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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르쉐 마칸, 한국은 240마력 일본은 255마력

얼마 전 독일 자동차 전문지 기자 한 명이 자신의 SNS에 내년 봄 독일에서도 4기통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포르쉐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올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일반화된 4기통 엔진 소식이 뭐 대수인가 싶겠지만 포르쉐 고향 독일에선 이게 뉴스거리가 충분히 됩니다. 사실 포르쉐라는 스포츠카 브랜드는 911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6기통 박서 엔진만 장착하고 있죠. 한 때 4기통 엔진을 일부 모델에 쓴 적 있고 현재는 8기통 엔진까지 적용이 되기도 했지만 언제나 포르쉐의 상징은 6기통 박서엔진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마칸이 출시되면서 중국 시장 등을 목표로 4기통 엔진을 장착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거기다 어쩌면 내년에 포르쉐는 박스터 보다 작은 2인승 로드스터 모델을 내놓을지 모르는데 그 모델에도 4기통 엔진이 들어가게 될 거라고 합니다. 이제 포르쉐는 911과 카이엔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자사 모델에 4기통 직렬 엔진을 넣게 되는 것인데요. 오래 전부터 포르쉐를 좋아하는 골수 팬들 입장에선 이런 변화가 그리 달갑지 않겠지만 시장 확대를 원하고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작은 엔진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칸 / 사진=포르쉐

 

마칸 2.0, 국가별로 다른 엔진

마칸을 시작으로 4기통 가솔린 엔진이 넣기 시작한 포르쉐이지만 유럽에선 영국을 제외하면 어느 시장에서도 4기통 마칸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북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오세아니아주와 중동 역시 같습니다. 4기통 마칸이 가장 활성화 된 곳이라면 아시아와 남미일 겁니다. 대부분의 아시아/남미 국가에서 4기통 마칸이 판매가 되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왜 영국은 유럽에서 예외적으로 4기통 마칸이 판매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아시아와 남미에서만 주로 4기통 마칸이 판매되고 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냥 전략적인 차원이라는 정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어느 날 우연히 포르쉐 사이트에서 마칸 4기통의 제원을 보다 뭔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4기통 엔진 성능이 국가별로 달랐던 겁니다.


우선 한국, 터키,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은 174KW, 그러니까 237마력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있고, 영국을 비롯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등의 대부분 남미에서는 185KW, 그러니까 252마력의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일본과 중국은 영국처럼 252마력 엔진이 들어간 마칸을 팔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요?


237마력(174KW) 4기통 마칸 적용 국가

한국, 터키, 대만, 홍콩, 필리핀, 태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 외


252마력(185KW) 4기통 마칸 적용 국가

영국, 중국,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우르과이 외


마칸 / 사진=포르쉐


이유가 세금 때문?

갑자기 궁금증이 밀려 올라왔습니다. 같은 4기통 엔진인데 국가별로 엔진 성능이 다른 걸 적용한 이유는 뭘까 하고 말이죠. 처음엔 마력 표시가 hp와 ps의 차이에서 생긴 걸까 싶어 계산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237hp는 240ps로, 252hp는 255ps로 바뀔 뿐입니다. 큰 차이가 아닌 것이죠. 오히려 PS로 전환하면 두 엔진 사이의 마력 차이는 15마력으로 더 벌어지게 됩니다. 그 마력만큼 성능 차이는 나타날 수밖에 없죠.


제로백

240마력 마칸 : 6.9초

255마력 마칸 : 6.7초


최고속도

240마력 마칸 : 223km/h

255마력 마칸 : 229km/h


최대토크

240마력 마칸 : 350Nm

255마력 마칸 : 370Nm


이산화탄소 배출량

240마력 마칸 : 168-175g/km (한국은 199g/km)

255마력 마칸 : 167-172g/km 


같은 마칸 4기통 가솔린 엔진이 들어갔는데 왜 이처럼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고민 끝에 한국의 자동차 기자 한 분께 부탁해 포르쉐 코리아에 질문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답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독일 본사에서 보내온 답변이라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세금 이슈 때문에 엔트리급(4기통) 마칸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한 예로, 중국 시장의 경우 2.0리터 이상 엔진이 탑재된 차량의 세금은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일부 시장에 한해 높은 세금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마칸 기본 모델에 174KW 엔진을 탑재하였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으로 생산된 모든 마칸 기본 모델에는 185KW 엔진이 탑재되고 있으며, 최초 출시된 시장에도 185KW 엔진을 탑재한 기본 모델을 선보였다. 현재 전세계 마칸 기본 모델의 엔진을 185KW로 통합 중이다.'


답변을 보면 세금 문제로 4기통 마칸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곳에는 4기통 마칸을, 그 외 지역에선 6기통 마칸 S를 기본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청이 있는 지역에는 과거 174KW, 그러니 240마력 엔진이 들어갔는데 점차 185KW 엔진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답변이 의아했던 건 한국의 경우때문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할 때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240마력 마칸과 255마력 마칸의 배기량은 그렇다면 차이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1,984cc로 동일합니다. 개별소비세, 취득세는 물론 매년 두 번에 걸쳐 내는 자동차세 어디에서도 두 엔진 차이로 인한 세금의 불이익은 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같은 모델을 샀지만 한국 고객들은 중국이나 일본 고객들보다 성능에서 뒤처지는 마칸을 소유한 셈이 됩니다. 


처음에 240마력짜리 마칸을 한국에 들여왔고 이를 255마력의 마칸으로 바꿀 계획이었다면 지금쯤 벌써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처럼 255마력의 엔진이 장착돼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240마력 마칸을 판매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포르쉐 측 설명대로라면 한국에도 더 좋은 4기통 엔진이 달린 마칸이 언젠간 들어올 겁니다. 하지만 1억 씩이나 하는 거금을 들여 남 보다 일찍 마칸을 구입한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포르쉐 코리아는 마력 차이에 대해 성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걸로 너무 호들갑 아니냐 할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고 따질 줄 아는 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이라면, 제조사들은 더 긴장할 것이고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