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030년부터 내연기관 금지? 사실은...

7월 말은 유럽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끔찍한 한 달로 기억될 듯합니다. 우선 독일의 5대 자동차 기업 다임러,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그리고 포르쉐가 20여 년에 걸쳐 담합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죠. 사실확인 및 카르텔에 따른 천문학적 벌금 부과 등이 이뤄질지에 대해 확인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쨌든 독일 자동차 산업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두 번째 소식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영국으로부터 날아왔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2040년부터 디젤 및 가솔린 엔진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려는 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영국 정부 또한 2040년부터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인데요. 디젤에 친화적이지 않은 영국인 것은 알았지만 내연기관을 모두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정부 차원에서 밝힌 것은 뜻밖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행동으로 보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2050년쯤에는 내연기관을 끝내야 하지 않겠냐는 논의가 되고 있었죠. 그러던 중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구체화됩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2040년에는 자동차에서 엔진을 떼어내야 한다는 계산이 프랑스나 영국 정부에서 나온 듯합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독일은 이보다 10년이 빠른 2030년, 내연기관을 금지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사실일까요?

볼프스부르크 조립 공장 / 사진=폴크스바겐


2016년 10월로 돌아가 보면

이 얘기가 처음 한국 언론에 나온 것은 작년 10월 초순쯤이었습니다. 독일 연방상원(분데스라트, Bundesrat)이 2030년부터 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만 신차 등록을 받기로 하는 결의안을 합의했다는 독일 슈피겔의 보도가 있고 난 후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투표에 의해 뽑힌 연방의회 분데스탁(연방하원, Bundestag)과 16개 주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고위 관리(약 69석)들로 구성된 연방상원으로 나뉩니다.


실질적 입법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곳은 연방하원이고 연방상원은 연방정부(중앙정부)가 내놓은 법률에 대한 최초 심사, 특정 법률에 대한 거부권 행사, 유럽연합 정책에 대한 심의 및 협력 등을 합니다. 각 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죠. 따라서 여기서 ‘결의안’이 나왔다고 이것이 법적 효력을 갖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연방상원 건물 / 사진=위키피디아, Pierre-Selim Huard

 

녹색당에서 공개적 논의 시작

연방상원에 의해 결의안이 통과되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작년 11월, 독일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녹색당은 2030년 내연기관 금지를 당의 대표적 논의 주제로 삼게 됩니다. 선거의 중요한 의제로 삼기 위한 큰 틀의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와 영국 정부의 2040년 내연기관 금지를 계획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고, 일부에서 이런 유럽의 큰 흐름 속에 독일도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좀 다릅니다. 최근 독일 언론들이 소개한 연방정부 대변인 울리케 뎀머의 발언입니다. “연방정부는 영국의 예를 따르기를 원치 않습니다. (내연기관 금지는) 현재 정부의 의제가 아닙니다.” 또 메르켈 총리 역시 디젤차를 악마화하는 것에 경고를 반복적으로 보냈다고 같은 뎀머 대변인이 전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현재 독일 정부의 분위기로 봐서는 2030년 내연기관 금지가 법으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저능아적 약속” 녹색당 내에서도 반발?

메르켈 총리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녀만 이런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녹색당 내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정치인도 비현실적이라는 식으로 발언한 게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죠. 빈프리트 크레취만은 녹색당 정치인이자 최초로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의 총리입니다. 녹색당 행사에서 그는 “저능아적 약속”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2030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빈프리트 크레취만 / 사진=위키피디아, Bündnis 90/Die Grünen Nordrhein-Westfalen

그가 총리인 바덴 뷔르템베르크는 벤츠와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가 주도이고 보쉬 또한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해당 주 안에서만 자동차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직원 수가 22만 명에 달하니, 당연히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충전 인프라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이를 위한 명확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2030년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강하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가장 진보적인 주간지 슈피겔이 그의 발언에 대해 여론은 어떻게 보는지 물었고, 6만 명이 넘는 응답자 중 72%가 크레취만 총리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슈피겔 설문 결과 / 이미지 출저=슈피겔 온라인

뿐만 아닙니다. 아우토빌트 역시 2030년에 내연기관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설문지를 돌렸는데 역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 그랬을지 부정적 답이 더 많게 나왔습니다. 총 17,576명이 참여를 했는데 그중 20%(3,455)가 환경을 위해 금지를 찬성했고 4,038명(23%)은 2030년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57%는 ‘완전히 바보 같은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우토빌트 설문 결과 / 출처=아우토빌트 홈페이지


또 ifo라는 독일의 비영리 경제연구소는 2030년 내연기관 금지가 실현되면 적게는 43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최대 60만 개 이상의 직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소식을 전한 타게스샤우는 ifo의 소장 클레멘스 풰스트의 발언도 소개했는데요. 그는 “환경을 보호는 기술에 대한 제재가 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기술적 경쟁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건 그 의도와 상관없이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작은 기업들이 더 타격이 클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회원 1,800만 명의 독일 운전자 협회 아데아체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현재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영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 기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친환경론자들과 그 반대인 경제계 사이에서 영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이 점도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BMW


전기차와 엔진의 공존 시대

결론적으로 독일에서 2030년 내연기관 금지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논의 자체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연기관 종말에 대해 유럽 전체에서 얘기가 나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지고 파리 기후 협약이 맺어지면서 그간 수면 아래 다툼이 물 밖으로 솟아오른 것만은 분명합니다.

