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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미국의 어느 자동차 대리점 쫄딱 망한 사연

오늘은 딜러, 그러니까 자동차대리점과 관련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차 파는 분들의 태도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할까요? 여기서 태도라는 표현이 거슬리면 영어로 에티튜드라고 쓰면 좀 젠틀하고 엘레강스하게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미국의 어느 부촌지역에 야심차게 자동차 판매점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람보르기니를 판매하는 대리점이었죠. 역시 고급고객들을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영업사원들은 외모나 복장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제 돈 많은 상류층 고객들이 찾아오면 멋지게 상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관리자 눈엔 평범한 노부부들만 눈에 띄었습니다. 그냥 이름없는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의 내방객들만 북적였죠. "부촌이라더니 어떻게 된거야?" 딜러들은 쑥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의 각오와 긴장은 사라지고 이제 차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에 들인 관심은 시들해져갔습니다.

때론 한 번 앉아보겠노라, 시승을 해봐도 되겠냐고 택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졸라대는 통에 슬슬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결국 고객들이 오든 말든 신경을 안 쓰게 됐고, 비싼차에 자꾸 앉아보겠다는 사람들을 대놓고 흘겨보며 빨리 나가라 압박을 가했습니다.

안되겠다 생각한 책임딜러는 영업사원들을 모아놓고 얘기합니다. " 우리 차는 아시다시피 최상류층들만이 탈 수 있는 찹니다. 그런 고객들은 이런 곳에 잘 오질 않아요. 우리가 직접 나가서 발로 뛰며 그들을 우리의 고객으로 만듭시다! 회사든 사업장이든 그분들의 집이든 막 찾아가는 겁니다 광고도 화려하게 더 합시다!" 

책임딜러의 목소리는 높았고,  다른 딜러들도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나갔던 직원들이 하나 둘 돌아오는데 당황한 기색들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궁금했던 책임딜러는 이유를 물었죠. " 왜들 그래? " 그러자 영업사원들이 얘길 합니다.

"부장님, 저번에 여기 슬리퍼에 반바지 입고 왔던 그 멕시코 남자 있었죠? 왜 자꾸 시승해보면 안되겠냐고 했던.." " 아, 그 오래된 픽업 끌고 왔던 사람?" 책임딜러는 기억난다는 듯 반응했습니다. " 그런데 그 사람이 이 지역 식자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유통업계의 대부라네요? 자산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책임딜러는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딜러가 이야기한다. " 저기...저번에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왔던 노부부 있죠? 노인들이 타기에도 괜찮냐고 쑥스러워 하며 무르시엘라고 가격 물었던 그 분들요." 상사는 역시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그 남자분이 이 지역에 부동산 재벌이랍니다. 시내에 고층빌딩이 몇 개나 있는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 " 아니 그런 사람..아니 그런 분 왜 복장이 그 모양이야? 말투는 또 왜 그렇게 어눌하고?" 어이 없다는 듯 책임딜러는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렇게 헛다리 영업을 해대던 람보르기니 대리점은 결국, 얼마 후에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상류층 고객들을 모두 잃고 난 후에 말이죠. 이 이야기는 사실에 근거해 제가 새롭게 구성한 것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거죠.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더모터스타와 함께 하고 있는 Longbottom님께 들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이라는데요. 당시 포르쉐 911 GT3와 아우디 R8 중에 한 대를 구매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동네 아우디 딜러가 소문도 안 좋고 영 맘에 걸리더래요.

그래도 비싼차 사려는 건데 친절하겠거니 싶어, 년식이 좀 된 차를 끌고 편안한 복장으로 갔다고 합니다. R8이 보이기에 시승 좀 할 수 있겠냐 했더니 대뜸 딜러가 묻더랍니다. " 이 차 가격이 얼마인지는 아시죠?" 속된 말로 우습게 본 겁니다. 불쾌한 마음에 대리점을 나서는데 들어오던 그 지역 신문사 사장과 만났답니다.

