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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은 지금 자동차 할인 혜택 경쟁 중

8월 초 독일에서 다임러,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드, 포르쉐 등의 대표와 장관 및 정치인들이 모여 디젤차 문제의 해법을 논의했죠. 일명 '디젤 정상회담'으로 불린 이 날 회의에서 몇 가지 개선 방안들이 합의됐는데요. 역시 가장 눈에 띈 것은 5백 3십만 대가량의 유로5와 일부 유로6의 제어시스템 무료 업데이트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 중 하나라면 오래된 디젤차를 팔고 신차를 살 때 제조사별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 정부의 압박에 따른 대응이라는 측면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로1에서 유로4까지, 오래된 디젤차 소유주들이 차를 처분할 수 있을 만한 효과적 유인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처음에는 4, 5개 제조사 정도였지만 현재는 혼다와 볼보 등 일부 메이커를 제외하고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다수 양산형 메이커가 참여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어떤 회사가 얼마의 할인 혜택을 주는지 확인해 볼까요?


아우디 

아우디는 모델에 따라 최소 3,000유로에서 최대 10,000유로까지 할인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대략 4백만 원에서 1천 3백만 원이 넘는 금액이죠. 단 소유 중인 구형 디젤차를 폐차시켜야 합니다. 가스 차량인 g트론은 물론 독일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트론의 경우 제조사 인센티브에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져 큰 할인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RS와 R8 등은 제외입니다.

대표적 할인 모델

A1, Q2 : 3천 유로

A3, Q3, TT : 5천 유로

A4, A5 : 8,500 유로

A6,A7,A8,Q7 : 10,000 유로

Q7 e트론 : 11,785 유로

Q7 e트론 / 사진=아우디


BMW

BMW는 모델별 할인 혜택을 달리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km 이하의 모델들을 구매할 경우에 2천 유로를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또한 구형 디젤차를 아우디와 달리 폐차하는 조건이 아니라 BMW에 넘겨야 한다는군요. BMW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전기차 혜택을 받는 i3는 최대 6천 유로(8백만 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며 한창 홍보 중입니다.


다임러

벤츠의 경우 되레 다른 경쟁사들 보다 할인 혜택 범위를 유럽 전체로 넓힐 것으로 보입니다. 모터토크에 따르면 역시 구형 디젤차를 다임러 측에 넘기고 신형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할 때 2천 유로까지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경차 브랜드인 스마트도 전기 스마트를 살 때 정부 보조금 외에 제조사가 1천 유로를 추가로 할인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3백만 대 리콜에 이어 금액은 아우디에 비해 적지만 유럽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점에서 공격적인 대응이 아닌가 싶네요.


피아트 크라이슬러 그룹

돈벌이도 시원(?)찮은데 상당히 이번 할인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모델에 따라 2천 유로부터 최대 6,500유로까지 보조해주기로 했습니다. 피아트, 알파 로메오, 지프, 거기에 피아트 상용차에 고성능 브랜드인 Abarth까지 빠짐없이 참여합니다. 독일 정부로부터 배출가스 프로그램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게 아닌가 싶은데요. 

대표적 할인 모델들

피아트 500 패밀리 : 2,800~3,300 유로

지프 레니게이드, 알파 로메오 스텔비오 : 3,000 유로

지프 체로키 : 4,000 유로

지프 그랜드 체로키 : 5,500 유로

4,500유로 할인 혜택을 받는 Abarth 124 스파이더 / 사진=FCA


포드

최근 포드의 중형 모델인 몬데오 디젤 모델이 독일 정부로부터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아 조사 중에 있습니다. 디젤차 실배출 테스트 등에서 포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는데, 독일 정부 역시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는 듯한데요. 역시 불법 소프트웨어 장착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공방이 벌어질 텐데, 이런 상황에서 포드 역시 할인 혜택을 상당히 강력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차급 Ka가 1,750 유로의 지원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엣지와 몬데오 하이브리드가 8,000 유로까지 제조사 할인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대부분 모델이 5천 유로 이상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고, 독일 내에서 포드 판매량이 높은 편인지라 과연 이번 인센티브가 포드 판매량은 물론 조작 의혹으로 받은 이미지 타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몬데오 하이브리드 / 사진=포드


