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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우토반에서 만난 아찔 운전

지난 주 일요일 BMW 320d를 시승했습니다.

인상 무지 쓰고 있죠? 이런 인상과 차의 성격은 비교적 일치됩니다. 320d도 마찬가지죠. 어찌보면 이 차는 친절한 세단이 아닙니다. 뭐 이와 관련해선 재규어 XJ SS 시승기 이후에 자세히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차 키를 받아들고 기분 좋게 고속도로로 향했습니다. 완전 새 차인지라  차 안에서는 가죽과 플라스틱 냄새들이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풀가속을 할 수 있는 고속도로는 다행히 일요일 오전이라 그렇게 막히지 않아 보였죠. 맘껏 달릴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직선구간으로 들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죠. 저는 동영상 촬영을 하거나 사진을 찍어야 해서 먼저 동료가 운전을 했습니다. 2차로에서 시속 150km/h 정도 되었을 때 1차선으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시승차는 230km/h까지 올라가는 모델입니다. 속도를 내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죠.

첫 번째 직선로에서 200km/h 정도까지 치고 올라가봤습니다. 큰 문제 없었고, 바로 2차 시도를 했습니다. 이번엔 끝까지 밟아볼 차례였죠. 230 이상으로 달릴 때의 느낌이 어떤지 저희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마침 앞서 달리던 차가 우리가 속도를 올리자 2차선으로 바로 빠져주더군요. 밟아주면 되는 상황인거죠!

200km/h를 막 지나서 더 속도를 올리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계기반을 찍고 있다 시선을 앞쪽으로 돌리자 2차로로 달리던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확히 어느 정도 우리의 앞 쪽에서 달리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60~70미터 정도 간격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갑자기 1차로로 차가 들어왔습니다. 물론 깜빡이는 안 켰구요. 긴장하고 있기에 망정이니 아니었다면...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시속 200km/h 이상으로 달리는데 느닷없이 들어온 차라니! 동료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제동이 어땠는지 따질 겨를도 없던 상황이라 느낌을 말하긴 어렵지만 암튼 정확하게 차는 앞 차와 몇 미터 간격을 두고 멈췄습니다. 우리 입에서 동시에 "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죠.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앞차는 상황을 눈치채고는 바로  빠지더군요. 어지간하면, 웬만해선 운전자 쳐다보고 하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지만  워낙 놀란 상황이고 화도 나서 속도를 내 쫓아갔습니다. 그리고 앞질러 가며 운전자를 쳐다 봤죠. 금발의 아주 젊은 여성운전자였습니다.

본인도 놀랬는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더군요. 놀랜 얼굴을 보자 화를 더 낼 수 없었습니다. 그냥 앞질러 가버렸죠. 등쪽에서 식은땀이 느껴졌습니다. 200킬로미터 이상으로 내달리는 차들의 속도감을 못 느끼는 운전자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무제한 구간의 1차로에 방향지시등을 안 켜고 들어오는 행동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런 고속 구간에선 운전자 본인들이 누구 보다 어떤 운전이 위험한지 잘 알죠. 나름 고속으로 달리는 저 조차도 가끔은 뒤에서 날아오는 차들을 피해 2차로로 빠져야 하는, 굉장히 위험한 구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하고 더 조심해서 운전을 합니다. 그런데 그 앳띈 운전자는 그런 암묵적 룰을 아직 몸에 익히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을 빠져나와 다시 달리다 또 다른 아찔 운전자를 만나야 했습니다. 1차로 옆으로 바싹 붙어 2차로에서 주행 중이었는데 중년의 운전자더군요. 도대체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 계속 차선을 지키려는 건지 가늠이 안 가는 상황이었죠. 속도는 150km/h 이상.

결국, 중앙분리대 쪽으로 바싹 붙어 그 차를 앞질러 갔고, 우리는 그 날 하루는 조심 운전을 하자고 마음을 바꿔 먹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불안했거든요. 해서 프랑크푸르트 시내 곳곳, 주변 외곽도로 등에서 많은 운전을 하며 아우토반에서의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일반 도로에서도 그렇지만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곳에서의 작은 실수는 큰 사고를 유발합니다. 그렇기에 룰 이전에 운전자들끼리 서로 보호하려는 의식이 강하죠.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이런 구간에서의 사고율은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일단 차는 달리기 시작하면 그 어떤 것 보다 위험한 일상의 존재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 중엔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 겁니다. 이런 의식이 일반화 되고, 몸에 완전히 익어 있어야 합니다. 남성운전자든 여성운전자든, 운전의 기본에 충실해야 사고 없이 쾌적한 운전이 된다는 거, 꼭 잊지 마셨음합니다. 물론 독일도 마찬가지고요. 교육이 그렇게 잘되어 있다는 독일에서도 이런 운전자들을 만날 때면, 운전 참 어렵구나..하는 생각 다시금 하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