자이너가 근거를 가지고 증언을 한 것인지, 아니면 기자가 추측을 해서 쓴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아가 밝힌 내용과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쏘울의 콘셉트카는 이미 2006년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루이즈 베이가 디자이너의 콘셉트카가 공개된 것이 2007년이니까 오히려 쏘울 콘셉트카가 먼저 작업이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쏘울 첫 디자인은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기아 디자인 스튜디오에 합류한 마이크 토페이라는 디자이너가 한국 멧돼지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거기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모터1 기사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죠?
오히려 기사에 함께 언급된 폴크스바겐 자매 브랜드 스코다가 내놓은 예티와 많이 닮아 보입니다. 예티는 스코다가 유럽에서 실용주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데 아주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모델입니다. 스코다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판매량도 엄청나 유럽에서 히트 모델로 출시되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던 자동차죠.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이왕 쓰려면 좀 더 정확하게, 근거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독자가 있는 책임 있는 매체라면 더욱더 그래야겠죠. 그나저나 기아 쏘울은 처음 등장 때부터 뭔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한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스타일 자체가 그런데요. 하이루프 디자인은 (배터리팩 때문에) 바닥이 올라오는 전기차와 잘 맞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쏘울 디자인이 더는 괴랄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과감하게 초기 모습으로 돌아가 전략적으로 밀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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