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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르쉐 911 전기차 등장?' 열쇠는 전고체 배터리

독일 스포츠카의 상징 포르쉐는 자신들의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으로 성공을 맛봤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그리고 포르쉐 브랜드 자체적으로도 전기차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얻은 달콤한 열매였죠. 포르쉐는 자신감을 갖고 곧 두 번째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타이칸 / 사진=포르쉐

 

아마 그 주인공은 중형 SUV 마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칸 EV가 될지, 아니면 마칸급의 새로운 이름의 중형 전기 SUV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얘기되는 것은 마칸(혹은 마칸급)2번 타자라는 겁니다.

 

이후에는 718 (혹은 718)이 배터리를 달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발 중이라고 하니까 2~3년 안에 만나기는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여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제 가장 큰 관심거리는 박서 엔진의 911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기 911이 대신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911 카레라 / 사진=포르쉐

 

사실 포르쉐는 줄곧 911 EV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치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는 듯했죠. 올리버 블루메 회장은 작년에 911의 개념 자체가 전기 자동차로 전환이 어렵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엔진이 뒤쪽에 있는데 배터리를 그런 식으로 배치하게 되면 제대로 운전이 되겠느냐는 겁니다.

 

지상고가 낮고 휠베이스가 짧은 911의 구조상 지금과 같은 배터리팩을 장착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911 휠베이스의 경우 웬만한 소형(B세그먼트) 해치백보다도 더 짧습니다. 어느 정도 용량이 되는 배터리를 장착해 911 특유의 운전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은 현실의 큰 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911 GT3 엔진 테스트장면 / 사진=포르쉐

 

그러면 911은 영원히 엔진용 모델로 남고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독일 경제지 매니저매거진은 911 배터리 버전이 준비돼 있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그간 나온 포르쉐가 한 이야기와 반대의 얘기가 기사로 나온 겁니다. 엉성하고 무책임한 그런 잡지도 아니고 꽤나 실력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경제지의 보도인지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습니다.

 

 911 EV 계획의 근거는 뭘까요? 바로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 전기차들은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액체의 전해질을 사용하죠. 반대로 전고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이 고체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더 안전하고 주행 거리도 많이 늘릴 수 있습니다. 꿈의 자동차용 배터리라고 얘기가 되고 있지만 개발이 쉽게 되겠냐는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의 실용화가 그리 먼 얘기가 아닌 듯합니다. 이미 지난해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단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토요타는 언제 또 이렇게 준비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아직 구체적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일단 시운전이 가능한 모델이 나왔다는 자체만으로 현실적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포르쉐는 전고체 배터리를 몰래 만들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또 아닌 듯합니다. 대신 미국에 있는 퀀텀스케이프라는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직원 400여 명 수준의 작은 이 회사에 폴크스바겐 그룹과 빌 게이츠 등이 투자를 했죠.

 

투자 이유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이끄는 전망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퀀텀스케이프는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그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더 늦어질 수도, 아니면 계획대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 확실한 건 좀 더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911 GT3 / 사진=포르쉐

 

결국 911의 전기차 버전 등장은 전고체 배터리가 언제 만들어져 언제 양산이 되느냐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 얘기는 엔진의 시대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르는 911이 전고체 배터리의 등장과 함께 계속 그 명성을 이어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무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911과 같은 스포츠카가 과연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마법처럼 살아내 계속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그 결과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