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족 눈에도 아반트 콘셉트보단 A6 e-트론 콘셉트가 낫다

지난 17일이었습니다. 아우디가 연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A6 아반트 e-트론 콘셉트카를 공개했습니다. 2024년 정식 출시될 왜건형 전기 세단의 맛보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독일에서는 관련 기사를 많은 이들이 읽으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왜건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겠지만 아우디 인기 모델인 A6의 미래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A6 아반트 e-트론 콘셉트 / 사진=아우디 

 

A6 아반트 e-트론은 고급 후륜 세단 모델들이 그렇듯 역시 후륜과 사륜구동 방식 모두 적용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전장 4960mm에 공기저항계수 0.24cd, 476마력, 최대토크는 800Nm 수준입니다. 차고 넘치죠? 거기다가 완충 후 최대 (유럽 기준) 70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실제 가능 거리가 알려진 것만큼 안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수준만 나와준다면 전기차에 대한 장거리 주행의 심적 불안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듯합니다.

A6 아반트 e-트론 콘셉트 / 사진=아우디 

 

그런데 공개된 아반트 콘셉트카 이전인  2021년 4월, 아우디는 상하이모터쇼에서 A6 e-트론 콘셉트카를 공개했습니다. 기본 세단형이 먼저 공개된 것인데요. 전장이나 출력,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 등에서 이번에 공개된 아반트(왜건)와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공개저항계수(0.22cd)가 조금 더 적다는 거, 그리고 반대로 트렁크 용량은 아반트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점 정도입니다.

A6 e-트론 콘셉트 / 사진=아우디 

 

그리고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스타일에서 느껴지는 차이였습니다. 독특한 OLED 리어램프와 전면부 디자인의 경우 두 모델이 같습니다만 아반트 콘셉트 뒷모습에는 RS6 아반트 특징이 반영됐습니다. 사실 아우디 하면 왜건 디자인 잘 하기로 소문난 브랜드죠.

 

RS6 아반트는 출시 당시 북미나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환호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RS6 느낌을 부여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왜건파인 제 눈에 이번 두 개의 콘셉트카 중 더 매력있게 느껴지는 건 아반트가 아닌 기본 세단형이었습니다. 

A6 e-트론 콘셉트 / 사진=아우디 

 

사실 유럽에서 기본 세단형 A6는 왜건 모델인 아반트와 판매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반트 인기가 그만큼 높기 때문인데요. 저 역시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왜건의 실용성과 함께 스타일까지도 더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더군요. 사실 요즘 독일의 왜건에 대한 반응은 예전만 못합니다. 이번 A6 아반트 e-트론 콘셉트카 관련 기사만 봐도 그런 변한 독일 분위기가 읽힙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관련 기사에 교묘(?)하게 설문 하나를 넣었습니다. 고급 자동차 시장을 이끌던 왜건에 미래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 겁니다. 현재까지 8천 5백 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왜건이 실용적이고 세련되었다라고 답한 비율은 32%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SUV에 인기를 빼앗긴 지 꽤 되었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38%로 더 많았습니다. 나머지 30%는 답을 유보했는데 이런 태도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이야 SUV와 경쟁이 되겠지만 계속해서 왜건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제는 장담하기 어려워진 게 아닌가 합니다.

A6 e-트론 콘셉트 / 사진=아우디 

 

A6 아반트 e-트론 콘셉트카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양산되었을 때 과거의 왜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지, 또 이런 관심이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증명될지는 이제 자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심지어 왜건파인 저와 같은 이의 눈에도 기본형 콘셉트카가 주는 매력이 더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내년쯤으로 계획된 A6 e-트론 양산 모델 출시, 만약 이게 콘셉트카와 큰 차이 없이 나온다면 전기차에 좀처럼 마음을 주지 못하는 저와 같은 사람, 왜건파에 속한 저와 같은 사람 마음 흔들기는 충분히 성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