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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로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드림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무슨 성공한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냥 자동차블로거일 뿐인데 말이죠. 그래도 뭔가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어서 고심끝에 몇 자 적으려 합니다.  Dzing이란 닉네임으로 어제 포스팅에 댓글을 남겨준 분이 있어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예전에 중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차에 대해 관심도 많고 장차 엔지니어가 꿈이라고 했죠.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엔지니어가 꿈이다 보니 기술적인 면에서 관심이 가는 거 같습니다. 댓글로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 보단 좀 더 큰 틀에서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 친구 말고도 중학생이라 밝힌 다른 학생들도 몇몇 여기 들어오고, 몰래 댓글도 남겨주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런 학생들에게 그냥 편안하게 저의 생각을 좀 말하겠습니다. 글은 편하게 편지 형식을 빌려 적어보려고요. 혹 불편함 느낄 수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나를 왜 좋아하니?

안녕 얘들아. 이 글을 쓰는 동안은 말을 놓을까 하는데 괜찮겠지? 너희 아빠랑 나이가 비슷하니까 그냥 동네 아저씨라 생각하고 이 글 편히 읽어주면 고맙겠어. 저 위에 보이는 차는 포르쉐 356이란 모델이야. 이쁘지? 1950년대에 나온 차인데, 아저씨는 이상하게 점점 옛날 차들이 좋아지더라. 나이 들어가는 거 티내는 걸까?

 

암튼 저 차를  가만 봐봐. 왠지  녀석이 너희들에게 말을 거는 거 같지 않니?  " 나 왜 좋아해?" 라고. 물론 꼭 대답을 할 필요는 없어. 아저씨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희가 왜 차를 좋아하게 됐느냐가 아니라 너희들의 꿈이 어떻게 하면 이뤄질 수 있을까' 이거든. 누군가에겐 자동차 엔지니어가, 누군가에겐 자동차 디자이너가,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동차 회사를 하나 차리는 게 꿈일지도 몰라.  바로 너희들의 그 꿈이 어떻게 하면 이뤄질 수 있을지, 부족하지만 아저씨 생각을 지금 전해주려고 하는 거야.

 

난 너희 나이 때 무언가에 깊이 빠져 본 적이 없어. 부끄럽게도 그냥 별 생각 없이 살았던 거 같아. 그래서 중학생이다 고등학생이다, "자동차를 정말 좋아해서 오게 됐어요~" 라고 당당히 밝히는 너희들을 보면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남자끼리 사랑스럽다 이런 표현 쓰니까 좀 징그럽지? 14,15살 나이에 자동차를 알아 그것으로 나의 꿈을 삼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어. 너희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몇 가지 놓쳐선 안될 것들이 있다고 아저씬 생각해.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주려고 한다. 너무 말을 많이하면 잔소리가 되고, 너무 적으면 정성이 적어 보일까 걱정이긴 하다만, 암튼 가급적이면 짧고 간단하게 내 생각을 말해줄 테니, 한 번 들어봐 주면 좋겠다.

 

첫 째, 자동차 알아가기

Dzing이에게 우선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예전부터 차에 이것 저것 많이 궁금한 거 같더라. 엔진의 원리나 종류 등도 막 묻는 거 보면 보통이 아니다 싶어. 물론 이제 관심을 갖다 보니 아는 게 많아 보이진 않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 니 나이 땐 모르는 게 많아야 정상이고 당연한 거란다. 그런데 여기서 아저씨들에게 엔진에 대해 묻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몇 줄 댓글로 답을 해줘 당장의 갈증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하나하나 내가 찾아보고 찾아내서 체계적으로 답을 얻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

 

무슨 얘기냐면, 아저씨 생각엔 자동차를 알아가는 방법, 배워가는 방법에 계획과 체계를 세웠으면 좋겠단 뜻이야. 차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구성됐고, 엔진과 미션은 뭐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하는 것 등을 순서를 세워 하나씩 익혀가는 거지. 그러기 위해선 우선 책 등을 통해 이론으로 차를 먼저 배우는 게 좋을 거야. 이왕이면 그림이 많아서 엔진의 어떤 곳을 어떻게 부르는지 용어부터 쉽게 배울 수 있었음 해. 그리고 그 용어가 확실히 내 것이 됐다 싶을 때 엔진이 작동하는 원리 등을 익히는 거야. 

 

요즘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하니까 잘 찾아 보면 나와 맞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구입한 책을 기초로 하나씩 배워 나가는 거지. 근데 책을 봐도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 싶을 때, 그 땐 이제 인터넷에 자동차에 대해 잘 아는 아저씨들이 적어놓은 글들이 보는 거야. 내가 확실히 이해가 될 때까지 모르는 부분은계속 찾아야 해. 그게 몇 시간, 아니 며칠이 걸려도 내 발로 직접 뛰어 찾는 거 만큼 확실하게 나의 지식이 되는 건 없는 거라고 믿는다. 난 이거 가능하다고 봐. 왜? 너희들이 좋아하는 걸 스스로 익혀가는 것이니까.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해 봐 1시간도 못 버틸 걸? 하지만 자동차는 경우가 다르잖겠어?

자 일단 첫 번째 것 정리. 자동차를 어떻게 배울 것인지 계획을 짤 것. 그리고 그 계획에 맞는 교재를 선택해서 공부할 것. 그리고 모르는 것은 직접 찾아 낼 것.