렉서스 및 토요타

렉서스와 토요타는 조건이 좀 까다롭습니다. 우선 렉서스는 자사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할 경우 3천 유로를 할인합니다. 유로4 이하 구형 디젤차를 처분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할 경우 3천 유로를 추가로 할인한다고 했습니다. 대신 렉서스 금융 서비스를 받는 조건이라고 하는군요. 기간 역시 9월 말까지로, 다른 대부분의 제조사가 올 연말까지인 것에 비하면 짧습니다. 


토요타는 모델에 따라 3천 유로 이상의 혜택을 주기로 했고, 그와 별도로 8월 16일부터 자신의 구형 디젤차를 처분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하면 4천 유로를 또한 할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소 6개월 이상은 구형 디젤차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에게만 혜택을 제공한다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아우디나 포르쉐 등 여러 제조사들이 이런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포르쉐

구형 디젤을 폐차시킨 후 포르쉐를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기본적으로 5천 유로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포르쉐 역시 독일만이 아닌 유럽 전 고객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데요. 다만 2도어 스포츠카, 그러니까 911이나 718 등은 제외되고 파나메라, 마칸, 카이엔 등만 포함된다고 하네요. 

파나메라 / 사진=포르쉐


폴크스바겐 최대 1만 유로까지 할인

그 외에 닛산은 구형 디젤을 폐차시키고 자사 전기차인 리프와 e-NV 200 등을 사면 독일 정부 보조금 외에 2천 유로를, 또 르노는 거의 전 모델에 걸쳐 2천 유로에서 7천 유로의 가격 할인 혜택을 받는데 에스파스는 7천 유로를, 탈리스만은 6천 유로의 할인이 주어집니다. 푸조 역시 르노만큼은 아니지만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오펠도 거의 모든 모델이 최대 7천 유로의 가격 할인이 가능하고 폴크스바겐 그룹 내에 있는 스코다와 세아트 등도 최대 8천 유로(세아트 알함브라 패밀리 밴)까지 가격 할인이 됩니다. 물론 폴크스바겐 역시 혜택을 주는데요. 경차 UP의 2천유로부터 투아렉 1만 유로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상용차도 포함되었는데 특히 인기가 많지만 비싼 승합차 멀티밴도 1만 유로까지 할인이 된다고 하니 많은 독일인이 구매를 계획할 듯합니다. 

우리 돈으로 천만 원 이상의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아테온 / 사진=폴크스바겐


현대 기아도 참여 중

이번 제조사 보조금 정책은 12월 31일까지 대부분 제조사가 시행할 예정이지만 현대와 기아는 토요타 렉서스처럼 9월 말까지 두 달 동안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아의 경우 이 기간 안에 스포티지 같은 인기 모델을 구입하면 4,400유로를, 현대는 i40와 싼타페를 제외한 모델들에 1,500~3,000유로까지 가격 할인을 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할인 혜택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2009년 노후차량 폐차 보조금을 독일 정부가 지급했을 당시 신차 판매량 상승이 컸던 만큼, 비슷한 효과를 독일 정부는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래된 디젤차를 몰고 다니는 독일인이 여전히 많은 것을 생각하면 환경과 보건 측면에서, 그리고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요즘 독일은 디젤 정상회담 이후 디젤차에 대한 새로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자동차 전문지들도 디젤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 관련 콘텐츠를 통해 독자들에게 디젤차 배출가스 등을 제대로 알리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움직임들이 디젤 이미지 개선 등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디젤 시대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독일 정부와 업계의 의지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만큼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연 바라는 대로 될지, 지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