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독일에서 지지리도 안 팔리는 자동차들

얼마나 많은 기대와 노력으로 차를 만들었을까요? 대박을 꿈꾸며, 혹은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기본은 해줄 거야!'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모델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을 보이죠. 기본은 고사하고 최악의 판매량으로 철저하게 외면받게 되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모든 시장에서 성공하고 사랑받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차는 문화의 산물이고, 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잘 반영되는 그런 소비재이니까요. 따라서 미국에서는 잘 팔려도 유럽에서는 안 팔리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인기가 좋은데 반대로 북미에서는 인기가 없을 수 있습니다. 허나 그걸 고려해도 특정 시장에서 너무 안 팔리는 경우, 미스터리하기까지 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은 독일이죠. 영국이 뒤를 좇고 있지만 여전히 판매량 1위 시장입니다. 자동차를 전체적으로 좋아하고 또 좋아하죠. 스타일과 성능,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받쳐줄 콘셉트만 가지고 있다면 어디 출신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름의 열린 시장에서도 덜컥하고 걸리는 모델들이 있습니다. 안 팔려도 너무 안 팔리는 그런 차들 말이죠. 


8월 판매량 최하위 모델들

우선 지난달 독일에서 가장 안 팔린 자동차들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팔렸었는지를 한 번 보고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대 팔린 자동차들  

스바루 임프레자, 폴크스바겐 제타, 롤스로이스 DAWN, 볼보 V70, 쉐보레 콜벳, 페라리 458, 메르세데스 SLS


2대 팔린 자동차들

미쓰비시 i-MIEV, 인피니티 Q70, 캐딜락 CT6, 롤스로이스 고스트,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레이스, 페라리 F12


3대 팔린 자동차들

애스턴 마틴 라피드, 애스턴 마틴 뱅퀴시, 로터스 에보라

제타 / 사진=폴크스바겐


제타는 너무해, 아니 제타에게 너무해

보통 월 판매량이 1대에서 5대 수준인 경우는 단종된 차량으로, 잔여분에 대한 주문이 있고 이게 인도된 후 차량 등록이 되었을 때입니다. 또 원래는 판매하지 않는 모델인데 특별한 경로를 통해 들어와 역시 신차 등록이 이뤄진 경우도 있죠. 물론 롤스로이스처럼 월 판매량이 1~2대가 정상(?)인 브랜드도 포함됩니다.


그래도 폴크스바겐의 나라에서 제타 판매량은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8월 한 달 폴크스바겐 브랜드 전체적으로 독일에서 4만 3천대 이상 넘게 팔렸는데 그중 제타는 단 한 대만 신차 등록됐습니다. 골프가 16,658대나 팔려나갈 때 말이죠.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판매량은 제타가 66대! 골프가 147,019대로, 이건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죠.


해치백 좋아하고 골프의 나라이니 당연하다고 생각은 들면서도 그래도 제타가 이렇게까지 외면을 받아야 한다는 게 여전히 낯선데요. 월 판매량에서 100대 미만인 폴크스바겐 모델은 제타와 시로코 (57대) 정도로, 앞으로도 제타가 독일에서 잘 팔리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듯합니다. 


체면 구긴 캐딜락

그래도 명색이 미국의 럭셔리 브랜드인데, 캐딜락은 독일에서 전혀 힘을 못 씁니다. 캐딜락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인피니티 같은 브랜드 역시 다소 늦게 유럽에 진출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외면받고 있습니다. 그 급에서 경쟁하는 독일 차들의 상품성을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는 당해내기 어려워 보이는 게 냉정한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캐딜락 판매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캐딜락 8월 독일 판매량

CTS : 6대 (1~8월까지 73대)

CT6 : 2대 (1~8월까지 39대)

에스컬레이드 : 11대 (1~8월까지 110대)

XT5 : 8대 (1~8월까지 77대)

기타 : 6대 (1~8월까지 46대)

XT5 / 사진=캐딜락


월 총 33대, 1월부터 8월까지 총 345대가 브랜드 전체의 판매량이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괜찮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데 이곳 독일에서는 너무 초라한 수준이죠? 그나마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자기 영역이 비교적 분명한 모델 정도 외에는 힘을 쓰기 어려울 듯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인피니티 렉서스도 볼까요?


일본 럭셔리 브랜드의 고전

인피니티 8월 판매량

FX, QX70 : 21대 (1~8월까지 168대)

QX30 : 7대 (1~8월까지 88대)

Q30 : 52대 (1~8월까지 389대)

Q50 : 16대 (1~8월까지 122대)

Q60 : 14대 (1~8월까지 90대)

Q70 : 2대 (1~8월까지 50대)

QX30 / 사진=인피니티


캐딜락보다는 낫지만 역시 독일에서는 찬밥 신체를 면치 못하고 있네요. 월 112대를 팔았고, 올해 8월까지 총 907대만 팔려나갔습니다. 일단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낮습니다. 진출이 늦은 까닭도 있겠고, 주행성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에서는 소비자 마음을 얻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렉서스는 어떨까요? 그래도 일본산 럭셔리 브랜드의 자존심이고, 적어도 북미 시장에서는 독일 차들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는 인기 브랜드인데 말이죠.

렉서스 8월 판매량

CT : 16대 (1~8월까지 150대)

GS : 7대 (1~8월까지 96대)

IS : 21대 (1~8월까지 215대)

LC : 7대 (1~8월까지 26대)

NX : 106대 (1~8월까지 1,132대)

RX : 39대 (1~8월까지 316대)

기타 : 7대 (1~8월까지 60대)

NX / 사진=렉서스


NX가 SUV의 인기와 함께 그나마 렉서스 판매량을 최악으로까지 떨어지는 걸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 전체로 월 판매량이 200대를 겨우 넘는 수준일 뿐입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렉서스의 주행 특성이 유럽 시장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강한 인상 (디자인)만으로는 해결이 될 거 같지 않네요.


잘 보시면 알겠지만 제타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유럽산 고급 브랜드들이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독일의 고급 차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르쉐, 아우디, BMW, 벤츠가 독일인들에겐 국산차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차만 좋다면,  독일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성이 높다 판단되는 자동차라면 앞서 언급했듯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볼보의 특정 모델 (XC60)은 경쟁력이 있다고 시장이 판단했기에 월 천 대 이상은 팔리고 있고, 잠깐 언급했지만 에스컬레이드 같은 캐딜락 대형 SUV는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함으로써 존재감을 줘 그나마 꾸준히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현대가 잘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분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네요. 일단 성능과 스타일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자기 색깔을 낼 수 있어야 독일 고급 차들이 득세하는 이 시장에서 존재의 이유를 그나마 강변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쌍용차의 고전과 스팅어의 미래

그 외의 경우라면 쌍용자동차도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로디우스가 12대 팔렸는데 8월까지 총 96대 수준을 보였고 티볼리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티볼리는 8월까지 올 전체 판매량은 802대인데 렉스턴 (8월까지 총 757대)과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누차 이야기를 하지만 티볼리의 약진도 필요하지만 렉스턴의 버팀도 참 희한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캐딜락, 인피니티, 그리고 렉서스에게 독일은 참 야속한 시장입니다. 아, 그리고 지난 8월부터 독일에서 팔리기 시작한 기아 스팅어는 첫 달 6대의 신차 등록이 이뤄졌네요. 스팅어 판매량도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