만약 이래도 모르거나 막히는 게 있음 그 땐 아저씨한테 물어 줘. 아저씨도 잘 모르지만 그 땐 물어물어서라도 원하는 답을 해줄 수 있도록 아저씨도 노력할 테니까. 디자인도 마찬가지로고 생각하는데, 물론 기본적으로 데생 능력이 필요는 하겠지만 내 생각엔 미술작품을 그리는 게 아니라면 이런 건 어느 정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더 중요한 건, 자동차를 이해하는 거야. 자동차가 뭔지, 자동차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봐. 이런 기본 위에 자동차 그림이나 사진을 계속해서 보고 배우는 거지. 또 끊임없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봐.

 

 

두 번째, 창조적 마인드

들라이예라는 프랑스 회사가 만든 175S라는 자동찬데, 좀 특이하게 생겼지? 사실 많이 독특한 차야. 저런 차들은 실생활에 맞는다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되고 제작이 됐다고 보는 게 맞아. 나는 이 차를 보면서 디자인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런 차를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낸 그 도전 정신을 생각했어. 적어도 사람들이 도전하지 않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걸 만들어가는 건 난 매우 중요하다고 보거든.

 

많은 차를 보고 익히되, 누구 것을 따라 그리지 않고 나만의 디자인을 해나가는 거, 난 그런 도정정신과 창조적인 마인드가 꼭 있어야 한다고 봐. 그러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스케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또 미술작품이나 디자인 제품, 좋은 사진 등을 자꾸 접하면서 자신을 계속해서 자극할 필요가 있다고 봐. 이게 첫 번째 단계가 아닌가 싶어. 그런 단계가 지나면 그 때부턴 좀 어렵겠지만 자동차의 트렌드, 그러니까 유행이나 흐름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해. 이런 것과 관련된 책들도 시중에 나와 있으니까 잘 찾아보면 너희와 맞는 걸 발견하게 될 거야.

 

물론 창조적 마인드라는 건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관련이 있어. 지금 나와 있는 엔진이나 자동차의 기술들이 아니라 미래에 어울리는 그런 자동차의 기술을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지. 미래를 생각하고 꿈꾸는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 따라서 기술적으로도 자동차의 역사를 배울 필요가 있고, 요즘 어떤 차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 자동차 잡지 같은 것을 정기구독하는 것도 아저씨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를 꿈꾸는 너희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어.

두 번째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많이 보고, 많이 그리고, 그러면서 나만의 기술과 디자인을 도전하라. 누구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디자인이고, 상상 속의 기술이라고 해도 내가 무언가를 머리와 마음으로 그리고 상상해 내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노트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내가 상상하는 기술을 적어 보거나,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그려보기.


 

 

세 번째, 부모님은 최고의 지원군

아저씨는 운전면허를 따고 난 다음에, 거의 1년 정도는 아버지에게 운전에 대해 귀가 따갑게 얘기를 들었어. 이럴 땐 이래라. 저럴 땐 저래라. 그 땐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그 때 들었던 얘기들이 얼마나 지금 아저씨 운전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지 몰라. 만약에 내가 너희 나이 때 내 아버지에게 자동차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면 아마 많은 것들을 그 때부터 준비해주셨을 거야.

 

정말로 자동차로 너희들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고 싶다면, 지금 당장 부모님께 꿈을 이야기해.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 도움을 구해 봐. 부모님 마다 반응은 다 다르겠지만 너희들이 꾸는 그 꿈을 돕기 위해 가장 열심히, 그리고 가장 많이 도움을 주실 거야. 친구들도 좋고, 아는 자동차 블로거 아저씨도 좋지만 부모님만큼 너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사람은 세상에 없어. 그러니 자동차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그것으로 뭔가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필요해.

세 번째 내용을 정리하면, 부모님께 꿈을 말하고 응원해달라 부탁하라. 부모님 만큼 내 꿈을 위해 줄 분은 세상에 없다.

 

 

마지막 네 번째, 사람을 위하여

좀 엉뚱한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야, 자동차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좋은 차가 안된다고 봐.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도, 친환경적인 차를 만드는 것도, 더 편안하고 즐거운 자동차의 기능을 만드는 것도, 모두 사람을 위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엔지니어는 그냥 먹고 사는 직업일 뿐이고, 디자이너 스케치는 그저 자랑하기 위한 뽐내기 결과물밖엔 안되는 거란다. 내 부모님, 내 형제, 나의 친구들이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겠다는 그런 말도 안돼 보이는, 하지만 진짜 말이 되는 원대한 꿈을 가장 마음의 기본에 두기 바란다. 사람 미워해서 얻을 거라곤, 편두통밖에 없다는 아저씨 충고, 잊지 말고.

 

정리를 할게. 난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 구체적인 것을 비록 오늘 다 얘기하진 못했지만, 자동차를 내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잘 품어줬음 좋겠어.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말자. 절대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는 거야. 비록 지금 배워가는 과정이 답답하고 늦는다고 해도, 하나씩 하나씩 제대로 알아가는 게 중요한 거라는 거 잊지 말길 바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희의 그 멋진 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단단히 꿈을 붙잡고 걸어가길 바란다. 그래서 10년이 흐른 뒤, 20년이 흐른 뒤, 이 아저씨의 보잘 것 없는 얘기들이 도움이 되어 이 자리에 서 있노라고 말해주었음 좋겠어. 아저씬 그럼 정말 행복할 거 같아.

 

2013년 1월 3일

스케치북 아저씨가

 

추신 : 아저씨 외에도 댓글을 통해 좋은 아저씨, 삼촌, 형들이 더 좋은 얘기들을 해주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