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가 유럽에 상륙했을 때 여러 언론이 전기차의 애플이라며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예고한 대로 뜨거운 바람을 일으켰죠. 모델 3 이전에도 여러 전기차가 있었지만 대중화의 기폭제가 된 것은 모델 3였습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쇼크를 받은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였을 만큼 모델 3의 유럽 열풍은 대단했습니다.
모델 S가 유럽 신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면서 테슬라는 자칫 반짝인기에 머물 수 있었지만 모델 3는 그런 우려를 날려버렸고, 테슬라는 거침없이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모델 3는 유럽에서 인기 전기차의 하나이지만 요즘 유럽 시장을 달구는 테슬라의 간판은 모델 Y입니다.
JATO 다이내믹스가 발표한 지난 8월 유럽 전기차 판매 순위를 보면 모델 Y는 총 6,935대가 팔려 2위인 폴크스바겐 ID.4(5,583대)를 따돌리며 그달에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됐습니다. 그런데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만 한정해서 보면 모델 Y의 선전은 더 도드라집니다.
쟁쟁한 자동차 브랜드가 있고, 폴크스바겐 ID. 시리즈가 버티고 있는 독일이지만 모델 Y의 질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는데요. 어느 정도였는지 자료를 하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연방자동차청(KBA)이 지난 1월부터 9월, 그러니까 2022년 3분기까지 독일에서 팔린 전기차 순위를 공개했습니다.
독일 2022년 1~3분기 전기차 판매 TOP 5
1위 : 테슬라 모델 Y (22,555대)
2위 : 피아트 500e (16,856대)
3위 : 테슬라 모델 3 (15,901대)
4위 : VW ID.4 / ID.5 (12,670대)
5위 : 현대 코나 EV (10,922대)
모델 Y가 꾸준히 독일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던 피아트 500e를 따돌리고 비교적 큰 차이로 1위에 올랐습니다. 9월 한 달에만 무려 1만 대 가까이 팔렸는데요. 이는 전기차 내연기관차 통틀어 독일 9월 월간 판매량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골프를 2천 대 이상 차이로 따돌린 것이어서 사람들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델 3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3% 이상이나 줄었기 때문에 테슬라 입장에서는 모델 Y의 성장이 너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기대대로 모델 Y가 해준 겁니다. 이처럼 모델 S의 뒤를 이어 모델 3가, 그리고 다시 모델 3의 뒤를 이어 모델 Y가 성공을 이어가며 테슬라는 자신들이 쥐고 있는 전기차 주도권이 여전히 단단하다는 것을 시장에 확인시켜줬습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에 추월을 허용하고 밀려날 것이란 예상들이 하찮게 되어 버린 것이죠.
사실 모델 Y가 이룬 결과가 더 인상적인 것은 유럽 시장에서 1월과 4월에는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7월의 경우도 아주 적은 수만 판매되는 등, 9개월 중 3개월이 개점휴업 상황이었음에도 빠르게 1위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물론 반도체 부족 문제 등에 대다수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걸 어느 정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유럽 시장에서 월간 최대 2만 대에 육박하는 판매를 기록하는 등, 생산과 판매만 만약 안정적이었다면 모델 Y의 판매 대수는 지금 소개하는 수준을 훨씬 크게 뛰어넘었을 겁니다.
독일에 세워진 테슬라 공장에서 만들어 유럽 전역에 판매 중인 모델 Y는 SUV에 대한 여전한 운전자들의 호감, 그리고 식지 않는 전기차 열풍, 여기에 테슬라라는 브랜드 경쟁력, 그리고 독일 생산이라는 신뢰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계속해서 높은 수요가 있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요즘 유럽 자동차 시장은 세 가지 변화가 눈에 띕니다. 우선 골프가 지배력이 크게 줄면서 그 자리를 T-Roc이 대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오늘 소개한 모델 Y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중국산 전기차들이 유럽 시장에서 계속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 등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테슬라 모델 Y가 내년에도 치열한 전기차 경쟁에서 새 강자로 흔들림 없이 자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크호스의 등장에 휘청이게 되는 건 아닐까요? 과연 그런 다크호스 등장은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2023년 유럽 전기차 시장이 벌써 흥미를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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