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에 람보르기니까지' 1963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자동차 회사가 내놓은 많은 자동차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게 될 텐데요. 그런데 제조사 입장에선 신차 경쟁 못지않게 브랜드를 대표하는 역사적 자동차를 기념하는 것 또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입니다. 잘 계승된 전통을 잘 알리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고 전통적 지지층의 응원을 더 굳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1963년과 관련이 있는 대표적 모델, 제조사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911의 탄생

사진=포르쉐

 

많은 모델이 2023년이 특별한 기념의 해가 되는데 그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차 좋아하는 이들의 드림카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쉐 911이 아닐까 합니다. 포르쉐는 356이라는 모델로 출발했습니다.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시작점이었죠. 하지만 356은 포르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모델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196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전시된 901 모습 / 사진=포르쉐

 

매일 즐겁게, 오래도록 탈 수 있는 고성능의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었던 포르쉐는 1963년 356의 뒤를 잇는 901이라는 모델을 내놓습니다. 원조 911(Ur 911)로 불리는 1세대가 이때 출발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901로 모터쇼에서 공개된 911 1세대는 가운데 숫자 0이 들어간 세 자리 숫자 차명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던 푸조와의 법적 다툼을 피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901은 911이 되었습니다.

 

이후 스포츠카에 대해 잘 몰라도 911은 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911은 성공했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카 모델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포르쉐 최고의 자동차로 그 지위와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가 911 출시 60주년이 되기 때문에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포르쉐 박사의 아들 페리 포르쉐(사진 좌)와 911을 디자인한 페리의 아들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의 모습 / 사진=포르쉐

 

P1800의 도약

볼보의 첫 번째 스포츠카는 1950년대에 만들어진 P1900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간 67대만 만들어질 정도로 판매량이 형편없었습니다. 그러니 거의 그 존재 자체를 모를 수밖에요. 그래서 이를 갈고(?) 만든 게 P1800이었습니다. 펠레 페터슨이라는 스웨덴 디자이너가 스타일을 잡은 이 차는 볼보를 크게 알렸습니다.

P1800 S / 사진=볼보

 

그런데 자동차 역사를 잘 아는 분이라면 1961년에 첫 출시된 이 차를 왜 1963년과 연관 짓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P1800은 처음 제작되었을 당시 영국에서 최종 조립이 됐습니다. 젠슨 모터스라는 곳이었죠. 그런데 조립 품질이 안 좋았습니다. 도색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P1800 ES / 사진=볼보

 

도저히 맡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볼보는 스웨덴 볼보 공장에서 조립하기로 합니다. 또 장소만 바꾼 것이 아니라 P1800 뒤에 S를 붙여 P1800 S라는 이름으로 출력까지 높여 새롭게 내놓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 볼보 P1800은 바로 이 P1800 S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죠. 경영진의 빠른 결정이 죽을 쑬뻔한 P1800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꿨다고 하겠습니다. 이 P1800 S 출시는 1963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3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볼보의 콘셉트카가 선을 보였다. '볼보 쿠페 콘셉트'는 P1800의 디자인을 계승했고, 요즘 나오는 볼보 디자인은 이 콘셉트카로부터 시작됐다 / 사진=볼보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이 차는 아이브 고든이라는 미국인에 인해 더 잘 알려졌습니다. 이분이 P1800S 한 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 차를 샀을 때가 1966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사망할 때까지 계속 이 차를 타고 다녔죠. 정말 오래 탔습니다. 그렇게 50년이 넘게 탄 주행거리는 약 520만km. 내구성을 홍보하는 데 이 고객만큼 고마운 이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볼보도 아이브 고든 씨와 그의 자동차를 알리는데 꽤나 힘을 썼습니다.

2003년 자신의 P1800 S와 함께 있는 아이브 고든 씨 / 사진=볼보

 

람보르기니가 간다

이번엔 람보르기니입니다. 페라리가 지배하던 이탈리아 스포츠카 시장을 양분한 람보르기니는 1963년 출발했습니다. 너무 잘 아시는 일화죠? 페라리 모델 오너이기도 했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엔초 페라리 앞에서 페라리 모델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냈다가 무시를 당합니다. 그리고 그 화를 품고 그는 결국 페라리를 뛰어넘는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며 람보르기니라는 자동차 회사를 세우게 되죠.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 사진=람보르기니

 

페라리에 있던 엔진 엔지니어 등, 최고 인재들을 불러온 그는 페라리의 아성을 넘어서겠다는 도전을 이어가고, 지금까지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스포츠카 브랜드의 양대 산맥처럼 군림하고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는 성능뿐만 아니라 스타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최고의 스포츠카 디자인이라 평가받는 쿤타치나 미우라 디아블로 등을 박물관에서 직접 보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을 하게 됩니다.

미우라 / 사진=람보르기니

 

비교적 초기부터 시작된 람보르기니만의 독특한 디자인은 특히 젊은 층에 어필을 했는데요. 요즘 MZ 세대에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가장 많이 듣는 이름이 람보르기니가 아닐까 합니다. 이처럼 미래 세대의 마음을 흔든 람보르기니는 짧은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쌓아왔고 쌓아가고 있습니다.

 

콜벳 2세대 스팅레이

이 밖에도 초호화 리무진 메르세데스 600과 기블리 전신이었던 마세라티의 미스트랄도 모두 1963년에 세상에 나온,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또 있죠. 1세대는 아니지만 쉐보레가 만든 콜벳 2세대 모델 스팅레이 역시 1963년 (정확하게는 1962년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간) 소개됐습니다.

2세대 콜벳 C2 '스팅레이' / 사진=쉐보레

 

2세대는 1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등장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팝업 헤드램프, 둘로 나뉜 뒷유리창(스플릿 윈도우) 등은 콜벳 스팅레이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까지 클래식카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습니다.

스팅레이 탄생의 기초가 된 1959년 콜벳 콘셉트카 / 사진=쉐보레

 

이처럼 1963년은 자동차 역사에 있어 의미 있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서구 역사에 큰 의미가 있는 해이기도 했죠. 비틀즈가 첫 앨범을 냈고, 밥 딜런이 데뷔 이듬해인 63년부터 히트곡을 내며 본격적으로 팝의 역사를 써 내려간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동차 미니에서 힌트를 얻은 메리 퀀트의 '미니스커트' 유행의 시작도 이때였습니다.

 

그래서 유럽 등에서는 1963년을 젊은 문화가 본격적으로 이전의 어른들의 문화를 뒤엎은 원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당시 등장한 수많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고 일상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죠. 자, 60년 전의 세상이 그랬듯 60년 후의 2023년은 또 어떤 자동차가, 어떤 새로운 문화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2023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