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난 것도 통계화해 이목을 끄네요. 독일에는 대표적 자동차 매매 관련 사이트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모빌레(MOBILE)이고, 또 하나는 아우토스카웃24(AUTOSCOUT24)라는 곳입니다. 신차는 물론 중고차부터 클래식카까지 없는 게 없는 곳인데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주로 이용합니다. 모빌레의 경우 가끔 재밌는 보도자료를 내놓아 주목을 받는 편이죠. 어쨌든 두 곳 모두 유럽 최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모빌레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가 재밌었는데요. 지난해 이 사이트를 찾은 사람들에 의해 많이 '장바구니 담기'가 된 자동차가 무엇이었는지를 공개한 것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상단에 'Parkplatz(파크플라츠)'라는 단어로 표시돼 있는데, 원래 뜻은 '주차공간'이지만 이 사이트에서는 장바구니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빌레 홈페이지 캡처
관심 있는 매물이 있을 때 여기에 넣어 뒀다가 언제든지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연락할 수 있죠.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저장이 되기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모빌레는 특정 모델이 개인 또는 딜러에 의해 등록될 때마다 그 매물이 장바구니에 담긴 평균 횟수를 조사했고, 상위 10개 모델을 이번에 공개한 것입니다. 예상 밖의 차들이 조금 있었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우선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장바구니 담기'된 자동차 top 10
10위 :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사진=페라리
현재 판매되고 있는 페라리 양산형 모델 중 가장 상위급인, 그러니까 플래그십 모델입니다. 740마력을 내는 V12 엔진이 장착돼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340km/h이고 0=100km/h는 3.1초로 경쟁 모델이랄 수 있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보다 0-100km/h가 약간 느리지만 고속 주행 시 진가가 발휘된다고 알려진 스포츠카입니다.
아벤타도르가 정색을 하고 있다면 F12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한 느낌인데요. 이번 조사에서는 매물당 평균 169회 장바구니에 담겨 10위를 차지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평균 모델별 판매가는 339,590유로로 1,250원 환율 기준으로 보면 약 4억 2천만 원 정도 됩니다. 독일에서 신차 판매 시작가는 269,518유로(약 3억 4천만 원)인데, 필요한 사양 넣다 보면 억억거리며 가격이 뛰어 올라가겠죠?
9위 : 맥라렌 675 LT
사진=netcarshow.com
페라리 F12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맥라렌 650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500대 한정판 모델입니다. 675마력에 8기통 엔진이 들어가는데 0-100km/h는 F12보다 조금 빠른 2.9초를 보입니다. LT는 1997년 르망 내구 레이스에서 우승했던 F1 GTR에 붙여진 별명 롱테일의 약자라고 하죠. 최고속도는 쿠페가 330km/h, 스파이더가 326km/h입니다.
영국인들은 맥라렌이 아닌 맥클라렌으로 발음을 하기 때문에 저도 늘 쓸 때마다 어떻게 표기를 해야 하나 고민스럽습니다. 누구처럼 제가 맥클라렌이라고 썼다고 비웃지 마시고 그냥 병행 표기 인정하면 좋겠네요. 675 LT 얘기하다 엉뚱한 곳으로 흘렀는데요. 이 모델은 매물당 175회 장바구니에 담겼고 해당 사이트에서의 평균 판매가는 455,753유로(약 5억 7천만 원)였습니다.
8위 : 오펠 코모도어
사진=favcars.com
오펠 코모도어는 1967년 처음 나왔던 클래식카입니다. 코모도어 A (67-71년), 코모도어 B (72-77년), 코모도어 C (78-82년)까지 등장했었죠. 6기통 엔진이 들어갔고 오펠 대표적 모델인 레코드의 상위 버전쯤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모도어 B가 나왔을 때 함께 등장했던 게 오펠 레코드 D라는 자동차였고, 이 레코드 D는 바로 대우 레코드 로얄의 기초가 된 차로 배우 로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추억 속에 잠시 빠져든 분 저기 보이네요...ㅎ
이 차는 매물당 175회 평균 장바구니에 담겼는데, 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서 모빌레 사이트 내에서는 평균 약 1천 2백만 원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확인해 보니 스무 대 이상이 매물로 나와 있고, 5천 유로부터 2만 유로 수준까지 가격도 폭넓게 분포돼 있습니다.
7위 : 닛산 GT-R
사진=닛산
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닛산의 스포츠카죠. 흔히 직빨에서는 포르쉐 911도 이긴다고 하는 가성비 최고 수준의 스포츠카입니다. 운전이 쉽고 관리도 쉬운 편이고 가격도 다른 고가의 스포츠카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라서 여전히 오래된 모델도 많이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언제든 200대 수준의 매물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데요. 매물당 평균 장바구니 등록은 179회였고 평균 매매가는 83,898유로(약 1억 원)였습니다. 스타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 마음 뺏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라도 한 번 아우토반을 질주해 보고 싶기는 하네요.