다임러 배터리 공장 기공식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메르켈 총리 / 사진=다임러

지금까지의 흐름은 일정 기간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공존 쪽입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엔진과 전기차에 과감한 투자를 선언했고, 벤츠 역시 엔진 공장을 유럽에 짓는 것과 동시에 중국과 독일에 10억 유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그룹 역시 다소 늦기는 했지만 전기차 부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엔진 시장을 주시하며 계속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지금 광풍인 SUV의 경우만 하더라도 엔진과의 조합 외에 다른 게 당장 대체하긴 어렵습니다. 전기 SUV 시대를 소비자들이 고개 끄덕이며 받아들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싶은데 역시 관건은 인프라 구축과 배터리 효율성 증대 등이 언제 이뤄지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당분간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여겨지는 전기차와, 그 전기차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대안이 없는 엔진이 공존할 것으로 보이며, 기술적으로 엔진이 환경에 화답할 수 있도록, 제조사들이 많은 기술 투자를 하도록, 정부도 역할을 잘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2040년 내연기관 금지가 영국과 프랑스에서 실제 이뤄지고 이 계획에 동참하는 나라들이 더 늘어난다면, 엔진 시대의 종말이 좀 더 일찍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우리는 좋든 싫든 엔진과 같이 가야만 합니다. 이 과도기 속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 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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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모니 2017.07.28 11:48 신고

    역시 대한민국처럼 화끈하게 의사결정 하진 않네요...

  • Favicon of http://cfono1.tistory.com BlogIcon cfono1 2017.07.28 14:40 신고

    역시... 이런 진짜 속사정이 있군요! 어쩐지 너무 나갔다 했습니다 ㅎㅎ

  • 겉보리 2017.07.28 15:18 신고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시한이 문제인 것이겠지요.

  • 리히토 2017.07.30 17:30 신고

    강릉시에 참소리 에디슨 박물관에 에디슨이 만든 전기차 있습니다...

    전기차의 역사는 무지오래 되었죠...

    저는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게 90년대 학창시절입니다...

    그당시 유력신문사 자동차관련 뉴스와 자동차생활 월간지를 보면...

    유라는 지금 이미 전기차 시대 + 하이브리드 시대에 살고 있겠죠...

    전지의 기술 특히나 소재의 기술발전은 매우 더딘게 현실이죠...

    전 2050년에도 솔직히 힘들꺼 같네요...

    지금 전기차 중고매물보면...

    신뢰성이참...

    • 전지 기술은 계속 발전 중에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3 보세요. 그 작은 게 완충으로 499km나 갈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제 완충 300km 이하는 못 버티는 시대가 됐다고 보여집니다. 불과 2~3년 사이의 변화죠. 문제는 전기차 자체의 성장세가 아닌,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자동차 외적인 부분에 더 달려있지 않나 싶습니다.

  • 맥스 2017.07.30 18:53 신고

    남자는 v8

  • 개인적으론 2017.07.30 23:23 신고

    내연기관의 연비를 극적으로 올리는게 더 낫지 않냐는 생각을 합니다. 가령 연비가 가솔린으로 12가량이라면 2030년까지 24으로 만드는 식으로요. 이미 전력생산방식이 화력/원자력에 집중되어있고 생산, 배전, 송전, 변전에서 증발하는 열량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과연 전기자동차가 답인가라는 회의가 있구요. 태양광전기차는 2030년이 되어도 어려울 것 같고...

    • 2022년까지 유럽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브랜드 평균 95g/km로 맞춰야 합니다. 가솔린의 경우 리터당 25km를 달려야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이죠. 현실적으로 이거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도움이 없이는 쉽지 않죠. 거기다가 이미 흐름이 비친환경적 내연기관에 매우 불친절한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각국 정부의 인식도 시장의 형태를 바꾸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생산 과정이 아직은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는 있습니다. 하지만 운행 중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처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친환경 에너지 이용률이 높은 유럽의 경우는 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바뀔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그게 10~15년 사이에 내연기관의 종말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걸로 보이네요. 과연 내연기관과 비내연기관과의 공존이 얼마나 이어질지, 이 부분이 정말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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