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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디젤 배출가스 르노 최악, 현대∙기아도 하위권

얼마 전 독일 환경단체의 1년 반에 걸친 실도로 테스트를 통해 유로 6 디젤 자동차들이 실제로 질소산화물(NOx)을 얼마나 뿜어내는지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결과를 보면 피아트와 포드, 그리고 르노 모델들이 많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보였는데요. 독일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폴크스바겐이나 BMW 등이 왜 디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번에 소개해 드릴 또 다른 테스트 결과는 그런 추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사진=ADAC


 검증, 또 검증으로 드러난 결과

1,800만 명 회원의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는 예전부터 자체적으로 연비나 배출가스 수준 등을 측정해 공개해 왔습니다. 최근 이 클럽이 2013년부터 실시한 에코 테스트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총 188개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측정했고 이를 제조사별로 평균을 낸 것이죠.


아데아체는 우선 새로운 연비측정법(WLTC)에 맞게 실험실에서 테스트했습니다. 기존의 측정법(NEDC)은 9월부터 사라지기 때문에 미리 새 연비법에 대응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신연비측정법보다 더 까다로운 아데아체 자체 테스트(BAB 130) 방식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는 실제 도로로 이어졌습니다.

RDE 테스트 장면 / 사진=아데아체


 일단 강화된 두 개의 실험실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유로 6 디젤차 모두와 무작위로 선정한 기타 디젤차들에 이동측정장치를 달고 테스트 구간을 달렸습니다. 실험실 점수가 좋았어도 실도로 테스트 (RDE)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면 실도로 측정 결과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낮은 점수로 평가됐습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조사별 평균 배출량을 보기에 앞서 우선 가장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았던 10개의 모델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 많았던 모델 10

1위 : 르노 트래픽 그랜드 콤비 dCI 145 Expression 2.9t (1,042mg/km)

2위 : 르노 탈리스만 dCi 160 intens EDC (932mg/km)

3위 : 다치아 더스터 dCi 프레스티지 4x4 (921mg/km)

4위 : 르노 그랑세닉 dCi Bose Edition EDC (896mg/km)

5위 : 다치아 산데로 스텝웨이 프레스티지 (889mg/km)

6위 : 지프 레니게이트 2.0 멀티젯 Limited Active 자동변속기 (875mg/km)

7위 : 르노 그랑세닉 dCi 130 Bose Edition (772mg/km)

8위 : 현대 싼타페 2.0 CRDi 스타일 2WD (747mg/km)

9위 : 르노 캡처 에너지 dCi 90 Intens (725mg/km)

10위 : 푸조 5008 블루HDi 150 Allure (700mg/km)

가장 많은 배출량을 보인 트래픽 그랜드 콤비 / 사진=르노


10개 모델 중 르노와 르노 계열사인 다치아까지 포함해 총 7개 모델이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계열의 지프가 1개, 현대 싼타페와 르노 5008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르노의 디젤차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비단 이 테스트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측정 결과에서도 르노는 과배출 목록에 이름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혹시 유독 르노 모델들만 많이 테스트한 건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조 그룹별 나온 질소산화물 평균치와 몇 개의 모델이 테스트 되었는지를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위 : BMW/Mini (평균 배출량 141mg/km, 테스트 차량 총 36대)

2위 : 폴크스바겐 그룹 (평균 배출량 146mg/km, 테스트 차량 총 44대)

3위 : 메르세데스 (평균 배출량 149mg/km, 테스트 차량 총 21대)

4위 : 오펠 (평균 배출량 236mg/km, 테스트 차량 총 11대)

5위 : 마쯔다 (평균 배출량 250mg/km, 테스트 차량 총 10대)

6위 : 재규어/랜드로버 (평균 배출량 255mg/km, 테스트 차량 총 6대)

7위 : 푸조/시트로엥 (평균 배출량 263mg/km, 테스트 차량 총 12대)

8위 : 볼보 (평균 배출량 364mg/km, 테스트 차량 총 7대)

9위 : 현대/기아 (평균 배출량 421mg/km, 테스트 차량 총 13대)

10위 : 포드 (평균 배출량 488mg/km, 테스트 차량 총 10대)

11위 : 피아트/알파로메오/지프 (평균 배출량 561mg/km, 테스트 차량 총 4대)

12위 : 르노/다치아 (평균 배출량 684mg/km, 테스트 차량 총 14대)

질소산화물 평균 배출량 순위 / 제공=ADAC


제조사 평균 배출량 결과에서 역시 르노 그룹이 전반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또 배출가스 프로그램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피아트와 포드도 평균이 좋지 않았고 현대와 기아, 그리고 볼보 등도 걱정스러운 수준을 보였습니다. 반면에 신연비 측정법 기준으로 2019년까지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168mg/km를 맞춰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독일 제조사는 모두 기준치에 합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질소산화물 기준치 달성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달리 제조사 평균치가 아닌 모델별로 따지기 때문에 이 결과가 무조건 제조사에게 면죄부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독일 회사들은 디젤을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두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드러난 싼타페 /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평균 배출량이 높은 제조사 중 볼보의 경우 디젤엔진 개선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아예 디젤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마쯔다는 2019년부터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장점을 섞은 가솔린 엔진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이게 분명하다면 이들 역시 가솔린 엔진만으로도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디젤을 지금 당장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획기적인 방안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나머지 제조사들일 텐데요.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 푸조/시트로엥, 오펠, 재규어/랜드로버, 그리고 현대/기아는 어떻게 디젤차 배출가스 문제를 풀어갈까요? 이들 행보가 디젤 시장 변화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