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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우려와 희망 공존한 디젤 배기가스 테스트 결과

지난 8월 2일 독일에서는 정부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디젤차 배출가스 문제를 논의했죠. 일명 '디젤 정상 회담'으로 불린 이 날 모임에서 제조사들은 유로 5와 일부 유로 6에 해당하는 디젤차 약 530만 대에 대한 소프트웨어 무상 업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외 몇 가지 투자 및 개선 방안들을 내놓았는데요. 모임이 있기 전 그린피스를 비롯해 환경단체들은 시위를 벌이며 디젤차의 완전한 퇴출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위 중인 DUH 회원들 / 사진=DUH


특히 회담장 주변에서 시위를 한 독일 대표적 환경기구 도이체움벨트힐페(DeutscheUmwelthilfe, 이하 DUH)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환경 문제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곳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눈엣가시 같은 그런 단체입니다. 자동차 회사와 연방정부, 그리고 주정부 가릴 것 없이 고소하며 법정 다툼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죠.

시위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DUH 대표 / 사진= DUH


DUH, 60개 모델 테스트 결과 공개

DUH는 배출가스 측정을 위한 부설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60여 대의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실도로 테스트(RDE)를 실시했습니다. 60여 개 모델 중 54대는 유로 6에 속하는 디젤차였고, 3대는 유로 5, 그리고 나머지 3대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로, 결과를 보면 우려와 희망이 공존했습니다.


오늘은 유로 6에 해당하는 자동차 중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았던 상위 20개 모델, 그리고 가장 적게 배출한 11개 모델을 소개하도록 할 텐데요. 테스트는 수도 베를린의 총 31km 구간 (고속도로, 도심, 그리고 외곽)에서 실시했습니다. 모델별로 8회 테스트했고, 그 평균값이 공개됐습니다. 

 NOx 배출량 많았던 상위 20개 모델


아우디 A8 ㅣ 4.2 T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422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7.8배


피아트 500X 2.0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380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7.2배


르노 캡처 1.5 dCi (한국 수출명 QM3)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316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6.5배 


볼보 S90 4D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076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3.4배


메르세데스 B 180d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039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3배


오펠 자피라 투어러 1.6 CDT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995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2.4배


현대 i20 1.1 CR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861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0.8배


피아트 500X 1.6 (2017년 5월 최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모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823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0.3배


메르세데스 C 220d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770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9.6배 


포드 몬데오 2.0 Duratorq TDC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739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9.2배


닛산 캐시카이 1.6 dC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677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8.5배


르노 세닉 1.6 dC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655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8.2배


BMW 750d xDrive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646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8.1배


포드 쿠가 2.0 TDCi 2x4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61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7.7배


포드 포커스 1.5 TDC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55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6.9배


오펠 아스트라 스포츠 투어러 1.6 CDT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55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6.9배


포드 몬데오 Turnier 2.0 TDC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519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6.5배


지프 레니게이드 1.6 멀티젯 (붉은색 모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50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6.3배


메르세데스 A 클래스 200 C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87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6.1배


지프 레니게이드 1.6 멀티젯 (검은색 모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53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5.7배

A8 L 테스트 결과 / 사진=DUH


여전히 과다배출 중인 디젤차들

DUH의 테스트 초기만 하더라도 피아트 500X가 기준치를 17.2배나 넘기며 독일 정부가 피아트의 배출가스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이유 없는 얘기가 아니었음을 보여줬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조사된 아우디 A8 L의 경우는 500X를 넘는 매우 우려되는 결과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또 르노 디젤 엔진과 포드의 디젤 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역시 우려되는 수준을 보였고 벤츠 역시 20위 안에 3개나 이름이 올랐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자동차들은 2016년 최신 모델이었고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아우디 A8 L과 BMW 750d가 2014년 9월에 신차 등록된 것이었습니다. 


