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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SUV는 이기적인 자동차로 남을 것인가?

우리가 즐겨 타는 SUV의 시작은 이견이 있긴 하지만 전쟁용 지프로부터 출발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죠. 특히 군용 지프는 처음부터 4X4, 그러니까 네바퀴 굴림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디자인은 지금 봐도 상당히 개성이 있는데요.

어쨌든 이렇게 시작이된 SUV는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론 캐나다를 포함해 북미권은 픽업 등이 또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SUV 인기는 여전합니다. 거기다 유럽도 SUV 판매가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죠.

 

SUV는 말 그대로 스포츠 유틸리티 차입니다. 역동적, 활동적이란 거죠. 자동차 이름만 봐도 그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는데요. 랭글러(Wrangler)는 카우보이, 익스플로러(Explorer)는 탐험가, 레인지 로버(Range Rover)는 산의 방랑자, 스바루 포레스터(Forester)는 숲의 사람이란 의미인데, 분명한 자기색이 있죠?

그런데,

요즘 SUV는 오프라인이나 스포티브한 용도로 사용되기 보다는 주로 도심에서 출퇴근 용이나 고속도로 등을 달리는 장거리 주행용에 가깝게 성격이 변화되었습니다. 아예 오프로드는 달릴 수 없는 도심 전용 SUV들로 자리를 잡은 것이죠.

 

그러다 보니 차량이 안 그래도 많은 서울 도심의 풍경 속엔 높고 덩치 큰 SUV들이 상당부분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전방 시야가 좋다는 지점일 겁니다.

 

실제로 세단을 운전하다 SUV를 타게 되면 앞이 뻥 뚤린 느낌을 받게 됩니다. 잘 보이는 거죠. 심리적으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풍경을 감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 전방을 볼 때의 그런 시원한 시야를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또 사륜구동 방식으로 인해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다하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안정적인 것이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어쨌든 사륜 SUV는 전륜이나 후륜 승용차 보다 상황이 나쁜 도로에서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 만큼은 인정해야 할 거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넓은 실내 공간은 안락한 승차감이나 많은 짐도 실을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SUV가 한창 시장을 넓혀 갈 때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도 그만큼 컸었습니다. 우선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판매 시장을 만들기 위해 트럭 차대에 승용 차체를 덮여 씌운 뒤 각 종 세금 혜택을 등에 업고 많은 차를 팔았다는 비판입니다.

 

요즘은 모노코크 바디도 나오고 또 바디 온 프레임 모델의 경우도 훨씬 기술이 좋아져 세련된(?) 기술력의 SUV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판매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마진율 좋은 SUV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겐 고마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이 남기는 차 많이 팔려니 마케팅도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계속 높여갔습니다. 

또 SUV에 대한 비판은 이산화탄소 배출 등이 높아 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엔진을 쓰는 경우 세단 보다는 SUV가 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우디 Q3에 들어간 2.0 TFSI (211마력) 엔진의 경우 (콰트로 적용)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킬로미터당 179g이고, 같은 엔진이 들어간 A4는 (역시 콰트로 적용 모델) 159g이 배출됩니다.

 

아예 차 종이 다르고 체급이 다를 경우에는 그 편차는 더 커질 겁니다. 거기다 한 가지 또 비판론자들에 의해 제기 되는 게 있는데 바로 승용차와 SUV의 추돌 혹 충돌 시 발생하는 피해가 승용차가 더 크다는 점입니다. 요즘 SUV는 그래도 보행자 충돌 테스트 등을 보면 많이 개선이 되고 우수한 점수를 받기까지 하지만 여전히 차와 차가 부딪혔을 땐 '나는 안전해도 저 쪽은 상대적으로 더 충격이 크다는 것' 때문에 '이기적인' 자동차로 불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SUV는 세단 보다 전복위험도가 더 높죠. 암튼, 높고 큰 SUV 뒤를 따르는 소형차들은 전방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래저래 비판의 '꺼리'가 의외로 만은 차가 SUV가 아닌가 싶은데요. 사회학자들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어버립니다. 뭐냐면, 크고 강한 차를 통해 자신을 과시하는 욕구를 담고 있다는 것이죠.

 

SUV는 도시화되고 중성과 되는 사회에서 자신의 남성성, 강함 등을 드러내는 데 아주 유용한 사물이라는 그런 얘깁니다. 높은 곳에서 남을 내려다 보는 구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심리적 층위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좀 과한 관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론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 보이는 주장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 그렇다면 이런 돌직구 같은 비판들 속에서 SUV는 계속해서 이기적인 차로 남을 수밖에 없을까요? 일단 비판이 거셀수록 기술적으로는 이런 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제조사들은 보여줍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긴 해도 계속해서 수치는 낮아지고 있고, 보행자나 상대 차량과의 충돌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기술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거기다 제가 작년부터 내내 노래를 부른 소형차를 베이스로한 작은 SUV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압도하고 주눅들게 하는 덩치의 미학(?)이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제조사들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판매가 주 목적이지만 어찌되었든 이런 소형 SUV의 등장으로 환경적인 부분도 개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기대를 갖게 합니다. 물론, 큰 SUV를 타던 사람들이 작은 SUV로 갈아 타는 게 아니라 세단을 타던 사람들의 SUV 소유를 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는 있긴 합니다.

 

기술은 계속 명분을 만듭니다. 비판을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운전자들의 의식 부분입니다.

 

욕망을 파는 제조사들은 비판 여론을 기술적으로 조절한다고 치면, SUV 운전자들은 더 나은 운전문화를 체득하고 구현함으로써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예 차를 안 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라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는 요구 못하겠습니다. 지금의 틀 안에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점들을 바꿈으로 더 나은 안전,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도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기 위해선 SUV 운전자들은 '더 좋은 운전자'들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작은 차로 끼어들기 하는 것 보다 커다란 SUV로 끼어들기 함부로 하는 게 부정적인 느낌은 큽니다. 같은 경적음을 울려도 작은 차가 빵빵거리는 것 보다 큰 차가 뻥뻥거리는 것이 더 짜증나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너 운전, 양보 운전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SUV 운전자들의 운전 태도가 바뀌면 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따라서 개선될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워낙 많은 분들이 이제 SUV를 타기 때문에 제 얘기가 괜한 트집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 텐데요. 큰 틀에서 보면 좋은 도로 환경을 만들자는 서로간의 의지와 약속을 위한 이야기로 생각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어디 SUV 뿐이겠습니까? 모든 차들이 다 마찬 가지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SUV에 국한해 이야기를 드린 것이니 먼저 SUV 운전자들께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여러분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서 SUV가 이기적인 자동차가 아니라 이타적인 운전자들이 애용하는 매너 좋은 차로 재인식될 것입니다. 오늘도 여러분 모두 좋은 운전들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