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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리콜이 부쩍 늘어난 4가지 이유

해가 바뀌었음에도, 자동차 메이커들의 리콜 행진은 멈출 줄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제를 숨기는 것 보다 드러내 공개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는 해도, 그래도 좀 심하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이 증가세가 단순히 심리적인 게 아니라는 게 수치로 확인이 됐습니다.

 

독일의 Center of Automotive Management (CAM)라는 곳에서 조사를 해봤더니 미국에서만 작년에 1,560만대가 리콜조치 당했습니다. 픽업까지만 포함된 숫자이구요. 2011년 보다 110만대 더 늘어난 결과입니다. 그런데 올해도 벌써부터 리콜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댓수 또한 몇 백 대의 수준에서 몇 십만 대, 심지어 백만 대 단위의 리콜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BMW (2009년형) 3시리즈 및 1시리즈 일부, Z4까지 총 57만 대가 미국에서 주행 중 시동꺼짐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리콜에 들었습니다. 배터리와 케이블 연결기 결함에 따른 것이라네요.

 

*중국에선 프랑스 르노 자동차의 다용도 차량 '콜레오스' 6만 대 이상이 리콜됐습니다. 이유는 연료센서장치가 부정확해 연료 잔량 표시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코롤라와 다른 모델들 합쳐 110만 대 가량이 리콜조치됐습니다. 에어백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IC칩 불량 문제라고 하는군요.


이밖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속된 말로 리콜엔 열외가 없다 보면 될 겁니다. 이제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이렇게 리콜이 많이 일어나는 걸까? 라는 의문을 안 가질 수 없을 거 같은데요. 앞서 소개한 CAM의 슈테판 브랏첼 이사는 4가지로 크게 원인을 나눠 설명을 해줬습니다.

 

 

1. 차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요즘 나오는 차들은 대부분 스탑 & 고 기능 같은 게 있죠. 거기다 점점 늘어나는 옵션에 따른 각 종 복잡한 배선들, IC칩들, 센서 역할도 수행하는 각 종 카메라 렌즈들 등등. 옛날 차들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을 만큼 차가 복잡해지고 예민해졌습니다. 자동차가 수행할 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건데, 할 일이 많다 보면 구멍이 생길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됩니다.

 

거기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도 리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만 사실 이런 경우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 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차를 팔기 위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다양성(여러 기능들)을 부각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들의 요구가 드세 그 걸 받아 내느라 벅차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자기기화 되어 가는 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되지 않을까, 우울한 예상을 하게 됩니다.

 

 

2. 제품 개발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엔 자동차가 새로운 후임으로 교체되기까지 6~7년 정도는 걸렸던 걸로 압니다. 물론 모델에 따라 더 긴 것도 있고 조금 그 시기가 단축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략 저 정도면 맞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보세요. 신차 나오고 2년 정도 지나면 부분변경 모델 나오고, 그 다음에 다시 2년 정도 지나면 후임 세대를 바로 내놓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간을 갖고 차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시스템화 하는 연구 개발의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신차 출시 기간이 짧아진 건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고 하네요. 회사들이 서로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새 차 출시 일정을 좁히고 당기고 하는 등의 압박을 가하는 거죠. 그러니 일하는 직원들만 죽어나겠죠? 차가 헛점이 생길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커지는 부품회사들 역할, 관리감독 높여야   

요즘 대형 부품회사들이 완성차 조립에 관여하는 비율이 최고 75%까지 이른다고 하네요. 미션은 어디 거, 브레이크는 어디 거, 전자장비 중 터치 스크린은 어디 거...뭐 이런 식으로 부품업체들의 제품들을 모아 조립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거죠. 물론 부품에 따라선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업체에 개발을 의뢰해서 나온 것도 있고, 부품회사가 "우리 이런 거 개발했는데 한 번 써보실라우?" 이런 경우도 있고, 협업 과정은 다양합니다.

 

어쨌든 부품업체들의 비중이 높을수록 당연히 완성차 업체들은 각 모듈에 대한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가절감에만 너무 생각이 매몰되다 보면 이런 걸 못 보고 지나칠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쓰고 관리 감독해야 할 일이 많아진 만큼, 그 분야의 인력을 더 늘리고, 더 체계화 하는 것만이 리콜의 쓴맛을 안 보는 일일 것입니다.

 

 

4. 가격의 압박

마지막 경우는 리콜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암튼 대략 이렇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이 지상과제나 다름이 없습니다. 모르겠어요. 파가니 정도나 되면 원가 생각 안하고 예술작업하듯 차를 만들 수 있을까? 그 외의 대부분 양산 메이커들은 이 원가 줄이기와의 사투를 벌입니다. 거기다 다음 차는 빨리 만들어야 하죠. 결국 차량의 판매 가격에도 이런 요소들이 압박을 주게 됩니다.

 

무슨 얘기냐. 원가 절감은 해야겠고, 차는 빨리 만들어야겠고, 경쟁사회의 가격도 따져야하고...연구 개발 인력은 계속 충원이 되어야 이런 것들이 시간 안에 가능해집니다. 회사로선 지출되는 돈이 많아지겠죠? 그건 결국 어디에서 충당하게 될까요? 소비자의 주머니입니다. 

 

 

위의 4가지 내용을 쭉 보면, 큰 틀에서 어떤 한 단어에 집중이 됩니다. 바로 '경쟁'이죠.  소비자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메이커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해다오. 그러면 참 좋겠다. 이겁니다. 근데 회사들은 자기들끼리 너무 치고받으며 과열되는 나머지 이런 소비자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 증거가 부쩍 늘어난 리콜이 아니겠느냐는 거죠.

 

너무 교과서 같은 얘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자동차 회사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 많이 팔아 이윤 많이 남기는, 장사 잘하는 그저그런 자동차 회사로 머물 것인지, 좀 이윤이 적더라도 신뢰받을 수 있는 차를 만드는 회사로 박수를 받으며 나아갈 것인지 잘 생각 좀 해주세요. 전 후자가 됐음 좋겠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예전에 이런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차를 매번 뜯어 보는 게 직업인 어떤 분께서, 독일의 유명 자동차를 뜯어 실내를 완전히 해체해 놓고 있었습니다. 차 어때요?~하고 슬쩍 물었더니 주신 얘기가, "얘네들도 옛날 모델들이 참 튼튼하고 좋았어요. 갈수록 원가절감 흔적이 많아지니까 좀 그렇네요." 라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원가절감 좋습니다. 더 안전해지기만 하다면 무슨 상관이겠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리고 그게 이런 대량의, 잦은 리콜 등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한 번쯤은 짚어 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몸살로 상태가 좋지 않지만 여러분의 응원에 힘입어 얼른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