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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메르세데스 벤츠의 삼각별이 사라지고 있다

엊그제 메르세데스 E클래스 2014년형이 공개됐습니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인데 좀 변화가 있어 보이죠? 스타일 뿐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옵션이 좀 더 보강됐고, 편안함도 강조가 됐다고 합니다. 사실 이 신차의 기술적 변화에 대해 포스팅을 할까 하다가 관련 소식은 다른 분들이, 그리고 수입사에서 잘 설명을 해주리라 생각하고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것이 신형 E클래스들인데요. 디자인이 더 좋아졌다 아니다. 이런 얘기는 다른 기회에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E클래스에서 사라진 삼각별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삼각별이 사라졌다? 있는데 뭐가 없어졌다는 걸까? 하고 갸우뚱하는 분들이 계실 거 같네요.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릴에 박혀 있는 삼각별이 아니라, 보닛 위에 세워져 있는 엠블럼 얘기입니다.


저 브라운 색깔의 엘레강스 트림에는 달려 있는 건 별이 아니라 뭐란 말입니까? 그러게요. 이번 E클래스는 생각보다 큰 변화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기본형 세단 모델에 달려 있던 삼각별이 C클래스처럼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로 나뉘면서 아방가르드 트림에선 사라졌다는 것이고, 이건 E클래스가 나온 이래 처음 맞는 변화가 됩니다. 즉, E클래스 보닛 위에서 삼각별이 사라진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죠.


E클래스 쿠페 2010년형 모델인데, 그럼 이 차는 뭔가 하실 겁니다. 네 E클래스 중에서도 쿠페나 카브리오 등은 일찌감치 삼각별이 그릴에 박히는 스포츠형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기본형 만큼은 삼각별이 없어진 적이 없었죠. 잠깐 보여드리면요.


쿠페든 카브리오든, 에스테이트(왜건)이든 기본적으로 모두 삼각별이 보닛 위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쿠페에서 별이 떨어져 나가고, 카브리오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이제는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세단과 에스테에트에서도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엠블럼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물론 그 대신 그릴에 더 큰 별이 박혔습니다.


재밌는 건, 이 신차 출시 소식에서 상당수의 독일인들이 이 E클래스에서 별이 없어진 것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죠. 우리 입장에선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인가 생각을 하겠지만 이 곳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거 같더군요. 근데요. 보닛 위의 삼각별은 사실 달려 있는 모델 보다 안 달려 있는 모델들이 더 많았습니다.


50년대 모델인 300SL부터 E클래스를 베이스로한 CLS 슈팅브레이크나 SUV 모델 등, 스포티브한 쿠페나 스포츠카에서부터 지프형 모델들, 그리고 A클래스나 B클래스 같은 차들도 보닛 위의 삼각별은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독일인들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요?


현재 보닛 위에 세워진 삼각별 엠블럼은 C클래스, E클래스, 그리고 플래그십인 S클래스가 전부입니다만 이 라인업이 벤츠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라인의 상징이 바로 삼각별 엠블렘인 것입니다. 벤츠의 전통적인 팬들이나 벤츠의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 입장에선 이런 변화가 신차 출시 만큼이나 큰 변화로 와 닿았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디벨트라는 일간지에 한 칼럼이 실렸는데요. 그 중 한 토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E클래스 조차도 이제 무조건 스포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 걸까? 오랜 세월 벤츠를 상징한 건 보닛 위의 엠블렘이었다. 60년대 아버지가 구입한 200D 모델에 앉았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차 앞 보닛 위에서 빛나고 있던 큰 별을 보며 즐거워하던 추억. 하지만 나의 손자들에겐 더 이상 그런 경험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중략) 이제 S클래스만이 마지막까지 옛 것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벤츠의 삼각별을 떼어가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앞으론 몰래 벤츠의 보닛 위에 삼각별을 가져다 붙이자는 농담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벤츠를 좋아하는 노인네들의 푸념이라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를 문화와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려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칼럼에 달린 댓글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 번 보시죠.


aka : "안커 씨 (칼럼을 쓴 사람), 이번의 한국인의 디자인(한국계 이일환 씨를 얘기하는듯) E클래스는 고든 바그너(현 메르세데스 수석 디자이너)를 짜르는데 명분이 설 거요."


DerChef : "다임러는 오래 전부터 높은 품질과 멀어지고 있다. 별이 보닛 위에서 사라진 건 가장 작은 문제일 뿐."


Fabian B : "요즘같은 때, 저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에 하소연하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인가? 내게 읽은 칼럼 중 가장 민망한 내용이다."


Werner Griesshaber : " 좋은 글이다. 특히 마지막 얘기(별을 다시 가져다 붙인다는)가 맘에 들었다."


norgel : "별이 없는 벤츠는 난 사지 않을 거야. 예전에 날이 궂거나 밤에 차선이 잘 안 보일 때 이 보닛 위의 별을 보며 운전하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지. 그런데 그 별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BMW를 살 수밖에..."


tomtom : "Der Stern sinkt. (별이 가라앉는다.)"


Bello : "퀄리티 브랜드 침몰의 상징."


MR aus K : " 별을 LED로 만들면 안될까?"


Ibins : " (윗사람에게) 헤이, 이봐 조심해! 빨리 특허등록을 하라고."


Noch50jahre : "만약 BMW가 자신들의 로고를 키드니 그릴에 크게 넣으면 벤츠는 더 힘들게 될 걸?"


Kommentator : "신형 E클래스 사진을 보니 적어도 사고난 차를 촌스럽게 도장한 느낌은 들지 않는군. 이제 실내의 재앙적 모습을 정리할 수 있길 바래."


Locutus70 : "안커 씨. 당신이 벤츠의 심볼이라고 하는 삼각별은 사실 메르세데스 운전자들에겐 큰 관심거리는 아니었소. 당신이 지금 말하는 건 벤츠를 전혀 타보지 않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정도일 뿐이오." 


Karl : "그래, 난 벤츠를 저 별 때문에 산 사람이야. 그 전엔 아우디와 BMW를 탔고, 그것들 역시 멋진 차였어.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벤츠의 별을 동경했었어. 운전석에서 보이는 보닛 위의 별을 보며 달리는 걸 꿈꿨었지. 아름다운 추억은 잊혀지지 않아. 다음 차를 만약 별이 없는 걸 사야한다면 차라리 난 차를 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해. 그냥 지금의 벤츠를 30년 동안 타든지, 그게 아니라면 아우디나 BMW로 돌아서야겠지."


어떤 이들에겐 별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 상당수의 독일인들에게 벤츠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의 자동차였고, 그 추억 속에서 삼각별은 빛나는 심볼이었습니다. 그것이 이렇게 사라져간다는 건, 어쩌면 그들에겐 추억이 빛이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 독일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를 생각해 봅니다. 과연 우리도 우리의 차를 위해 이처럼 아쉬워 할 수 있는 전통과 심볼이 있는가 하고 말이죠. 자동차는 기술의 결정체이기도 하지만 전통과 추억의 산물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알았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