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길을 가려는 볼보와 경쟁자들

지난 수요일, 볼보 최고경영자 하칸 사무엘손은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디젤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의 결정에 많은 이들이 놀랐는데요. 볼보는 왜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일까요?

사진=볼보


볼보는 계속 준비 중이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일종의 디젤 포기 선언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전조가 있었죠. 2016년에 볼보 회장은 하이브리드가 디젤 엔진을 10년 후 대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 바 있습니다. 디젤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에 투자하는 비용이 많고, 결국 이 비용이 차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나 제조사 모두에게 부담될 거라는 얘기도 곁들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8일이었습니다. UN 콤팩트 북유럽 네트워크 회의에서 하칸 사무엘손 회장은 자동차 생태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그리고 전기자동차가 볼보가 집중할 분야임을 밝혔는데, 직접적 표현만 안 했지 그의 발언 속에 디젤의 미래는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칸 사무엘손 회장 / 사진=볼보


볼보, 투자 대비 효율 고민했나?

이처럼 볼보는 꾸준히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차 등으로 회사의 중심축을 옮길 거라는 시그널을 보냈고, 결국 지난 인터뷰를 통해 공식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볼보가 디젤 엔진을 더 개발하지 않기로 한 것은 큰 결단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결정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볼보의 주력은 유럽에서는 왜건, 한국 시장 등에서는 SUV 등이고, 모두 디젤 엔진이 중심에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많이 파는 XC60 등은 디젤 비중이 높은 모델인데 과연 그 자리를 순수전기, 또는 하이브리드로 제대로 채울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염려하는 이들의 주장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 긴급 설문조사 


질문 : 볼보의 디젤 포기 선언, 당신의 의견은?

볼보의 선택은 옳다. 디젤은 더럽다 ( 40%, 1925명)

디젤이 없다면 볼보에겐 문제가 된다 (42%, 2,011명)

볼보의 선택에 관심 없다 (18%, 855명)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우선 CEO가 직접 밝힌 것처럼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맞서기 위해 엔진 및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 등을 개발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결국 이 부담은 차 가격에 반영이 고스란히 될 테고, 그렇게 되면 디젤차의 경쟁력은 떨어져 노력한 것과 달리 투자 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없게 됩니다.


더군다나 하칸 사무엘손 회장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대응뿐만 아니라 가솔린과 디젤을 모두 포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현 130g/km에서 2021년부터 95g/km) 또 다른 고민거리를 언급하기도 했죠. 현재 볼보의 판매에 따른 이익 규모로는 이산화탄소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배출 모두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디젤 D3/D2 엔진 / 사진=볼보


볼보의 부담

디젤 게이트가 2015년 터진 이후 유럽 곳곳에서는 올 9월부터 실행되는 배기가스 실주행 테스트에 맞춰 실제 도로를 달릴 때 디젤차들이 얼마나 배출가스를 내뿜는지를 공개하기 시작했죠. 당시 독일의 아데아체, 그리고 독일 매체 의뢰로 영국 전문 기관 등의 실주행 테스트에서 볼보는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는데요.


아데아체 테스트에서는 볼보 S60 D4가 제한치보다 17배 이상을, 영국 기관 테스트에서는 볼보 XC90이 9개 모델 중 7위를 차지하는 등, 실망스러운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이런 실배출량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는 게 볼보에겐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소비자가 떠안을 가격 상승의 부담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EU가 요구하는 배출가스 기준치를 당장 9월부터 맞출 수 있겠느냐는 점도 남모를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사진=볼보


볼보와 다른 선택을 한 제조사들

어쨌든 볼보의 선언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고,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긴장과 고민이 어느 수준인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2024년부터는 기존의 디젤 생산 라인이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볼보와 다른 선택을 한 제조사들도 있습니다. 정확히 2주 전이었죠. 폴크스바겐 그룹이 내연기관 연구 개발에 12조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디젤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EU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충분히 맞출 것이라는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오히려 디젤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폴크스바겐의 디젤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확인됐습니다.