유로 5 모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해 보니

독일에 법인과 공장을 두고 있는 6개 제조사 대표들이 2일 회담에서 유로 5와 유로 6 일부 모델 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최대 3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죠.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이번 DUH의 실도로 테스트 결과에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폴크스바겐 골프 1.6 TDI (유로 5 모델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전)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964mg/km 유로 5 기준치 (180mg/km) : 5.3배


폴크스바겐 골프 1.6 TDI(유로5 모델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602mg/km 유로 5 기준치 (180mg/km) : 3.3배 

업데이트된 골프는 약 37% 정도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출량만 놓고 보면 기준치를 3배 이상 넘겼죠. 이런 이유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90%까지 줄일 수 있는 하드웨어 교체를 환경단체 등이 요구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만 보면 디젤 엔진에 큰 희망이 안 보이는 듯한데요. 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질소산화물 배출 적은 상위 11개 모델 

아우디 A5 2.0 T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0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0.5배


메르세데스 E 220d (OM 654 엔진 장착 모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3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0.5배


메르세데스 E 220d (OM 654 엔진 장착 모델)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0.6배


아우디 Q3 2.0 TDI 콰트로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8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0.6배


폴크스바겐 T6 트랜스포터 2.0 T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18mg/km 유로 6 기준치 (125mg/km) : 0.9배

*승합차의 경우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125mg/km


오펠 자피라 1.6 CDT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94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2배 


BMW 318d 왜건 (검은색)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95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2배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 왜건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18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5배


아우디 A4 2.0 TDI 왜건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19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5배


스코다 옥타비아 2.0 T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35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7배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141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8배

A5 / 사진=아우디


벤츠 OM 654엔진, VW TDI 엔진 희망적

질소산화물 배출이 현재 유로 6 기준인 80mg/km 이하인 것은 모두 5개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9월부터 시행되는 실도로 측정용 기준은 168mg/km(2020년 이후 다시 120mg으로 하향 조정)로 올라가죠. 이 새로운 기준에 대입하면 티구안까지 11개가 합격점을 받게 됩니다. 


다임러가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은 OM 654 디젤 엔진의 경우 최고 수준의 결과가 나왔고 폴크스바겐 그룹에서 널리 쓰이는 2.0 TDI 엔진 역시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오펠 자피라는 새로운 엔진을 넣지 않은 경우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새 엔진이 장착된 모델은 좋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폴크스바겐 평균값이 좋았는데요. 테스트 된 VW 5개 모델의 평균 배출량은 기준치를 1.8배 넘는 수준을 보여 전체 브랜드 중 가장 낮은 평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우디 역시 전체적으로 낮았지만 A8 L이 워낙 안 좋게 나와 평균치를 깎았고, 벤츠 역시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인 3개 모델 때문에 테스트된 9개 모델 평균치는 다소 높게 나왔습니다. BMW의 경우는 기대한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다소 높았습니다.

OM 654 엔진 / 사진=다임러


이번 테스트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전체적으로 독일 제조사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모델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지만 또한 일부 엔진을 통해 충분히 디젤 엔진도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했죠. 왜 독일 제조사들이 디젤에 더 투자를 하는 등, 손을 떼려 하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현대자동차 4개 모델 테스트 결과

이번 테스트에 한국 자동차로는 현대의 모델 4개가 포함됐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 i20 CRDi (2016년 11월 등록, 주행거리 10,735km)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861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10.8배


현대 i30 CRDi (2016년 5월 등록, 주행거리 16,780km)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331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4.1배


현대 싼타페 2.2 CRDi (2015년 11월 등록, 주행거리 4,462km)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421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5.3배


현대 투산 2.0 CRDi (2016년 3월 등록, 주행거리 7,461km)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 : 329mg/km 유로 6 기준치 (80mg/km) : 4.1배

i20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디젤 모델들이 그리 좋은 결과를 보이지는 못했는데요. 전체적으로 포드, 오펠, 르노, 볼보, 그리고 지프와 피아트 등도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됐고 독일 브랜드를 제외하면 푸조가 비교적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 외에 토요타는 유일하게 준중형 1대가 포함됐지만 역시 5배가 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번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디젤 자동차의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거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일부 개선된 엔진은 질소산화물 배출을 대폭 줄이는 등, 긍정적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제 어떤 제조사도 질소산화물 배출과 싸움에서 실패하고 디젤 라인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과연 누가 이 과도기적 상황에서 디젤로 버텨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