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시작과 함께 제네시스 스튜디오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뮌헨에 이어 독일 내 두 번째 스튜디오인데요. 저는 가끔 찾는 식당에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고급스러운 주거용 건물 1층에 마련된, 약 300제곱미터 규모의 스튜디오인데 건물과 제네시스 스튜디오가 잘 매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규모를 봐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네시스 독일 총괄 델프 슈미트 씨도 한 자동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도시 중심부에 이렇게 오픈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유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바로 옆 블록에 비해 덜 노출될 거 같아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2020년 유럽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대차그룹 유럽 본진이라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에 제대로 제네시스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이런 투자와 노력이 제네시스의 유럽 내 인지도를 올리고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점입니다.
독일은 아시다시피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포르쉐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향입니다. 유럽에서 이 독일산 자동차의 지배력은 엄청난 수준이죠. 볼보가 일부 모델이 선전을 펼치는 등 뒤에서 쫓고는 있지만 사업 전체 규모나 인지도 등에서 적어도 유럽에서는 독일 브랜드를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규어와 같은 오래된 영국산 브랜드는 유럽만 놓고 볼 때 경쟁이 안 되는 수준이고 북미 등에서 선전하는 일본산 고급 자동차 브랜드도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고급 브랜드의 유럽 실적은 처참함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단기간에 유럽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긴 호흡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 제네시스 스튜디오가 기적처럼(?) 유럽 성공 상징적 공간이 되어줄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철수를 하며 실패의 또 다른 공간으로 독일인들 기억에 남게 될지 궁금합니다.
정말 제네시스가 힘든 싸움을 펼쳐야 하는데 그나마 가능성은 GV60과 같은 전기차로 승부를 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독특한 디자인과 화려한 첨단 장치들로 무장한다면 출발이 비슷한 전기차 시장에서는 비교적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네시스 내연기관 모델은 유럽에서 더는 미련을 두지 않았으면 싶고, 빨리 브랜드의 색깔과 방향성을 바꿔보길 바랍니다. 그간 미운 점도 있고 아쉬운 마음도 가끔 느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한국산 자동차가 실패해 고꾸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새롭게 문을 연 '제네시스 스튜디오 프랑크푸르트' 잘 좀 버텨보라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2022년 함께 해주셔서 고마웠다는 말씀드립니다.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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