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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한겨울, 전기자동차 타기 찜찜한 이유

전기차, 모델에 따라선 미세하게나마 유해가스 발생(배출이 아닌)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순수 전기차는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에서 자유롭습니다. 내연기관보다 인체와 환경에 유익한 구조를 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전기차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배터리가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 제 역할을 못 하는 점은 활성화의 또 다른 장벽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한 번 완충으로 최대 주행거리가 겨울과 그렇지 않은 계절 사이에 편차가 제법 크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독일의 한 일간지가 직접 테스트를 한 내용이 있어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3 / 사진=BMW

독일 유력 일간지 디 차이트는 BMW i3를 가지고 지난 열흘 동안 주행거리 테스트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주라면 독일 전역이 꽁꽁 얼어붙었던,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서 15도 이하까지 떨어졌던 때였는데요. 흔한 추위는 아니었지만 이럴 때 전기차는 충전으로 얼마나 달릴 수 있었을까, 궁금하긴 합니다.

신형 i3는 구형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향상된 게 가장 큰 변화였는데 현 유럽의 연비측정(NEDC)법 기준으로 22kW에서 33kW로 바뀌면서 기존 190km에서 300km까지 최대주행 거리를 늘렸습니다. 다만 이 거리는 새로운 연비측정법이 도입되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BMW는 궂은 날씨 상태에서도 최대 190km까지는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은 나와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디 차이트에 따르면 추운 출근길 아침, 완충된 상태에서 세 가지 주행 모드 중 '에코 프로'로 설정했을 때 디스플레이에 찍힌 주행 가능거리가 140km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또 가장 연비에 최적화된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에서조차 겨우 160km를 달릴 수 있다는 표시가 떴다고 했습니다. 이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의 경우 주행 최고속도는 시속 90km/h로 제한되며 무엇보다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컨을 쓸 수 없게 바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콤포트' 모드의 경우 에코 프로 모드보다 약 10% 더 주행 가능 거리가 줄었다고 했습니다.

i3 / 사진=BMW

실제 300km의 거리를 달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강추위 속에서는 그보다 더 못한 결과를 보였으니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추운 겨울철에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리튬 이온 전지 안에 포함되어 있는 전해질 (리튬 이온을 이동시키는 물질)이 끈적해지는 등 변형되기 때문이라고 디 차이트는 전했습니다.

전해질이 현재는 대부분 액체 형태로 되어 있는데 온도에 의해 상태가 변형이 오고, 이것이 배터리의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다 보니 170마력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속도가 7.3초나 된다고 했지만 추운 겨울에는 디 차이트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당나귀' 수준으로 느려졌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나 배터리 방식에 따라 모델별 편차는 다소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전해액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배터리 제작업체와 학계 등은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i3 / 사진=BMW

액체 상태가 아닌 젤이나 아예 전해질을 고체화해 고온에서의 폭발 위험까지도 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 에어 배터리 등,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은 진일보한 형태도 꾸준히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어쩔 수 없이 주행 거리의 감소와 주행 성능 하락 등의 불편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또 한 가지, 해당 기사에서는 낮은 기온 탓이었는지 15km의 거리를 달렸음에도 디스플레이에 배터리 상태에 대한 어떤 변화도 표시가 안 됐다며, 이런 점은 소비자들이 과연 내가 이 차를 끌고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전기차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충전 인프라를 자주 언급합니다. 하지만 역시 배터리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자동차로서의 경쟁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하며, 멀리 갈 수 있는' 그런 전기차가 될 수 있는 전지 기술의 발달과 안착, 이것이 전기차 시대를 대중화할 핵심이 아닌가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