내용을 전해들은 그 신문사 사장이 딜러에게 그랬다네요. "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 그제서야 상황을 눈치챈 그 딜러는 뛰어나와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뒤였습니다. 얼마 후, R8이 아닌 911 GT3가 새로운 주인과 함께 달리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롱버텀님 얘기처럼 전적으로 딜러들은 제조사와 별개의 영업력을 갖습니다. 왜 그런지는 칼럼을 통해 밝혔죠? 한국의 경우, 제조사가 영업권까지 갖고 있습니다. 독일은 그 두 가지가 다 섞여 있는데요. 예를 들어 BMW는 다른 판매회사와 반반의 지분을 갖고 직영판매점을 운영합니다.

물론 미국식으로 한 딜러가 여러 메이커의 모델을 모아서 팔기도 하죠. 대신 이런 곳들은 규모가 좀 작은 편입니다. 이렇게 나라마다, 지역마다 영업점 형태는 달라도 결국 판매라는 기본 개념은 어디가든 똑 같습니다. 그런데 또 어디가나 사람 외모나 복장 등으로 고객을 판단해버리는 몰상식한 딜러들이 있는 것도 공통돼 보입니다.

독일의 경우, 꼭 자동차는 아니지만 독일어를 잘하면 벌써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물론 복장이나 끌고 온 차를 보고 평가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이 있죠. 그래서 사실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옷에 신경 쓰는 한국인들이 참 많습니다. 아마 미국도 그런 경우들이 있을 거고, 또 다른 곳들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은 이런 보여지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는 직업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분들이 의외로 많은 거 같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데요. 뭐 어제 댓글 남겨주신 스케치북다이어리의 오랜 벗인 한 분도, 골프팬인 고등학생 딸과 함께 대리점에 갔다가 모욕만 당하고 오셨다는 얘길 남겨주셨습니다.

근데 그게 일회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인 태도라는 내용을 보면서 참 입이 쓰더군요. 골프..그거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한 번 앉아보겠다는 여고생을 제지하며 상처를 입히나요? 그 학생이 자라서 어른이 돼, 골프의 또 다른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은 안 갖고 영업을 하나 보죠? 그냥 요즘 차 한국에서 팔리니까 어지간한 손님은 눈에도 안 들어오나 봅니다.

물론 일부의 경우, 극히 일부의 경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그냥 쑥 들어가 봤던 쉐보레 영업점 한 곳에선, 참 친절하게 응대해주던 영업사원분이 인상적이었죠.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디가나 사람의 인성차이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업이란 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런 개인의 잘나고 모자람을 드러내며 영업을 해서야 쓰겠습니까?

독일의 경우는 이런 영업사원들을 매년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몰래 고객으로 가장해 테스트해 어느 지역 어느 메이커가 어떤 대응력을 보였다며 공표를 해버리는 거죠. 아데아체도 이와 비슷한 걸 합니다. 미국이야 저렇게 안 팔아줘서 대리점 망하게 해버리면 되죠. 앞서 설명한 아우디딜러는 벤츠를 같이 취급하는데, 하도 소문이 안 좋아 덩달아(?) 아우디와 벤츠가 그 지역에선 가장 안 팔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요? 억울하다고 저한테 화를 낼 딜러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물론이죠. 한 두 가지 특별한 케이스로 전체가 그런 냥 호도하고 있다고...근데 이상한 건요. 이런 특별하고 나쁜 케이스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메이커의 옷을 입고,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라는 비싼 물건을 팔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성실하고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여고생 마음에 상처를 준 그 폭스바겐(폴크스바겐이라 안 쓴 이유가 있습니다.) 대리점 관계자분들이 이런 글  꼭 좀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미국 람보르기니야 이미 자신들의 우매함으로 망해나갔으니 뭐 더 이상 언급할 필요 없습니다만, 우리나라...특히 요즘  수입차가 잘나가는 시점에,  고객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딜러들 잘하지 않으면 그 성장세는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걸, 한국에서도 실제적으로 보여줬음 합니다. 아무리 차 좋으면 뭐합니까? 그걸 파는 사람들이 아닌데요?

부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만나고 헤어졌음 합니다. 누구 말 처럼 딜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고 말하지 않는 그런 사회 말이죠. 다음에 기회되면 이번엔 딜러들은 어떤 고객들을 진상고객이라 부르는지도 한 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많은 제보(?) 주세요. (더모터스타에 피아트500 별점과,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