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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새 차 사고 싶은 이유? 독일인들의 솔직(?)한 대답

새로운 자동차가 필요한 이유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아이가 생겼거나 자녀가 성장하면서 좀 더 공간이 넉넉한 차가 필요한 경우, 반대로 자녀가 출가한 뒤로는 오히려 큰 차가 필요 없어진 분들도 있습니다. 또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서, 소유하고 있는 차가 고장이 잦아, 그리고 꿈꾸던 차를 장만하기 위해서 등, 각양각색의 이유가 존재합니다.

사진=tuev-sued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동차를 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욕망이 전제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꼭 필요해서 차를 사거나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그 '꼭'이 없어도 새로운 차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은 강하게 소비를 부추깁니다. 이런 점을 가장 잘 이용했던 제조사라면 역시 GM일 겁니다.


포드가 대량 생산을 통해 자동차 대중화를 모델 T로 이뤄냈죠. 하지만 헨리 포드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었습니다. 저렴하게 좋은 차를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그 차를 계속 사줄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달랐습니다. GM은 포드와 달리 디자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고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자동차를 끊임없이 내놓습니다.


몇 년 전 GM 계열의 차를 산 운전자는 다시 GM의 감각적 신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결국 자신의 차에 더는 애정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GM의 이런 전략은 자동차 구매욕을 자극해 엄청난 성공의 기초가 됐습니다. 미국의 제1 자동차 회사가 되었고 오랫동안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사진=GM


설문을 통해 확인된 자동차 구매 이유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는 설문 조사 결과가 최근 독일에서 나왔는데요. 독일 대표적 온라인 자동차 매매 사이트인 mobile.de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왜 지금 당신의 자동차를 팔려고 하느냐?' 라고 물었습니다. 비율이 높은 상위 5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위 : 왜냐하면 새 차를 사고 싶기 때문에 (46.4%)

2위 : 고장이 나는 등, 더는 쓸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28.7%)

3위 : 내 차가 이제는 신형이 아니라서 (15.4%)

4위 : 너무 작아서 (12.5%)

5위 : 유지비 등이 비싸서 (12.3%)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그냥 새 차 사고 싶어서'라고 답했네요. 한마디로 차를 바꿔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3위의 대답은 더 적나라하죠? GM의 전략이 왜 유효했는지를 잘 보여준 대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를 바꿀 수밖에 없어 보이는 명확한 이유는 그리 잘 안 보입니다. 결국 더 좋은 차, 새 차를 타고 싶다는 욕망이 여전히 우리의 자동차 소비를 주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설문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새 차 사면 이런 표정으로 서겠죠? 사진은 리버풀의 유르겐 클롭 감독으로 오펠의 전속모델입니다. 내용과 관련 없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 사진=오펠


물론 모든 자동차 구매자가 다 그런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위의 대답을 보며 내심 공감하는 분들 또한 많았을 거라는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재밌는 질문과 대답이 있어 이 내용도 소개를 좀 해드려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자동차를 파느니 차라리 이런 짓(?)을 하겠다.'라는 질문이었데, 다소 질문이 의역됐지만 의미는 같습니다. 이 물음에는 어떤 답을 했을까요?

1위 : 화장실 청소하기 (33.7%)

2위 : 장모님(혹은 시어머니) 방문하기 (28.9%)

3위 : 치과 가기 (18.8%)

4위 : 세무신고하기 (16.0%)

5위 : 면접 보기 (11.4%)

독일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이라는데, 이런 것들 하는 것보다 자신의 자동차를 파는 게 싫다는군요. 그런데 앞서 소개한 새 차를 사고 싶은 이유와는 뭔가 상반되는 내용 같죠? 이렇게까지 차를 팔기 싫어하던 사람들이지만 그 마음이 뒤집어지는 건 말 그대로 한순간인 듯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설문 결과를 통해 더욱더! 소비자의 욕망을 부채질할 겁니다. 우린 또 못 이기는 척 꼬임에 넘어갈 테고요. 이게 어디 자동차뿐이겠습니까? 자동차와 욕망에 관한 짧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