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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푸로산게부터 911 다카르까지' 낯설고 어색한 신차들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로 먹고산다고 하죠. 그래서 해가 바뀌면 우린 늘 올해는 또 어떤 차가 우리 곁으로 찾아올까?’하고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차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쓴맛을 보는 자동차도 있고 적당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차도 있으며, 흔한 표현으로 대박이 나 스타처럼 시장에서 군림하게 되는 차도 있습니다.

 

2023년 봄에도 여지없이 새로운 자동차가 시장에 나옵니다. 페라리, 포르쉐 등, 팬의 마음을 흔드는 그런 브랜드가 내놓는 신차라고 한다면 그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모델은 뭔가 느낌이 다릅니다. 조금 낯설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

 

순수의 이름으로 ‘푸로산게’ 너 정체가 뭐니?

푸로산게 / 사진=페라리

 

페라리가 SUV를 내놓는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관심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린 스포츠카 브랜드다. 그러니 스포츠카 아닌 다른 차를 기대하지 말아라.’ 페라리는 기회 될 때마다 이런 얘길 했죠. 하지만 흐름을 거역하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몇 년 전부터 페라리 표 SUV가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페라리가 만드는 SUV는 어떨지 솔직히 기대하지 않을 순 없는 일이었죠. 순종, 순혈 등의 뜻을 담고 있다는 푸로산게는 그런 관심 속에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단단하고 거~~~~대한 팬층이 있는 브랜드 모델답게 예약이 쇄도했습니다. 페라리 특유의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간, 처음으로 만든 4도어의 4인승 모델이라는 것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차는 아무리 봐도 SUV 느낌이 안 납니다. 제 기억으로도 페라리는 푸로산게를 SUV라고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지상고는 기존 페라리 모델들보다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SUV들처럼 공간 활용이 된, 실용성이 강조된 것은 아닙니다. 스타일도 후면은 약간 밋밋한 느낌이고 전면부는 조금은 어수선해 보입니다.

사진=페라리

 

바디에 붙어 있는 페라리 엠블럼, 그리고 멋지게 디자인된 휠 정도가 아니었다면 더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박했을 겁니다. 하지만 실물을 영접(?)하게 된다면 이 인상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습니다. 그냥 페라리라는 이름 자체로 용서할 분들도 많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 차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크로스오버형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페라리라는 브랜드를 생각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모호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이 더 낯가리게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스포츠카도 아닌, 그렇다고 익숙한 기존의 SUV의 범주에도 담기 어려운 크로스오버 모델로 과연 페라리의 변화적 미래를 가늠할 수 있을까요? 전체적으로 모호하고 아쉽다라는 것이 푸로산게를 보는 저의 결론이 아닌가 합니다.

 

‘팬들이 정말 이 차를 원했을까?’ 911 다카르

911 다카르 / 사진=포르쉐

 

포르쉐 역시 페라리만큼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죠. 생존을 걱정할 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돈을 긁어모으는 양산형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로 지위는 확고합니다. 그런데 포르쉐가 내놓는 차는 무엇이 되었든 열광하는 독일에서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911 다카르입니다.

 

실제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그래서 랠리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2도어 스포츠카 브랜드가 다카르 랠리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역사를 기념하고자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굳이 판매를 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견인고리가 달려 있고, 인테이크 파손을 막기 위한 프로텍터가 달려 있습니다.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장착되었죠.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모든 요소가 반영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트랙에서나 어울릴 만한 스포일러도 달려 있습니다. 뭔가 조합이 조금 낯설고 어색합니다. 짐을 싣기도 제한적이고, 사람을 많이 태울 수도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오너가 이 차로 오프로드를 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온로드용으로만 쓰기에도 이상하죠.

사진=포르쉐

 

다행인 것은 포르쉐가 이 차를 2,500대만 판매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판매량을 제한했다는 것은 모호함보다는 역사적 랠리카의 재현이라는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걸로 해석됩니다. 그럴 거라며 차라리 84년 당시 우승카 모습 그대로 되살렸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사랑스러운 스마트의 시대는 갔다’ 스마트 #1

스마트 #1 / 사진=스마트

 

제게 스마트는 귀여운 2인승 자동차로 각인돼 있습니다.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주차 문제없고, 복잡한 도시를 여유롭게 달리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스마트가 포포를 통해 덩치를 키웠을 때도 아쉽긴 했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있나 하며 나름 편을 들기도 했습니다.

 

전기차로의 변신도 이런 생존전략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이해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1을 보고는 애정을 더는 갖기 어렵게 됐습니다. 5인승이라는 것부터 스마트가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도심형 마이크로 자동차 콘셉트를 완전히 버린 것이었고, 스타일 또한 이전 스마트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어색하고 엉뚱하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포투 / 사진=스마트

 

중국으로 스마트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그 스마트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피아트와 미니가 어떻게 유산을 이어가며 시장에서 생존하고 있는지, 왜 스마트는 이를 학습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