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BMW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 신형이 공개됐습니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은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에 순수 전기 버전인 i7도 함께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죠. 올해 하반기에 i7이 먼저 출시될 것으로 보이고 엔진 모델은 내년으로 넘어간다는 독일 매체들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공개된 이후 독일에서 디자인과 관련한 얘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익스테리어, 그중에서도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논란인데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과연 이게 정말 보기 좋으냐, 이런 디자인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평가는 갈리는 분위기인데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BMW의 전략적 노림수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BMW 수석 디자이너인 도마고 듀케는 한 해외 자동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2/3는 우아하고 조화로운 미학의 디자인을 원하고 1/3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스타일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얘기는 다수가 바라는 대로 3시리즈나 5시리즈와 같은 볼륨 모델 등은 디자인 변화를 크게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4시리즈나 7시리즈(iX와 X7 등을 포함)는 바로 33%의 고객의 요구에 맞췄다고 했습니다. 그룹 디자인 정책을 총괄하는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 사장도 이런 도마고 듀케의 발언을 뒷받침했습니다. 좋은 디자인이 꼭 극단적일 필요는 없지만 아름다움의 개념은 극단적일 수 있다며, 최근 디자인 변화는 33%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임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그러며 언급한 게 X6 모델이었는데요. 처음에 X6가 등장했을 때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X6는 성공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좋아하거나 아니면 싫어하거나, 중간이 없는 호불호가 명확한 모델이라는 얘기입니다. 신형 7시리즈 역시 이런 전략에 맞춰 디자인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가장 기술적으로 많은 시도를 하는 최고급 모델인데 급진적이고 극단적 성향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요? 고급 세단 시장의 왕좌엔 S-클래스가 있습니다. 이 모델을 왕좌에서 끌어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때문에 결국 S-클래스와의 정면 승부보다는 다른 길을 가면서 다른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점잖고 우아한 플래그십 세단이 아닌, 파격적이고 남과는 다른 그런 첨단의 이미지를 찾는 고객을 위한 고급 세단 같은 것 말입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가 언급한 X6처럼 파생 시장은 충분히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경쟁이 아닌 이윤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키드니 그릴이 거대한 4시리즈가 등장했을 때 얼마나 많은 비난과 비판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iX로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고, X7과 이번 7시리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뉴스는 '논란이 있는 디자인'이라고 했고, 아우토빌트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으로 '낯설고 이목을 끄는' 디자인이라고 했습니다.
또 슈피겔과 같은 시사주간지는 '뚱뚱한 실수'라는 제목으로 거대해진 7시리즈의 덩치와 이미지 등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BMW는 앞서 소개한 관계자들의 발언처럼 이런 디자인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왜 이렇게 차가운 반응에도 꿈쩍하지 않는 걸까요?
이윤이 나기 때문입니다. X6는 당시 비판 분위기만 보면 망해도 벌써 망했을 모델입니다. 이번에 그릴을 키운 4시리즈도, 그리고 전기 SUV iX도 그래야 하지만 시장 반응은 그와 달랐다는 게 BMW의 주장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2021년 코로나와 반도체 칩 부족으로 어려운 가운데 BMW는 오히려 메르세데스를 판매량에서 추월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독일 시사지 포커스 역시 4시리즈의 글로벌 성공이 7시리즈와 X7 등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가 옳은 전략임을 증명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비판 앞에서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X6처럼 7시리즈와 X7(부분변경)은 비판 여론을 뒤로하고 성공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X7이나 7시리즈가 X6처럼 과연 파생 영역에서 승부를 보는 그런 모델인지 의문은 들지만 어쨌든 언론과 BMW 측은 판매량을 통해 성공한 디자인인지 아닌지를 평가할 것입니다. 만약 논란 속에서도 7시리즈와 X7이 이전 모델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면 BMW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번엔 비판 여론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될 것입니다.
판매량이 디자인 성패의 모든 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잘만 팔려준다면 반론은 큰 의미는 없게 될 겁니다. 그럼에도 '잘 팔린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한 어느 독일 네티즌의 이야기도 저는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거대해진 덩치와 파격적인 이미지, 그리고 새로운 구성 (엔진 모델과 전기 모델을 동일한 디자인으로 가는 것) 등으로 연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7시리즈는 화제성에서만큼은 기대 이상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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