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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유럽인들 꿈의 도로 아우토반 A7을 달리다


유럽은 수십 개의 나라가 땅의 경계와 경계가 맞닿은 채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륙은 다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로들로 얽혀있죠. 유럽인들은 이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이용 이웃나라로 여행 다니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럽 도로들 중, 각 국의 고속도로끼리 연결되어 있는 것을 '유럽고속도로'라고 부르는데요. 영어로는 International E-road network라고 합니다.


유럽 6개 나라를 잇는 E45

수백 개의 유럽고속도로들 중 대륙의 남과 북을 잇는 E45 도로는 특히 유명합니다. 전체 길이 4,920킬로미터로 종단 유럽고속도로로는 가장 길게 연결돼 있습니다. 핀란드와 스웨덴 경계를 출발해 다시 덴마크, 그리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타고 내려가 이태리 남쪽 시칠리아 지역까지 갈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로 돼 있습니다.


E45의 한 축인 아우토반 A7

제가 오늘 알려드릴 아우토반 A7은 이 E45 유럽고속도로가 독일 지역을 관통할 때 주로 이용되는 도로입니다. 덴마크와 독일의 국경 지역인 플렌스부르크에서 독일 남부의 세계적 관광지 퓌센까지 이어져 있고,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 단일 도로로는 가장 긴 962km 구간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 아우토반 A7의 백미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근처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 이어지는 약 300km의 구간이 아닐까 합니다.


아우토반 A7 전경 / 사진=스케치북



아우토반 A7은 왜 환상적인가

많은 유럽인이 이용하는 E45 유럽고속도로는 아우토반 A7의 뷔르츠부르크 구간까지 잘 타고 오다 아우토반 A3로 갈아타며 계속 됩니다. 그 덕에 뷔르츠부르크 이하 구간에는 유럽 곳곳을 누비는 화물차들을 상대적으로 적적게 만나게 되죠. 승용차 운전자들이 그만큼 쾌적하게 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죠. 차량 전체 이용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편도 2차로임에도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습니다.


또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도로 풍경이 좋아지며 여행객들 마음을 들뜨게 하는데요. 아우토반 A7이 끝나는 곳인 퓌센은 '노이슈반슈타인 성( Schloss Neuschwanstein)'으로 유명합니다. 흔히 백조의 성이라 불리는데, 실제로 이 지역은 백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루드비히 2세 역시 성 안 곳곳에 백조 상징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월드 디즈니의 상징인 성이 바로 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건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포르겐제라는 거대한 호수와 알프스 산맥, 그리고 백조의 성 등이 어우러져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아우토반 A7을 이용해 이 곳을 찾는데요. 관광 지역답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도시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노이슈반슈타인성 / 사진=스케치북


퓌센의 가정집/사진=스케치북

호수 포르겐제 전경 / 사진=스케치북





A7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 무한질주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아우토반 A7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속도 제한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용한 약 290km 구간도 공사가 진행 중인 몇 곳을 제외하면 겁이 나 못 밟을 뿐, 속도를 내는 데 어떤 제약도 없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300km나 되는 거리를 마음껏 질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물론  운전자들 사이에 약속된 주행법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독일 아우토반은 30% 정도가 법으로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20% 정도는 날씨와 도로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변동형 구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인 약 50% 정도가 무제한 구간인데요. 시속 130km/h를 웬만하면 지켜달라는 권고사항이 있긴 하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부산 3시간 만에 달리는 것

개인적으로도 아우토반 A7을 가끔 이용하는 편인데요. 이번엔 평소 보다 다소 빠른 시속 140~180km/h 사이에서 달려봤습니다. 이 속도로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 약 290km 구간을 달렸을 때 2시간 가량 시간이 소요됐는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부산을 간다고 가정하면 약 3시간 정도 걸려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독일 사람들 상당히 과속을 하는 것처럼 보일 텐데요. 앞서 얘기 드렸지만 아우토반에서는 속도가 빠른 만큼 철저하게 약속된 주행을 합니다. 또 도로 상태도 좋기 때문에 오히려 긴장감이나 피로도가 덜한 장점이 있습니다. 주행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교통사고도 많이 나지 않는 편이죠. 정말 말 그대로 질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로가 아우토반입니다.




A7의 아킬레스건, 환경

이처럼 멋진 아우토반 A7이지만 현재의 모습을 하기까진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실제 독일 남북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해야겠다는 계획은 이미 1926년에 이뤄졌습니다. 그 후 조금씩 조금씩 연장이 되어 왔는데요.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이 계획은 커다란 장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마지막 네젤방엥-퓌센 구간 건설이 환경보호단체와 지역 농부들의 거센 반발을 산 것입니다.


총 길이 23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편도 1차로의 국도로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한 것입니다. 2002년 독일 연방법원이 최종적으로 퓌센까지의 A7 건설 계획을 승인하며 30년 간의 대립이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30년을 협상 테이블에서 만난 양 진영의 인내와 노력도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하늘에서 본 아우토반 A7의 퓌센 지역 건설 당시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쾌속질주, 그 카타르시스의 유혹

속도 제한 없이 달릴 수 있고, 쾌적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변 여러 나라 운전자들도 아우토반 A7을 즐겨 이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곳을 달리고 싶어 퓌센을 찾는다는 네덜란드나 덴마크 운전자들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죠. 분명 유럽인들에겐 꿈의 도로가 맞지만, 그만큼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점도 생각하며 이용했으면 합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쾌속 질주가 주는 그 시원한 카타르시스 유혹을 앞으로도 쉽게 뿌리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아우토반 전경/ 사진=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