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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남자들이 오픈카를 타는 이유!

남자들이 오픈카를 타는 이유! 책 제목 아닙니다. 오늘 시승을 한 차가 메르세데스 SLK였는데요. 그 차를 타면서 문뜩 어떤 생각이 들어 적어보려고 합니다.

비도 안 오고 날씨가 대체로 맑았습니다. 다만 공기가 차 약간 걱정을 했는데, 그럭저럭 잘 이겨(?)내고 돌아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저 말고도 오픈카 끌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여자분도 계셨고, 젊은사람부터 나이 아주 지긋한 분까지  다양했죠.

사진 항상 찍는 곳에선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저를 즐겁게 해줬습니다.

어디서 슬금슬금 꿩인지 공작새인지 한 마리가 아주 태연히 차 쪽으로 다가오더군요. 뭐 주변에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데 신경도 안 씁니다.

잠시 그렇게 태연히 이것저것 쪼아먹더니 사라지더군요. 남들은 이쁜 여자모델이랑 차 같이 찍던데, 저흰 조류가 모델을 해줬네요. ㅎㅎ

어쨌든 아침 일찍부터 해서 오후 늦게까지 시승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남자들은 오픈카를 타고 싶어 할까? 하고 말이죠. 물론 남자라고 딱 단정짓기엔 유럽에선 여성 카브리오 오너들이 많습니다. 지난 번엔 벤틀리 몰고가는 금발의 아가씨들을 아우토반에서 봤는데, 휴~ 멋지더군요. 뭐 달력 사진되겠더라구요.

그래도 역시 오픈카는 남성들이 주 대상입니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연령대도 폭이 넓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정리를 해봤어요. 연령대별 오픈카 타는 이유...뭐 이런 제목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 생각이니까,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너무 뭐라고 안 하셨음 좋겠습니다 ^^

20대 : 일단 탈탈대는 옛날 차가 됐든, 부자 아빠가 사준 고급차가 됐든 상관이 없죠. 젊기에 그냥 안 가리고 타고 돌아다닙니다. 며칠 전엔 오래된 푸조도 좋다고 4명이서 신나게 달려가는 게, 싱싱한 청춘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물론 레이벤이나 페라가모 썬글라스 쓰고 포르쉐 카브리오 타고 가는 젊은 친구도 있죠. 한국이나 독일이나 그런 친구들은 대체로 폼내고 싶은 게 제일 첫 번째 오픈카 타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차가 좋을수록 남들 시선받는 건 어렵지 않죠. 속된 말로 여자들 꼬시기도 좋습니다. 대신 욕도 많이 먹을 거예요, 개폼잡는다고.

어쨌거나 20대에게 오픈카는 젊음을 과시하는,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고, 이성을 유혹하는 용도가 많지 않겠나 싶습니다. 아빠차나 렌트카 끌고나온 청춘들이 많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 되겠군요.

 

30대 : 요기가 좀 애매합니다. 마냥 20대 시절처럼 폼 잡기도 모하고, 그렇다고 인생사 깊은 성찰을 이루기도 아직 이르고. 사회적으로 성공해 차를 두 대 이상씩 굴리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 있는 집에선 폼이고 나발이고 그냥 실용적이고 안전한 차가 장 땡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둘러보면 30대가 오픈카 타는 일이 드물어 보이더군요. 독일이 그래요. ^^

 

40대 : 이제 좀 자리 잡았습니다. 중고로라도 오픈카 한 대쯤은 뽑을 능력이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장래문제나 불확실한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럴 때 오픈카 한 번쯤 타면 좋겠다 싶어 냅다 지르죠. 고래고래 고함치는 아내 놔두고 혼자 슝~하고 달려나갑니다. 이땐 혼자타는 거예요.

숲길도 좋고, 어디 해변가 도로라도 상관없겠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려갑니다.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게 하고픈 맘이 굴뚝 같지만, 쉽지 않은 게 또한 우리 사십 대의 눌린 어깨들이랍니다.

 

50대 이상 : 이제 이 나이대가 되면 자식들 성장할 만큼 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살아온 날 보다는 살아갈 날이 더 짧고, 이제 요즘은 여유롭게 아내와 함께 세월을 맞이하고 싶어집니다. 혼자 보다는 이때부턴 함께 드라이빙을 즐기게 되죠.뭐 동네 한바퀴 돌아도 좋고, 어디 경치 좋은 곳 달려도 좋을 겁니다. 그것을 하기에 좋은 차가 오픈카입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타는 이들도 많구요.

요기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한 골목길입니다. 저녁먹고 동네 한바퀴 아내랑 같이 돌면서 늙어가는 얘기 나누는 것도 이 때쯤부터 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선선한 여름 밤바람이 좋을 수도 있겠죠.

물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마다 이유는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현실은 그렇게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다. 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냉정하고 잔인한 현실이라면, 그걸 벗어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구요.

오픈카 타는 게 꼭 비싼차가 아니어도 됩니다. 좀 오래된 차면 어떻습니까? 괜히 컨버터블 끌고 다닌다고 돈자랑 하냐? 뭐 이렇게 꼬인 시선으로 안 봤음 좋겠습니다. 빨리 그렇게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도 좀 바뀌어야겠죠. 부자들이 돈 자랑하기 위해 타는 차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동영상 하나 보시죠. 오늘 시승하면서 저희 집 근처길 달리다 찍은 건데요. 동승한 동료가 고생을 해줬습니다. 시속 80킬로 이하임에도 바람소리가 굉장히 큽니다. 스피커 볼륨 올려놓은 분들은 줄이시고, 아니면 동영상 볼륨버튼을 클릭해 음소거하십시오. 혹시라도 소리 듣고 싶은 분은 들어보셔도 좋겠구요. ^^

아직 한국에서의 얘기는 아니지만 기아차가 씨드를 베이스로 해서 카브리오를 만든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간 안 만들고 못 만들어 왔죠. 빨리 우리나라도 오픈카 시대가 대중화 되었음 합니다. 그래서 세대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바람을 맞고, 햇살을 쬐고, 시원한 공기를 들여마시며 그렇게 운전하는 분들이 아주아주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더모터스타 얘기도 살짝 같이 담습니다. 부족하지만 나름 노력해서 '신형 파사트 유럽과 독일 동시 시승기'를 올렸습니다. 미국형과 유럽형 파사트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했으니까요  오셔서 읽어보세요.)

http://www.themotorstar.com/ou/ou_view.asp?bid=ou&idx=14 <--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