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5개 자동차 회사 아우디, 포르쉐, 폴크스바겐, BMW, 그리고 벤츠의 다임러가 지난 20여 년 동안 담합했다는 의혹이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로 터져 나오며 연일 독일이 시끄럽습니다. 5개 회사는 거의 모든 기술 분야와 하청업체 선정이나 부품 비용 등, 사업적 측면에서도 입을 맞춰왔다는 것이 슈피겔의 보도 내용이었는데요. 폴크스바겐이 독일 카르텔청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서류에 근거한 폭로인지라 더욱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이번 담합 의혹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애드블루 탱크 크기를 제조사들이 동일하게 해 이것이 질소산화물 과다배출의 원인이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애드블루는 뭐고, 또 탱크의 크기를 담합했다는 의혹은 뭐며, 이것이 어떻게 질소산화물 배출량과 관련이 있다는 걸까요?
디젤 주입구 옆에 나란히 있는 애드블루 주입구 / 사진=다임러
디젤 자동차의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질소산화물이라는 유해물질의 배출에 있습니다. 이 질소산화물을 보통 후처리 장치를 이용해 정화시키는데 현재로는 선택적환원촉매(SCR)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배기가스에 섞여 있는 질소산화물을 요소수(Urea)와 섞어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요소수는 별도로 주입해 보관해야 하는데 독일에서는 우레아(Urea)라는 이름 대신 ‘애드블루’로 부릅니다. 67.5%의 증류수와 32.5%의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요. 요소수 자체는 천연가스로 생산이 되며 독성이 없습니다. 거기다 SCR 방식은 환원율이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들처럼 연비에도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트럭에 달린 애드블루 탱크 모습 / 사진=다임러
탱크가 작으면 뭐가 문제?
얼마 전에도 이야기를 한 바 있지만 질소산화물을 무해하게 환원하는 것은 요소수 (여기서는 그냥 애드블루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를 얼마나 많이 분사하느냐, 그 양에 비례합니다.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암모니아 배출 등 역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한계치 안에서는 요소수를 많이 분사하면 할수록 질소산화물을 많이 잡아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요소수 탱크가 작고 분사량이 많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금방 요소수가 떨어져 다시 채워줘야겠죠? 일각에선 한 번 요소수를 채우면 2만km 정도는 충분하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탱크가 큰 트럭에 해당하지 일반 승용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운전 습관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유로6의 기준인 80mg/km 이하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5% 정도의 애드블루 비율이 되어야 합니다.
요소수 한 번 채우면 얼마나 갈 수 있나
주간지 슈피겔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위의 기준대로라면 7L/100km, 그러니까 리터당 약 14.3km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8리터의 애드블루 탱크가 달렸다면 약 2,300km 정도면 요소수가 바닥이 난다고 계산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자료를 좀 찾았는데 마침 영국 폴크스바겐 사이트에서 애드블루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SCR 장치가 달린 구형 파사트의 경우 요소수 탱크 크기를 13리터로 밝혔습니다. 그리고 애드블루를 가득 채웠을 때 6,400km에서 최대 10,50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고 했더군요. 물론 유로6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된 결과입니다. 또 신형 티구안의 경우 애드블루 탱크의 용량은 12리터였고, 가득 채운 상태에서 4,800~6,400km의 거리를 재주입 없이 달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이익을 본 제조사들
그런데 슈피겔의 계산대로라면 구형 파사트의 경우 애드블루는 주행거리 약 3,800km 전후로 바닥이 나게 되며 신형 티구안은 대략 3,450km 정도 달리면 다시 주입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차이가 크죠? 엔진 오일 교환보다 더 자주 요소수를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이는 운전자들에게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되며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됩니다.
티구안 / 사진=폴크스바겐
뿐만 아니라 애드블루 탱크를 작게 함으로써 제조사가 얻는 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슈피겔의 주장이었습니다. 해당 매체는 작은 요소수 탱크를 통해 자동차 한 대당 약 80유로(10만 4천 원)를 절약할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 정도면 단돈 몇십 원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통 큰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작은 탱크 덕분에 공간이 마련되었고 이 여유 공간을 이용해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었다고 슈피겔은 전했습니다. 탱크 하나 작게 해서 당장 세 가지의 이익이 발생했으니 이 애드블루 탱크 사이즈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부분은 아닌 듯합니다. 무엇보다 인체에 해로운 질소산화물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이유들로 담합해 이익을 키우고 공중 보건에 해를 가한 도덕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보쉬
법의 허점 교묘히 이용
특히 이번 애드블루 탱크 사이즈에 대한 담합 의혹은 슈피겔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사들에게는 이탈자가 없이 모두 동일하게 조건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곳이라도 탱크 사이즈를 달리했다면 당국으로부터 의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더해 단순히 탱크 크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요소수 분사량을 줄여 주입주기를 늘리는 것도 필요했을 겁니다. 그리고 애드블루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제조사들은 열창(thermal window)이라는 것을 내세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규정에는 일정한 조건에서는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요.
제조사들은 엔진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규정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죠. 즉, 엔진으로 들어오는 공기 온도가 일정 온도 이하이거나 이상일 때 후처리 장치를 계속 돌리면 엔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조사별로 엔진 보호를 위해 후처리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최저 온도 및 최고 온도를 설정했고, 이 범위 안에 흡기 온도가 들어갔을 때만 배출가스 처리장치가 작동을 하게 한 것이죠. 이게 열창이라 불리는 그들의 솔루션입니다.
애드블루와 SCR 이해도 / 그림= TOTAL
이런 방식은 독일 등 유럽에서는 현행법을 어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이었죠. 현대와 기아 자동차 수십만 대가 에어컨이 작동되는 순간에 배출가스 처리장치(EGR)의 작동을 멈추게 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됐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에어컨을 켰을 때 어떻게 하라는 규제조항이 없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죠.
한국에서 닛산 캐시카이의 질소산화물 과대배출이 문제가 됐던 2016년에도 수입사는 앞서 밝힌 열창 솔루션을 내세워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유로6 인증을 받았다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결국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제조사들이 이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도로 주행 테스트 등을 하게 되면 이런 식의 대응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용 배기가스 측정장치를 달고 있는 자동차 / 사진=보쉬
기존 실험실에서는 23도 정도의 온도 하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했습니다. 배출가스 처리장치가 작동하는 범위 안에 있는 온도였기 때문에 당연히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기준치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실제 도로를 달리며 측정하게 되면 여러 조건에서 배출가스 배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 발등 찍은 제조사들
디젤게이트와 이번 카르텔 의혹은 감춰져 있던 제조사들의 민낯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 어두워 결과적으로 유해 가스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외면했습니다. 결국 작은 이익을 탐하다 더 큰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담합 의혹이 설령 의혹에 그친다 할지라도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디젤 게이트와 카르텔 의혹으로 이어진 스캔들로 디젤차 시장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고 무엇보다 백 년 넘게 쌓여 온 독일 제조사에 대한 그간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번 카르텔 의혹 사태는 이제 시작입니다. 조사 과정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부디, 해당 제조사뿐만 아니라 경쟁 제조사들 또한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 윤리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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