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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올해 특별한 생일을 맞게 되는 자동차들

인기가 많았던 그렇지 않았던, 자동차들은 한 번 태어나게 되면 자동차 역사에 영락없이 이름을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차가 태어났던 때를 다시 되짚어 회상하기도, 또는 꾸준하게 지금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는 그 훈훈한 과정을 칭찬하게도 되는데요.

 

그들 중 2013년이 조금은 특별한 생일이 되는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 메이커들이 있습니다. 뭐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죠. 그래도 올 한해를 기념할 수  있겠다 싶은 자동차와 자동차 메이커가 조금은 있고 해서, 독일 매거진에 쭈욱 나열됐던 것들 중 여러분이 관심 있어할 만한 것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애스턴 마틴 100주년

축구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알고 있는 런던의 첼시에서 1913년에 만들어진 회사가 애스턴 마틴입니다. 라이오넬 마틴과 로버트 브램포드가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죠. 처음엔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뱀포드&마틴이라고 이름을 붙였었는데요. 라이오넬 마틴이 자신들이 만든 차로 악명 높은 애스턴 고개를 사고 없이 좋은 성적으로 넘은 것을 기념해 애스턴 마틴이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약간 좀 싱겁죠? 이 애스턴 마틴은 사실 영화 007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유명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작에서도 DB5가 등장했느데요. 무수한 총탄세례를 받는 장면에선 제 차에 구멍이 나는 듯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분들에겐 수입이 안되기 때문에 같은 영국제라도 롤스 로이스나 재규어, 레인지 로버,밴틀리, 그리고 맥라렌 등과는 달리 더 멀게, 혹은 더 환상을 심어주는 차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영국차들 참 대단한 브랜드 많네요. 맥라렌을 빼곤 모두 외국으로 팔려 나가긴 했지만... 어쨌든 이 고가의 브랜드가 백주년을 기념해 올 해는 센츄리 에디션이라고 한정판들을 팔 모양입니다. 제 생각엔 한정판 모두 다 팔려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쨌든 갈수록 이산화탄소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유럽에서 애스턴 마틴과 같은 고성능 브랜드들이 어떻게 살아 남을지(물론 시그넷 같은 편법 아닌 편법용 차도 있긴 했지만) 궁금해집니다.

 

 

쉐보레 콜벳 60년 & 스팅레이 50년

이 차가 쉐보레가 만든 첫 번째 스포츠카 콜벳입니다. 처음 콜벳은 이처럼 2인승 오픈카인 로드스터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콜벳과 비교하면 도톰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휠이랑 앞유리, 좌석 이쁜 것 좀 보세요. 이 차가 1953년 만들어졌기 때문에 올 해가 콜벳이 나온 지 60년이 됩니다. 의미가 깊죠? 그런데 콜벳에겐 올 해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콜벳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팅레이가 태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죠. 콜벳 2세대로 제조명은 C2인 모델인데요. 왜 쉐보레는 스팅레이의 독특하고도 멋진 디자인을 못 살리고 요상하게 변화를 줬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올해 선보인 7세대 C7  스팅레이가 나름 손을 거쳐 나온 게 다행이긴 합니다만, 원년 조상님 수준엔 여전히 그 인상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암튼 콜벳, 그리고 스팅레이, 축하해~

 

 

포르쉐 911 50년

이번엔 독일 스포츠카의 자존심 포르쉐 911입니다. 처음 911이 나온 게 1963년이니까, 올해로 50년이 되는군요. 잘 아시다시피 원래 제조명은 901이었는데, 푸조의 작명법이 저작권에 미리 등록이 되어 있던 터라 못 쓰게 되면서 이름을 911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901보다 911이 좀 더 이미지에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싶은데요.

 

911은 이후 964 > 993> 996> 997> 991로 세대가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그냥 이 모두를 '포르쉐 911'로 부릅니다. 포르쉐 911이 예전의 도전의 맛이 많이 떨어지고 이젠 운전자 친화적 모델로 많이 변화를 꾀해, 전통적인 포르쉐 팬들 입장에선 실망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이 독일제 스포츠카는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계속 남아 갈 것입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50년

아시는 분은 잘 아실 만한 스케치북의 시승기 파트너(?) 롱버텀님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의 엔진 사운드만큼 멋진 차는 없다고 제가 툭!하면 힘주어 얘길 합니다. 엔진음이라는 게 시동을 켤 때, 가속페달을 밟으며 달릴 때 또 그 맛이 차 마다 다르긴 합니다만, 어쨌든 콰트로포르테하면 엔진음에선 최고 수준의 차라는 데엔 큰 이견은 없어 보이네요.

 

이 콰트로포르테가 벌써 나온지 50년이 됐습니다. 이미 이 차는 나올 당시부터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빠른 속도를 위해 계획이 된 모델이었기 때문이죠. 이태리 명품 스포츠카의 또 다른 줄기를 담당하고 있는 마세라티의 대표작 콰트로포르테. 현재까지 5세대까지 나왔고, 이번에 2013년 형 6세대(맞나?)를 50주년 자축하는 모델로 내놓았습니다. 잔고장 많은 차로 이미지가 좀 나쁘긴 합니다만, 어쨌든 감성 사운드의 대명사 콰트로포르테는 로고의 강력함 만큼이나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개성 있게 갈 것입니다. 

