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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BMW를 향한 위기론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BMW이기에 더 신경을 썼죠. 위기론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BMW를 향한 쓴소리 정도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제가 쓴소리를 한 것은 아니구요. BMW의 고장인 독일, 그 독일에서도 가장 판매부수가 높고 영향력 크다는 아우토빌트라는 독일 자동차매거진이 뜬금(?)없이 특집 기사 형식으로 쓴소리를 내뱉았더군요.

"Die Baustellen von BMW" 이게 기사의 원제목입니다. 그대로 번역하면 BMW의 공사장들! 뭐 이런 건데요. 독일 기사들이 상당히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이걸 우리의 감성에 맞게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아우토빌트는 BMW의 문제점을  5가지로 나눠 지적했습니다. 뭔지 볼까요?

 

 

1. 디자인

 

" ...3시리즈는 작은 5시리즈가 되려 하고, 1시리즈는 3시리즈가 되려 하고 있다. 그리고 X 모델들은 모두 전자렌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중략) 베엠베의 디자인은 날씬하고 컴팩트했으며 다른 모델들에 비해 과하지 않은 심플함이 뛰어난 가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

디자인을 비판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디자인에서 용기가 부족(weniger Risko)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독스런 닮은꼴 패밀리룩은 BMW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아우디나 벤츠도 이런 심각한 쌍둥이룩을 지향하고 있죠.

특히 독일 메이커들이 이런 점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만,  BMW가 비판 받는 것은 단순히 패밀리룩의 밀도가 아니라 디자인 자체의 변화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신형 1시리즈 나왔을 때 디자인을 비판했었죠. 그러다 매장에 전시된 걸 보고는 생각보단 괜찮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계속 길거리에서 보면서 확실하게 든 생각은, 못생겼다는 처음의 그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넙적해진 뒤태(램프 사이의 거리가 멀어 균형적이지 않아 보입니다.)와 볼수록 질리는 정면 얼굴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게 하더군요. 뚱뚱한 BMW는 정말이지 답이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게 논리적인 지적 보다는 감성적 공감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견들도 있을 것이고, 이런 다른 느낌들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할 거라 보여집니다. 

 

 

2. 테크닉

 

"오랫동안 BMW 테크닉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은 실키식스로 불리운 6기통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톱모델들 외엔 이 엔진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많은 팬들이 4기통 BMW 엔진에 만족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터보와 다운사이징. 요즘 대세죠. 적은 배기량으로 더 큰 힘을 내며, 연비와 친환경성까지 확보하려는 이런 논의 자체를 설마 이 잡지가 모르는 것은 아닐 겁니다. 디자인의 비판과 연결지어 생각을 한다면 결국, BMW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그 다이나믹하고 스포티브한 이미지가 점점 몰개성화 되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우려했다 봐야겠습니다.

사실 4기통 5시리즈도 무척 훌륭하다는 것은, 더모터스타에 올라온 Longbottom님의 첫 번째 컬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흡기와 터보의 맛은 분명 다릅니다. 특히 특유의 맛을 가진 6기통의 전통을 유지함으로서 지금의 BMW로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이런 비판은 충분히 나올 법하지 않나 싶습니다.

 

 

3. 명쾌하지 못한 전략

 

" BMW i시리즈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벤트나 쇼에 가까운 차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카본이 뒤섞인 전기차. 과연 i8과 i 3가 기술적으로 새로운가? 새로운 가치인가? 시티카를 표방하는 i3은 직장인들이 타고 다니기엔 너무나 비싼차일 뿐이다."

아주 혹독하게 i 시리즈를 비판했습니다. 전략 자체가 전혀 베엠베 답지 않다는 것이죠. 무조건 트랜드를 따르려는, 그러면서 뭔가 새롭게 보이려고는 하지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아우토빌트의 결론이었습니다.

 

 

4. 모터스포츠



"BMW가 모터스포츠에선 몇 년 동안 운이 안 따른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시즌 중 F1 우승을 차지한 것이나 아우디가 르망이나 뉘르부르크링 내구레이스에서 좋은 결과를 내놓는 동안 BMW는 새로운 1시리즈 개발비를 마련하기 위해 F1에서 발을 뺐다는 말만 했다."

그나마 최근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 대회(DTM)에서 괜찮은 성적을 보여줬죠. 또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여러가지 모델들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그래도 최근 BMW의 모터스포츠 결과는 그들의 명성이나 이미지 (스포츠 드라이빙)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5. 품질

 

"브레이크, 엔진, 서스펜션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일부 모델(Z4, 5시리즈)은 젖은 노면에서 제동 시 미끄러지는 등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6i는 체인 텐셔너(엔진 체인이 헐거워지는 걸 방지하는 장치)가 속을 썩이고 3시리즈 리어 서스펜션 브래컷에선 녹이 발견된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자잘한 문제들이 다양한 차종에서 발견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가치를 지속하고, 더 키워내며, 글로벌 시장의 기술리더 메이커로 계속 남아가기 위해선 이런 문제들을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아우토빌트의 주장이었습니다. 

특히 이 글을 쓴 에디터가 좀처럼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수석테스터라는 점에서 여론을 움직이는 힘은 상당히 커보입니다.  정말로 스포티브한 메이커가 되기 위해선 디자인과 엔진, 전략과, 모터스포츠, 그리고 기술력 등에서 뭔가 변화를 주거나 지금과는 다른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을 BMW 내부적으로도 알고 있다고 아우토빌트는 얘기했는데요. 그래서 그들은 한 때 잠시 등장했던 M1 (1시리르 M과 다름)을 되살려 그 속에 다양한 가치를 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특정 모델 하나로 이런 비판을 환호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BMW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고 했던가요? 이런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수용할 것이 있다면 수용하는 등의 열린 자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리더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행간에서 BMW를 향한 진한 애정이 느껴진 비판기사에 과연 BMW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죠. 건강한 비판과 그걸 건강히 수용할 줄 아는 기업의 태도가 남의 나라가 아닌 우리나라 언론과 메이커에서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더모터스타도 많이 사랑해주세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