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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접촉사고 미담, 여기도 있습니다


엊그제 자동차 접촉사고와 관련한 미담 기사 하나가 많은 분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접촉사고를 낸 운전자와 피해차량 운전자가 나눈 대화가 공개가 되었는데 60만 원 가량의 수리비를 피해차량 운전자가 받지 않기로 한 것이죠. 


젊은 가해차량 운전자의 입장을 고려해 피해차량 운전자가 자비로 수리를 하기로 했고, 대신 나중에 자신처럼 접촉사고를 당하게 되면 이 때 경험을 기억해 그대로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며 끝을 맺었습니다. 가해차량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가섰던 것이 피해차량 운전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요.


이 기사를 읽기 전 제목만 보고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회원으로 있는 더모터스타카페에 작년 여름 이와 매우 비슷한 이야기가 올라왔었기 때문이죠. 겉보리 회원님의 훈훈한 이야기를 재구성해 봤습니다.



# 1


  


"오늘 점심 때 양판점에 뭘 사러 갔는데, 주차해 놓은 제 차를 다른 차가 긁었습니다. 사고 차주가 양심적으로 사진까지 찍어 연락을 해왔더군요. 양판점 주차장에는 물론 CCTV가 있으니 그냥 갔더라도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

접촉 사고가 났다는 얘기가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올라 왔습니다. 다행히 가해차량 운전자가 연락을 해와 보험사끼리 연락해 사고 처리가 잘 되었겠거니 싶었죠. 그런데 다음 날 다시 겉보리님이 사고와 관련해 글을 올렸습니다.



# 2

"지난 토요일, 양판점 주차장에서 옆 자리에 주차하던 분이 제 차를 긁고 말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차에 놓고 내리느라 전화를 못 받았는데, 와서 보니 문자 메시지는 물론 긁힌 부분의 사진까지 찍어 보내줬습니다. 그의 문자 내용은 이렇습니다.


-제가 주차하다 실수로 선생님 차를 긁었습니다. 전화 안 받으셔서 문자 드립니다. 연락 주십시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나온 거라 저도 시간이 없어 견적을 내보고 월요일 (오늘)에 연락하기로 했죠. 1급 정비소 두 곳에서 알아보고 가해 차량 운전자와 통화했는데 목소리가 아주 젊었습니다. 예상 수리비를 말해주고 보험처림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보험처리가 힘들겠다며 다음 달 돈 마련되면 입금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사정을 해왔습니다. 문득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스물여섯입니다.  

-하시는 일은...?

-현재 군복무 중이고 간호사입니다.

-부사관인가요?

-아닙니다. 공군 의무병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차가 준중형이던데, 본인 거 맞으세요?

-아버지 차입니다. 휴가 받아 친구들과 놀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집에는 말씀 드렸나요?

-아직 말씀 못 드렸습니다.

-그래서 보험처리가 어려운 거군요?

-네. 죄송합니다.

-돈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요?

-친구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보태주기로 했습니다.


저 젊었을 때 생각이 났습니다. 교통사고 낸 적은 없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필요한 돈 마련하려고 쩔쩔맺던 일은 있었지요. 친구들이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 사고 수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OOO 씨가 나중에 내 나이가 돼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꼭 한 번 나처럼 상대를 용서해 주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네? 아, 아! 정말 감사합니다.


청년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이 약속을 기억할지 아닐지 모르지만 꼭 지키리라 믿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글을 쓴 겉보리님은 가해 차량 운전자 또래의 두 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아마 자식 또래 젊은이의 상황이 남다르게 와 닿았던 모양입니다. 겉보리님의 따뜻한 결정이 가해차량 운전자 입장에선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몇 시간 후 겉보리님은 다시 문자로 나눈 대화 한 토막을 캡쳐해 올려주었습니다.



# 3



"아까 그 청년과 대화하면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계좌번호를 알려준 탓에 이렇게 돈을 얼마 보내왔네요. 제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참 고마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청년은 틀림없이 좋은 어른이 돼 줄게 분명합니다. "


여기까지입니다. 훈훈하다 못해 코끝 찡해오는 마무리였죠? 필승이란 마지막 단어가 참 멋지게 느껴졌는데요. 바보처럼 잊고 있다 이제서야 이 얘기를 알리게 됐습니다. 이 번 기회에 접촉사고 미담들이 이어지고 더 많은 분들께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담 릴레이 해서라도 말이죠. 손해 보며 사는 게 바보 같이 사는 게 아니라는 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은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겉보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