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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급발진과 에어백 문제 정면 도전한 고등학생들

자동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지만 어떤 제조사도 이를 자동차 결함에 따른 사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충돌사고 시 에어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큰 부상을 당하지만 이 역시 제조사는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결국 소비자가 직접 나서 기계적 결함임을 증명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결함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름 진행이 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는 고등학생들도 있습니다.


자동차 급발진 및 에어백 미전개라는 큰 이슈를 연구활동 프로젝트 주제로 삼은 대구 시지고등학교 1학년생 4명이 그 주인공으로, 도대체 어떤 친구들이고, 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해드림(sundream)팀의 팀장이었던 정성우 학생을 중심으로 이메일로 인터뷰를 가져봤습니다. 


해Dream팀 지도교사(좌측 남,녀)와 학생들 /사진=해드림팀 제공


Q : 우선 팀원 소개 부탁

A : 정성우라고 합니다. 시지고등학교 1학년생이고 이번 프로젝트 논문 기획과 연구 담당을 맡았습니다. 또 그래픽과 편집을 담당한 김민재, 설문지 제작 및 분석을 담당한 우광엽,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심히 그림 그려준 디자인 담당 최현석 등 4명입니다. 그리고 선생님 두 분이 저희 팀을 지도해 주셨어요.


Q : 어떻게 해서 급발진과 에어백 오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A : 전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기술적인 부분들인데, 예를 들자면 "신형 스포티지는 서스펜션이 조금 더 단단하면 좋을 텐데." "엔진을 4단계로 분할해 컨트롤하면 어떨까?" "기어비가 조금 더 촘촘했으면..." 하는 등의 생각들을 합니다. 이런 식인지라 자연스럽게 급발진과 에어백 문제 등에 빠져들게 됐어요. 


Q : 연구 주제를 이렇게 잡았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A : 대부분 "쓸데없는 짓하고 있네." "그냥 공부나 하지 무슨 자동차 논문을 쓴다고." 등의 반응이었어요. (김민재) 그래서 더 열심히 연구를 하게 됐죠. (정성우)


Q : 팀은 어떻게 꾸려졌는지

A : 고등학교에 입학해 새로 친구들을 사귀는데 뭔가 지금 팀원들하고 삐리리~ 통하는 게 느껴졌어요.(웃음) 그런데 마침 학교에서 연구 논문을 쓴다고 해서 당장 달려가 신청을 했죠. 서로 관심사는 달랐지만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Q : 발표 때까지 기간, 그리고 프로젝트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

A : 올 4월 10일 시작해서 11월 4일에 끝났어요. 팀워크는 정말 좋았죠. 그런데 연구 주제가 자동차인 만큼 만져보고 뜯어보고 타보고는 등, 체험이 필요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자동차 영업점에 가서 논문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구해봤는데 대부분 거절하시더라고요. 고민 끝에 서울에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쪽에 이야기를 하고 방문했는데 거기서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습니다. BMW 드라이빙센터도 가고 싶었지만 시간도 안되고 너무 멀어서 거긴 포기했습니다. (정성우)


저는 좀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귀찮아 하지도 않고 존댓말 끝까지 해주시면서 정말 잘 도와줬는데 왜 영업점은 그렇게 거부들을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김민재)


또 어려웠던 건 사고차량의 EDR기록, 비사고차량의 EDR 기록을 추출해 연구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CDR이라는 장비가 필요해요. 그런데 이게 세계적인 B부품업체에서만 독점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해독SW+케이블 변환 어댑터+전원공급장치 포함한 HW 등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200만 원이 넘더라고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나와 있는 자료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정성우)


논문 안에 들어가는 이미지의 경우 하나하나 다 손으로 그려 스캔을 떠서 올렸는데요. 손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최현석)


해드림팀 논문 캡쳐 자료




Q : 운전도 했어야 하는데 누구 도움이 있었는지

A : 팀장 아버님께서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우광엽)


Q : 두 주제는 기술적 접근이 필요한데, 어떻게 공부했나

A : 차의 구조를 이해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에 처음 일주일은 미친 듯 자료를 모았어요. 또 차량정비지침서, 차량전장회로도와 같은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Q : 한 가지도 부담됐을 텐데 어떻게 두 가지를 같이 연구할 생각했나

A : 쉽게 이야기하면 이런 거죠. 운전자가 순정 상태의 자동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급발진이 생겼어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도 차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가속만 되죠. 그렇게 달리다 결국 건물 벽을 박고서야 멈춰요. 그런데 웬 걸? 폐차 직전까지 됐는데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겁니다.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고, 힘들지만 같이 해보자 마음 먹게 됐습니다. 