기술과 자본이 충분하기에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물론 기존의 내연기관을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 가능한 게 아닌가 싶네요. 또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전기차는 물론 디젤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실제로 벤츠 디젤 엔진의 개선도 뚜렷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측정기를 달고 RDE 테스트를 진행 중인 모습 / 사진=PSA


그밖에 디젤 엔진 노하우가 깊은 푸조 시트로엥 역시 적극적으로 디젤 배출가스 정책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입니다. 볼보와 같은 디젤 엔진 포기 전략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곳이 늘어날 수 있는 반면, 독일 제조사와 프랑스 PSA 등은 디젤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아직은 단정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디젤이 자동차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젤은 갈수록 위축이 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판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제조사들은 어떤 선택을 이어갈까요?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또 어떠할까요? 생존을 위해 디젤을 포기하려는 자와 디젤을 끌어안고 가려는 자, 양쪽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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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젤마니아 2017.05.22 10:32 신고

    벤츠와 폴크스바겐 등은 자본력의 규모가 크기도 하고, 기존의 디젤엔진도 배출가스 규제 기준에 그럭저럭 맞출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디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볼보는 이들 회사에 비해 자본력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기존의 디젤 엔진이 배출가스 부분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였기에, 규제를 따라가기에 너무 벅차므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볼보는 트럭이나 중장비 부분이 사업 규모가 큰데, 이건 어찌할 것인지 모르겠네요.
    또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 계획을 세울지 궁금해 집니다.
    어쨌든, 디젤 부분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큰 몇몇 회사만 살아남는 구조로 가겠네요...

    • 자본력을 갖춘 독일 브랜드들이 디젤 점유율을 더 올릴 거 같긴 합니다. 다만 가솔린보다 디젤에 대한 압박이 더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은 디젤에겐 부담인 것은 분명하겠죠.

      트럭과 버스 등도 전기와 자율주행이라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10년 후에는 디젤 엔진용 대형차량과 전기차용 대형 차량의 공존이 어느 정도 비율을 갖고 이뤄질 수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 완전히 어느 한편으로의 재편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 겉보리 2017.05.22 18:43 신고

    모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꽤 긴 시간 디젤차들이 유럽 등에선 유지될 텐데, 볼보가 어떻게 이와 경쟁할지도 궁금해지네요.

  • 인천gt 2017.05.22 23:18 신고

    개인적인 생각는 디젤은 절대 버릴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에서 환경보다 돈이 우선인걸 확실히 보여주는 사건들이 지금도 너무 많이 일어나고 앞으로도 일어나죠.

    전기차도 배터리기술의 혁신이 없으면 날씨와 환경에 너무나 많은 태클에 걸리죠 지금도 전기를 전세계 70% 가 마음껏 쓰지 못합니다 . 아직 멀었다는거죠 . 벤츠 폭스 프랑스 업체들이 아직은 디젤이 눈앞의 돈이되니 디젤을 선택하는거겠죠. 제 생에는 디젤차는 유지될것 같네여ㅎㅎ

    과연 누구의 선택이 기업에 더 많은 이득을 줄런지 지켜보는것도 즐겁네요 ㅎ

    스다님 항상 수고가 많으세요!!ㅎ

    • 유럽의 디젤이 무너지면 실질적으로 디젤의 시대가 무너지는 걸로 봐도 될 겁니다. 그리고 지금 유럽은 디젤뿐 아니라 내연기관 자체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이고,이에 따라 노르웨이나 네덜란드 등은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진 않을 거라 봅니다. 뚝에 구멍이 뚫리면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걸 테니까요. 암튼 볼보의 이번 선언은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분명 디젤 시대가 예전만 하지 못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은 예전부터 2050년을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의 시기로 보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

  • 금보 2017.05.23 00:40 신고

    벤츠 : 싸구려 경운기디젤은 한국에 다팔겠다

  • 업자3 2017.05.23 09:13 신고

    볼보의 고민은 많은 중/소(?) 업체들의 고민입니다. 2020년부터 시작되는 RDE step2 (유로6d) 이후를 어떻게 대비하느냐의 문제이지요. 2024년 즈음엔 더욱 강화된 규제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개발, 투자를 생각하면 지금이 장기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볼보는 신엔진을 내어 놓은게 2년 남짓 되었으니 엔진 개발 주기와도 대략 맞아 떨어져 보이네요. 볼보는 장기 플랜에 디젤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업계의 기술 발전과 시장 상황에 따라 향후 전략을 바꾼다고 해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현재 전동화의 흐름과 배출가스 규제 강화가 디젤의 미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는데 볼보 정도의 규모에서는 모험을 하기 어렵겠죠. 자율주행이나 전동화 측면에서도 뒤쳐지면 안 되니까요..
    디젤의 파이가 줄어들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백기를 들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업체가 파이를 독차지한다면 투자의 가치는 있다고 보이고, 독일 3사의 생각이 이러하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 네. 말씀하신 내용과 제가 생각하는 것도 같습니다. 결국 자본력이 되는 독일 메이커들이 디젤을 주도할 듯하네요. 다만, 예전 만큼의 디젤의 영향력은 아닐 테고, 결국 과도기 시장의 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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