 

 

람보르기니 50주년

아벤타도르(사진 = 스케치북)

 

원래 자동차 정비사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2차 세계대전 후에 트랙터 제조회사를 만듭니다. 그리고 고장없는 트랙터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습니다. 당연히 미스터 람보르기니는 돈을 쓸어 모았죠. 사업이 탄탄대로를 달리게 되면서 자신이 진짜 좋아하던 차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그럴 즈음 이태리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내놓은 250GT가 잦은 클러치 고장으로 말썽을 부렸습니다.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좋은 뜻으로, 정말 좋은 마음으로 전설같은 엔초 페라리에게 찾아가 "요즘 페라리 차들이 클러치에서 문제가 좀 있는 듯 한데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엔초 페라리가 뭐라고 했게요? 친절한 금자씨처럼 "너나 잘하세요." 식으로 무시를 해버리고 맙니다.

 

천하의 엔초가 트랙터회사 사장의 엔지니어적 조언을 귀담아 들었겠습니까? 이 때 받은 모멸감으로 페루치오는 당시 이태리의 난다긴다하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 불러 모아 자동차 회사를 차리는데, 그게 람보르기니였습니다. 그리고 딱 1년 후에 신차를 내놓는데 그게 저 위에 보이는 350GT였습니다. 이름도 페라리 250GT 보다 낫다는 의미로 350GT로 지어 버렸죠. 어떻게 보면 둘 다 유치한 면이 좀 있죠?

 

워낙 좋은 인력들과 함께 분노의 자동차 제작을 했던 덕에 람보르기니 차는 나오는 모델 마다 독특함과 뛰어난 성능으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요. 하지만 정작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10년 정도 회사를 운영하고 손을 떼버리고 말죠. 얼씨구나 하고 회사 인수했던 사람들은 결국 분노가 모자랐던지, 몇 년 하다 회사는 파산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아우디 계열 회사로 다시금 옛날의 영광을 재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페라리의 아성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페라리는 F1에서 전설같은 역사를 쌓아갔기 때문에 람보르기니는 그 점에선 늘 페라리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우라, 쿤타치,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 가야르도, 레벤톤, 아벤타도르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최고의 자동차들이 아닐까 합니다. 개성하나 만큼은 세상 어느 메이커에 뒤지지 않는 람보르기니, 50주년 축하해요.

 

 

맥라렌 50주년

맥라렌. 영국 F1 레이싱팀의 자존심이죠. 1963년 F1 레이서였던 브루스 맥클라렌이 팀을 만들면서 시작됐습니다. 근데 사람 이름을 부를 땐 맥클라렌이라고 하고, 팀명은 맥라렌이라고 할까요? 폴크스바겐과 폭스바겐 같은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회사명도 맥클라렌이라 부르고 써야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됐든, 레이싱팀으로 시작을 했지만 고급 스포츠카를 만드는 규모로까지 회사는 발전을 거듭하게 됐습니다. 벤츠와 함께 작업한 그 유명한 SLR 맥라렌 같은 모델은 엄청난 인기를 끌어 모았죠. 특히 50주년에 맞춰 야심작 P1을 내놓으려고 준비 중인데, 내부적으로 시기를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쪼록 별 탈없이 50주년 기념 모델이 제대로 나와주길 바래봅니다. 그나저나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로 가버려서 50주년의 의미가 조금은 퇴색이 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좋은 성적으로 화답하는 길밖엔 없겠군요.

 

맥라렌팀을 만든 브루스 맥클라렌. 1970년, 테스트 도중 사고로 사망. (사진 =위키피디아)

 

 

 

폴크스바겐 파사트 40주년

파사트 올트랙 (사진=VW)

 

꽤 많은 분들이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스타일의 차량으로 먼저 나온 게 골프로 알고 계신데요. 파사트가 골프 보다 1년 먼저 1973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골프, 파사트, 시로코 등은 당시 오일 쇼크 후에 변화를 맞은 자동차 시장에 맞춤형 모델로 나오긴 했습니다만, 또 다른 사명은 바로 죽어가는 폴크스바겐 그룹을 살려야 했다는 것이었죠.

 

제조사의 바람대로 골프가 대박이 나고, 파사트 역시 호응을 함께 얻으며 폴크스바겐은 위기를 넘어갈 수 있었는데요. 당시 포니를 디자인했던 조르제토 쥬지아로 때문에 상당히 많은 모델들이 비슷한 스타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7세대까지 파사트가 나왔는데요. 아우디80을 베이스로 해서 나온 모델이지만 지금은 독일인들에게 중형급으로서는 가장 사랑받는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이밖에 혼다의 첫 자동차인 S500이 나온 지 올해로 50년이 되고, 메르세데스 C클래스와 르노 트윙고가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자동차들이 의미 있는 2013년을 맞이하는데요. 긴 세월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온 자동차 회사들, 그리고 특별한 모델들 모두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며 오늘 포스팅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