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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이들 태우고 이렇게 운전한다.’ 프랑스인들의 고백

운전대를 잡으면 평소의 모습과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거친 욕설이 나오는가 하면, 신경질적으로 경적음을 울리고, 가끔은 과격하게 운전대를 꺾는 등, 이래저래 화를 참지 못하는 자신을 드러내게 되죠.


혹 동승자라도 있다면 어떨까요? 특히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욕설이나 거친 운전을 하는 등,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자녀들이 느낄 부정적 감정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사진=오펠

얼마 전 프랑스의 한 재단(VINCI-Autoroutes)이 이런 과격한 운전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8세~16세의 자녀를 둔 운전자 1,000명 이상이 대상이었는데요. ‘가족을 태운 채 운전하는 나는 모범적 운전자인가’라는 질문에 답변들을 내놓았습니다. 무엇을 물었고 어떻게 답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죠.

질문 : 가족을 태우고 운전할 때 평소보다 속도를 줄이는 편인가?

대답 : 그렇다 (68%)


질문 : 동승한 상태에서 화를 자주 내나?

대답 : 그렇지 않으려 노력한다. (66%)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답변과 함께, 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된다는 솔직한 답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혼자일 때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운전을 한다는 답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아이들 보기에 안 좋은 운전을 했다고 답했을까요?


늘 그렇지는 않지만 제한속도를 잘 안 지킨다 (77%)


방향지시등 사용을 가끔 잊는다 (59%)


보행자가 횡단할 때 멈추지 않고 지나갈 때가 있다 (38%)


아이들의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22%)


짧은 거리를 운전하고 갈 때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다 (11%)

프랑스도 독일만큼 안전띠 착용률이 높은 나라입니다. 앞뒤 좌석 모두 95% 수준에 다다르죠. 그럼에도 이처럼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또 안전벨트를 아예 하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2014년에 프랑스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34%가 안전띠 미착용 상태였고 독일도 교통사고 사망자 중 20~30%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탑승자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비교적 철저하게 안전띠를 하는 이런 독일과 프랑스에서조차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안전띠 착용에 대한 지속적 홍보와 단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사진=폴크스바겐


이번엔 휴대폰 사용과 관련해 별도의 항목이 마련되었는데요. 이 부분도 결과를 보면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차량 내 스피커폰을 이용하거나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휴대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운전 중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를 받는다 (44%)


운전을 하다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31%)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읽거나 보내기도 한다 (29%)

특히 35세 이하의 젊은 부모의 경우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높았고 응답자의 42%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읽는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률보다 훨씬 높죠? 스마트폰 사용이 많거나 익숙한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운전 중 사용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음주운전하면서 사고 안 낸다고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는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동 및 청소년 정신의학 전문가인 다니엘 마르셀리 교수는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에겐 자동차가 두 번째 집이나 마찬가지다. 자동차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지만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종종 다른 운전자처럼 행동을 한다. 운전에 재미에 빠지며, 자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DAC


그 외, 장거리 운행을 할 때 밤늦은 시간이나 혹은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 역시 아이들에겐 도움이 안 된다고 전문가는 충고했습니다. 먼 길을 갈 때는 자주 쉬어주고, 운전 중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지 않게끔 말이나 운전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결국 가족과 동승했을 때만 조심 운전을 할 게 아니라 평소에 안전 운전을 위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전하는 아빠, 운전하는 엄마의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에게 교육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늘 질문에 여러분도 각자 답을 해보시고, 그리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