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럽에서 판매 중인 콤팩트 SUV들에 대한 소개 기사를 보다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뭐 대단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지난해 출시한 기아의 신형 스포티지 이미지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만든 모델들의 그것도 참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포티지의 디자인 자체는 독특해서 경쟁이 치열한 콤팩트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독특함이 유럽 차들보다는 일본 차들의 과함(?)에 좀 더 수렴(收斂 : 계통이 다른 생물이 점점 서로 닮은 형질을 나타내며 진화하는 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사진으로 정면 모습을 한번 비교해 보도록 하죠.
좌측 상단에서부터 순서대로 아우디 Q3, 재규어 E-페이스, 오펠 그랜드랜드, 메르세데스 GLA, 푸조 3008, 그리고 미국 브랜드인 캐딜락 XT4 등의 프런트 디자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 디자인은 어떨까요? 이번엔 일본 콤팩트 SUV와 기아 스포티지를 한데 묶어 봤습니다.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요타 라브4, 스바루 포레스터, 미쓰비시 이클립스 크로스이고 마지막이 기아 스포티지입니다. 디자인은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그래도 어떤 성향, 디자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확실히 (전기차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 차의 디자인이 다른 유럽산 브랜드들보다 더 강하고, 더 유니크한 쪽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스포티지 디자인이 위에 비교된 일본 모델들과 비교하면 더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기아의 이런 디자인 변화는 스포티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시겠지만 유럽 전용 준중형 모델인 씨드의 변화에서도 스포티지에서 느낀 '강한 인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좌측이 신형 씨드이고 우측 파란색 모델이 이전 디자인의 씨드입니다. 다소 순했다고 생각을 했는지 이번에는 확실하게 호랑이코 그릴과 하단 공기 흡입구 쪽에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다만 이 새로운 디자인이 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복잡하고 어수선한 느낌? 과해서 금방 질릴 것만 같은 그런 익스테리어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델 간 디자인의 통일성도 많이 옅어진 느낌입니다.
물론 이런 저의 평가는 디자인 철학과 디자인의 과정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유럽에 살며 유럽 자동차 문화에 어느 정도 동화된 사람의 취향일 뿐이라는 점을 참고해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쨌든 '강한 인상'이라는 디자인 방향성은 일본 차에서 특징적으로, 몇 년 전부터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제 기아도 합류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현대차의 경우 전위적인 점이 강조된 퓨처리즘에 가깝다면 기아는 그와 차별을 꾀하면서 동시에 역동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연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각각의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 그 부분도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이 보기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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