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회의가 된 독일 '디젤 정상 회담'

8월 시작과 함께 독일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동차 관련 회담이 있었습니다. 현지시각으로 2일 오전 11시 반부터 시작된 일명 ‘디젤 정상회담’은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죠. 연방 교통부 장관 알렉산더 도브린트와 환경부 장관 바바라 헨드릭스가 주도한 이번 회담에는 다임러,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수장들은 물론, 독일 내에 공장과 법인을 두고 있는 포드와 오펠까지 모두 참여했습니다.

디젤 엔진 / 사진=폴크스바겐


뿐만 아니라 연방 경제 에너지 장관, 교육연구부 장관과 자동차 공장이 있는 6~7개 주의 총리 등, 자동차와 관련 있는 정치인과 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린피스는 기습 시위를 벌였고 환경단체 및 소비자 단체들은 혁신적인 방안이 합의되길 바라는 성명서를 내는 등 하루 종일 베를린은 어수선했습니다.


디젤차 530만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합의

긴 회의 끝에 몇 가지 합의 사항이 마련됐습니다. 회담에 참석한 제조사 대표들은 독일 내 디젤차 중 유로5 모델, 그리고 일부 유로6 모델을 포함 약 530만 대에 대해 무료로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백만 대에 대한 업데이트 조치를 이미 발표한 벤츠가 제외된 것으로, 폴크스바겐은 기존 업데이트 모델 외에 250만대(아우디 50만대, 기타 세아트, 스코다 90만 대 포함)가 추가로 업데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 30%의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제조사들은 또한 현실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 억제에 유일한 해결책인 선택적환원촉매(SCR) 장치를 모든 디젤차에 장착할 것이라는 (어찌 보면 하나 마나 한 소리) 약속도 내놓았죠. 정부 역시 버스와 택시의 배출가스 개선을 위해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고 전기차 및 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 역시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부 장관(왼쪽) / 사진=폴크스바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제조사들이 환경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점인데요. 현재까지 BMW와 포드, 그리고 토요타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래된 자사 디젤차를 처분하고 유로6에 해당하는 디젤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2천 유로에서 최대 8천 유로(약 천만 원)를 할인해주기로 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다임러, BMW, 폴크스바겐 그룹 등은 정부가 운용하기로 한 ‘친환경 이동성 펀드’에 투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기금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으로 피해가 심한 독일의 주요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와 설비 투자 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독일에서 하이브리드 확대의 기회로 삼은 토요타의 라브4 하이브리드 / 사진=토요타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바꿔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첫 출발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질소산화물의 획기적 감소를 위해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의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장치를 교체함으로써 최대 90%까지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환경부 장관 바바라 헨드릭스 역시 회담 전까지는 현재보다 50%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죠. 하지만 폴크스바겐 그룹의 경우 이런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효과가 나올지도 미지수이고, 무엇보다 복잡한 교체 과정과 천문학적인 비용 등이 제조사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다른 국가들이 과연 이러한 독일 내 합의를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하는 점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디젤에 대한 희망의 끈 붙잡은 독일

이번 회담을 이끈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디젤 정상회담 목적은 독일 여러 도시가 디젤차 도심 진입 금지를 고려 중인 상황에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 배출가스 문제에 대해 좀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단 독일 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디젤 정상회담은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며, 여전히 배출가스 문제 해결에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많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추가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디젤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디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으로 계속 인식되고 있고, 독일 여론 역시 이전보다 디젤이나 제조사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줄고 있으며, 디젤 엔진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자동차 전문지를 포함,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등에서 공통으로 디젤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과연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설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월요일에는 배출가스와 관련한 흥미로운 주행 실험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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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히토 2017.08.03 10:48 신고

    사태의 본질은 정확히 진단하고 정확한 해결 방법이 나오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사실 디젤차를 악마화 하는것 역시 시민단체가 주축인데...

    예전 한국의 미세먼지의 주성분은 중국발 + 석탄화력발전 + 공업&건설 에서 나오는 것이 90%이상이라 하더군요...

    그러나 정작 집중포화로 공격하는건 디젤차인데...

    사실 운송용은 5% 안팍이라 말하더군요...

    서울은 인천 안산 부천의 공업단지가 + 중국발이 문제고...

    제가 사는 세종시도 서쪽에 마땅한 공업시설이 없어요...

    인구 밀집 도시도 없고요(청양, 보령, 공주 이런 동네뿐)...

    충남도 경기도랑 가까운 지역이라면 모를까(당진, 아산, 천안)...

    저희 동네 오염원은 중국이나 보령화력발전소의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제가 군산&김제 새만금 서쪽 끝자락 섬에 가봤는데요...-_-

    거기도 장난 아녀요...

    서쪽이 바로 바다인데도 엄청난 미세먼지 스모그가...

    아무튼 별 전문성도 없는 시민단체가 너무 디젤차를 악마시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 못하고 엉뚱한 곳에 집중하게 만드는거 같습니다...

    이슈를 엉뚱한 곳으로 만들면 결국 정치인들도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는게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단점 같습니다...

    국민이 똑똑해지면 문제가 없겠지만...

    뭐 다들 그렇게 공부하는 사는게 아니니...ㅉㅉ

    • 중국 영향에 대해 대부분 국민들도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죠. 다만 당장 우리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중국 문제와 함께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 봅니다. 디젤의 오염 정도를 정확하게 우선 파악하는 게 급해 보이는데 오늘 포스팅을 보시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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