6위 : 람보르기니 우라칸
사진=netcarshow.com
가야르도 후속으로 나온 우라칸은 10기통 엔진을 달고 있고 610마력에 최고속도 325km/h까지 낼 수 있습니다. 확실히 독일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람보르기니는 인기가 높은데요. 이런 순위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는 듯합니다. 저는 약간 순화된 디자인이 참 좋더군요.
하지만 처음 우라칸이 등장했을 때 람보르기니 특유의 맛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있었고 너무 대중성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주행 성능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이라는 거죠. 매물당 장바구니에 담긴 평균 횟수는 185회였고 사이트에서 판매 평균가는 약 2억 9천만 원입니다.
5위 : 비즈만(Wiesmann) MF5
MF5 로드스터 / 사진=netcarshow.com
이름 딱 보면 독일 브랜드라는 게 느껴지시나요? 1988년 설립된 고급 수제차 회사였지만 201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죠. 짧은 기간이었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모델들을 내놓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MF5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독특하게 도마뱀 모양의 로고를 사용했고 스타일은 주로 옛날 30-40년대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MF5는 2007년 공개됐는데 BMW 8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 555마력까지 힘을 냈습니다. M5보다 운동 성능이 좋았는데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등을 이용해 매우 차체가 가벼웠습니다. 매물별 장바구니 담기는 평균 189회였고 사이트에서의 판매가는 평균 247,519유로(약 3억 1천만 원)였습니다.
4위 : 사브 9-7X
사진=netcarshow.com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생산된 사브의 중형급 SUV였죠. GM 그룹에 속했던 시절이라 미국형 V8 엔진이 장착됐지만 제법 다양한 고급 사양이 적용되는 등, 사브다운 면도 유지하려 했던 모델이었습니다.
주로 미국에서 소비가 됐고 유럽에는 일부 국가(스웨덴, 네덜란드, 이태리 등)에서만 판매가 됐기 때문인지 독일에서는 이 차가 많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지금도 단종된 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네요. 사브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사브의 여러 단종 모델들 구매는 계속 이뤄질 것입니다. 매물당 평균 207회 장바구니에 담겼고 평균 매매가는 약 13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3위 : 아우디 RS2
사진=favcars.com
RS 아반트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RS2가 3위에 올랐습니다. 포르쉐가 경영난으로 돈벌이(?)에 한창인 시절, 아우디와 협력해 RS2를 설계하고 조립까지 마무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나온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릴에 아우디와 RS 마크 외에 포르쉐 표시까지 붙어 있었을 정도였죠.
2900대 이하로 한정 생산됐는데 5기통 엔진의 강력함이 잘 발휘됐던, 엔지니어링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최고속도는 262km/h였고 거의 유럽 내에서만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발터 뢰를이 이 차를 보고 패밀리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스포츠카 혈통의 성능을 보여준다고 했고 엔진, 주행성, 제동력 등 모든 게 균일한 수준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매물당 평균 214회 장바구니에 담겼고 사이트 내에서 평균 판매가는 약 5천만 원 수준입니다.
2위 :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 사진=netcarshow.com
우라칸의 상위 모델이자 무르시엘라고의 자리를 이어받은 강력한 스포츠카죠. 페라리 F12, 맥라렌 650S의 경쟁모델로 역시 0-100km/h는 2.9초, 최고속도는 350km/h까지 도달합니다. 람보르기니의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카본과 알루미늄을 사용해 가벼운 차체는 경쾌함을 더하고 있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독일 청소년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스포츠카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매물당 평균 267회 장바구니에 담겼고 사이트에서의 평균 매매가격은 431, 723유로(약 5억 4천만 원)였습니다.
1위 : 부가티 베이론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 사진=netcarshow.com
다양한 기록을 갖고 있는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 시론의 등장으로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베이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 차를 누구나 온라인 상에서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매물이 나온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지금도 해당 사이트에서는 베이론이 매물로 16대나 올라와 있습니다. 백만 유로 이하의 가격대에서부터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 블랙 카본 에디션의 경우 345만 유로, 그러니까 한화로 약 43억에 매물로 나와 있네요. 매물당 장바구니에 담긴 평균 횟수는 672회로 2위와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평균 매매가는 226만 유로(약 28억 원)였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네요.
잘 보셨나요? 결과가 참 재밌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구매가 가능한 모델도 있었지만 대부분 순위 안에는 수억 원 이상의 고가 모델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부가티 베이론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과연 실제 구매자들이 얼마나 됐을까 싶지만, 많은 이들이 언젠간 구매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꿈을 갖고 장바구니에 담은 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다면 저도 하나 담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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