Q : 급발진 의심 차량 운전자와 목격가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던데

A : 총 100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만든 설문지 주소를 공유했고, 또 직접 설문지를 인쇄도 해서 찾아가 답을 얻어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직접 급발진 의심 차량 운전자 보다는 목격자가 더 많아서 그 점이 좀 아쉬웠어요. 응답 결과를 요약하자면, 80% 이상이 장애물과 충돌 후 차량이 멈췄고, 이 중 70%는 차량이 순정상태였습니다. (우광엽)


급발진 관련 설문 내용 / 제공=해드림팀 논문 캡쳐


Q : 여러분이 내린 급발진 원인과 해법이 궁금하다

A : 간단하게 정리를 해본다면, 스로틀 보디의 밸브 간섭, 스로틀 보디 쪽에 연결된 엑셀레이터 노후, ECU 제어장치와 각 부품들을 제어하는 모듈 사이의 연결하는 선에서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CAN 통신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해결 방법은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정성우)


1. 아날로그 방식으로 모든 연료가 차단 될 수 있게 만들어진 버튼을 대쉬보드에 장착

2. 기존 기어에 예비용 다른 기어를 하나 더 제작해 비상 시 중립기어로 쓸 수 있게 함

3. 엔진에 주입되는 산소를 차단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들어 장착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검색창에 '시지고 해드림 자동차'라고 치시면 사이트가 하나 나옵니다(sundreamcar.modoo.at) 거기서 보시면 돼요. (김민재)


*실제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해당 논문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Q : 에어백 미전개에 대한 분석 내용도 설명해달라

A : 자동차가 충돌사고를 당해 폐차 직전까지 가도 에어백이 안 터지게 되면 제조사들은 항상 "센서에 일정 충격량이 안 전해져서 그런 겁니다."라고 말을 해요. 결국 제조사 잘못은 없다는 건데요. 결국 에어백 미전개 사고 원인은 에어백 전개 유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터져야 할 시점에 안터지는 데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자세히 얘길 하게 되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괜찮으시다면 앞에 소개한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 공부하기 힘들었을 텐데

A : 석 달 정도는 엔진동력/에어백/ECU/회로도/센서작동/변속기 파트 등에 대해 엄청 열심히 공부했어요.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고 난 뒤엔 저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회로도도 바꿔 보고 도면도 그려봤습니다. 또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 또 에어백 센서 위치랑 에어백 센서 개수 등을 테스트했죠. 


직접 그린 회로도 / 제공=해드림팀


Q : 7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매달렸다. 논문 발표 후 반응은?

A : 사실 저희들끼리 조용히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게 좀 아쉬웠어요. 이슈를 만들 걸 그랬나 봐요. 신기하게 보는 학생들도 있었고, 이상하게 쳐다 보는 분들도 계셨죠. (우광엽)


전 아쉽게도 발표날 사정이 있어서 참석을 못했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잘한 것 같아요. (최현석)


Q : 다 마친 소감

A : 논문 처음 써봤는데 일단 팀원끼리 마음이 잘 맞았어요. 앞으로 이 경험이 논문 쓰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유익한 경험이었고, 팀원들한테 고마워요. (우광엽)


도면 그리는 데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시간을 지체한 게 팀원들에게 미안했어요. 다음에 논문을 쓰게 되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할 겁니다. (웃음) (최현석)


긴 말할 것이 없이 정말 좋았습니다. 돈 주고도 이런 건 못해요. (김민재)


처음에 자동차 관련 논문을 쓴다고 했을 때 엄청 기뻤어요. 저희는 학생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연구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죠. 중간 중간에 하드디스크가 하늘로 가시는(?) 바람에 논문을 몇 번 날려 먹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해냈고 뿌듯했어요. 친구들이 자랑스럽고 저희 도와주신 고영실 선생님과 안상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성우)


정성껏(?)만들어 보내 준 소개 사진을 그대로 올립니다 / 제공=해드림팀


Q : 마지막으로 자동차회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저는 제조사가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개발하고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실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겠죠. 그리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봐요. (정성우)


여러 통의 이메일 속에 학생들을 지도한 두 선생님의 소감도 담겨 있었습니다. 두 교사 모두 전적으로 학생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이런 학습이 의미 있었고 잘 해준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착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논문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다 보니 학생들 꿈에 비해 성적이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학교 공부와 논문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게 학교 현실이죠. 그래도 두 가지를 다 열심히 해준 학생들이 고맙고 기특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 들어갈 때는 학교 성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이처럼 자동차에 열정을 갖고 덤벼든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돼 그게 참 아쉽습니다. 알고 보면 성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꿈과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잖아요. 대학교에서 이 학생들의 꿈과 지식을 교과지식 보다 더 높게 평가해주셨으면 하는 게 지도교사인 저의 바람입니다." (안상준 교사)


학교 교과를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처럼 자동차에 열정을 갖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교 성적만으로 평가되지 않았으면 또한 좋겠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만드는 자동차, 이런 열정으로 만드는 자동차를 타는 기쁨을 꼭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드림팀의 꿈과 열정을,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