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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다루는 IT 매체, IT 못 다루는 자동차 매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IT 전문 미디어에서 자동차 관련 소식을 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IT) 적용이 점점 많아지면서 일어나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첨단 제어 기술, 또 커넥티드 카처럼 인터넷과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한몸처럼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IT 매체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당연시 될 것으로 보입니다. 


BMW 7시리즈 신형의 계기반 모습. 디지털화, 복합화라는 흐름에 역시 충실한 결과물/ 사진=BMW

반면 자동차 전문 매체들의 IT에 대한 관심과 대응은 상대적으로 느려 보입니다. 자동차와 테크놀로지를 골고루 다루는 곳이 생기긴 했지만 처음부터 자동차 전문 매체로 출발한 곳들 대부분은 IT를 다루는 데 여전히 힘들어 하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자동차 전문지, 혹은 온라인 전문 매체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자동차와 IT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인적 구성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점점 첨단화 되어가고 있고, 점점 더 복잡한 제어 기술, 전자 기술 등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겉핥기 식으로 다루고 넘어가기에는 소비자들 수준 또한 높습니다. 


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경쟁에서 한 발짝이라도 앞서가기 위해서라도 이제 자동차 매체들의 IT 전문성 확보는 필연적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즐겨 보는 독일의 자동차 잡지들의 경우 이런 시대적 변화에 맞춰 변화를 꾀한 것이 몇 년 됩니다. 최근엔 인포테인먼트와 인터넷, 그리고 자율 주행과 전기차 소식만을 전하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놓기도 했죠.


독일 대표적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bild) 홈페이지의 '커넥티드 카' 카테고리의 모습/ 캡쳐=아우토빌트 홈페이지


아우토차이퉁의 전기차 카테고리 모습/캡처=아우토차이퉁

아우토빌트 같은 전문지는 비교테스트 등을 통해 그간은 차체/안락함/동력/주행 다이나믹/ 가격 및 환경으로만 나눠 결과를 공개했지만 최근에는 '커넥티드 카' 부분을 별도로 만들어 내비게이션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인터넷 등의 경쟁력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부분만 떼어 순위를 가려 트로피를 줄 정도로 중요하게 다룹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 엔지니어링만의 보석 같은 산물이 아닙니다. 갈수록 제어기술에 지배되어 갈 것이고 정보통신기술의 비중은 높아갈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잘 전하는 매체가 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잘 달리고 서는 자동차 본연의 모습과 IT 등의 첨단 가치를 균형감 있게 전하는 그런 전문 매체들이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저도 부족하지만 유럽 쪽 흐름을 전달하는 데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