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국민 해치백 골프가 유럽에서 수십 년 만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지난해의 일입니다. 관련한 글을 여러 차례 쓴 바 있죠. 그와 함께 테슬라 모델 Y가 독일에서 굉장한 선전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곁들였었는데요. 이런 흐름이 2023년에도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2월 독일의 신차 판매량 결과를 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예상할 수 있었던 대로 폴크스바겐 골프가 7665대를 팔아 1위를 차지했는데 2위에 6442대가 팔린 테슬라 모델 Y가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티구안과 T-Roc 등을 따돌리고 월간 판매량에서 전기차로는 처음으로, 그리고 폴크스바겐이 아닌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모델 Y가 TOP 3 안에 든 것인데요. 골프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과 대비돼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2월 신차 판매량 TOP 10 (자료=독일 연방자동차청)
1위 : 폴크스바겐 골프 (7655대)
2위 : 테슬라 모델 Y (6442대)
3위 : 폴크스바겐 T-Roc (5462대)
4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4640대)
5위 : 스코다 옥타비아 (4631대)
6위 : 오펠 코르사 (3191대)
7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3176대)
8위 : 아우디 A4 (3168대)
9위 : 메르세데스 GLC (3102대)
10위 : 미니 (2976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베를린 인근에 공장을 세운 테슬라는 이곳에서 모델 Y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략에 시장이 응하기라도 하듯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모델 Y는 빠르게 팔려나갔습니다. 모델 3는 모델 Y에 브랜드 판매 1위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모델 Y의 뜨거운 인기에 테슬라는 월간 브랜드 판매량 순위에서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2월 독일 내 신차 브랜드별 판매량 TOP 10
1위 : 폴크스바겐 (39,519대)
2위 : 메르세데스 (21,681대)
3위 : 아우디 (18,277대)
4위 : BMW (14,885대)
5위 : 스코다 (13,745대)
6위 : 오펠 (9637대)
7위 : 포드 (8933대)
8위 : 세아트 (8111대)
9위 : 테슬라 (7111대)
10위 : 현대차 (6970대)
그렇다면 1월과 2월 두 달 판매량을 합쳤을 때는 어땠을까요? 모델 Y는 1월과 2월 독일에서 총 10,150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이는 3위였던 폴크스바겐 T-Roc보다 고작 120대 적게 팔린 결과였습니다. 순위로는 골프와 티구안, 그리고 티록에 이은 4위에 해당합니다. 2위 경쟁이 1년 내내 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델 Y의 독일 내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테슬라의 브랜드 전체 판매량은 1월에 4천 2백 대 수준으로 별것(?) 없었지만 2월에 모델 Y가 견인해준 덕에 11,852대로 1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일에서 모델 Y는 모델 3에 비해 거의 6배 이상 더 팔렸습니다. 왜 이처럼 독일에서 모델 Y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걸까요?
일단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직접 경쟁 상대인 폴크스바겐 전기차 ID. 시리즈가 생각만큼 시장에서 경쟁을 해주지 못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델 Y에 이어 독일에서는 ID.4, ID.5, 그리고 ID.3 등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판매량 차이가 세 모델을 다 합쳐도 모델 Y 하나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또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도 테슬라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전기차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테슬라와의 경쟁은 쉽지 않습니다.
또 앞서 독일에 테슬라가 공장을 세우고 여기서 모델 Y를 생산한다는 것도 독일에서는 모델 Y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어쨌든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목에 힘을 주던 독일의 자동차 시장도 이렇게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모델 Y의 바람이 독일에서 1년 내내 불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해지는데요. 어쨌든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독일에서 모델 Y의 바람은 열풍이라 표현해도 무리는 아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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