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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독일 자동차의 다이어트 어디까지 가능할까?


우연일까요? 아니면 그런 것만 눈에 보였던 탓일까요...이상하게 요즘 독일에서 신차와 관련해 나오는 굵직한 뉴스들 중에 눈에 띄는 공통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차량 경량화가 그것이죠.

신형 BMW 3시리즈가 이전 모델에 비해 차체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더 줄였다는 것이 첫 번째 소식이었다면, 엊그제 알려드린 2014년에 출시될 신형 아우디 A4의 무게가 최대 150kg까지 줄어든다는 것이 두 번째가 됩니다. 그리고 오늘, 메르세데스가 준비한 놀라운 소식이 세 번째가 되겠습니다.


아우토빌트(Autobild) 이번 호 표지 일부를 스캔해 올려봤습니다. 바로 2015년에 새롭게 출시될 E클래스가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죠? 설레발(?) 잘 안 치는 잡지가 센세이션이라는 문구와 함께 특종임을 강조하는 등 무척 소란스러웠습니다. 무슨 소식이기에 저러나 싶었는데 가장 큰 놀라움은 디자인이나 엔진 성능이 아닌, 차량의 무게였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모델 보다 자그마치 350kg이나 더 가벼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350kg이 도대체 어떻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바로 카본소재에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카본, 그러니까 탄소섬유는 가볍지만 철 보다 강합니다. 그래서 비싼 스포츠카에 주로 쓰이거나, 스포티브한 양산형 모델에 그냥 맛배기(?) 정도로 살짝 적용이 될 뿐이었는데요. 차세대 E클래스는 본격적으로 이 소재를 이용하겠다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싼 카본을 사용해 왜 이렇게나 많이 무게를 줄이려 드는 걸까요? 물론 가벼운 차는 연비효율도 높고, 제동력 등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도 낮출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여기에 또 다른 현실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만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이 판매량이 경쟁 메이커인 아우디나 BMW에 비해 눈에 띠게 뒤졌습니다. 베엠베와 비교해 약 8만 대 정도 판매에서 차이가 난 것이죠. 이런 판매감소에다 경쟁 업체들은 전기차니, 차량 경량화니 해서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혹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메르세데스는 이런 변화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그간 보였고, 이것이 올 해 그리고 더 나아가 계속해서 경쟁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이런 위기감은 몇 년 전부터 지속된 것이고, 이에 따라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디자인에 변화를 주겠다고 공언했었는데요. 이제 디자인뿐 아니라 차량 경량화라는 또 다른 카드를 공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량화 프로젝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언론에 노출 된 것이 바로 'E클래스 수퍼라이트'인 것이죠.

그리고 이런 경량화를 통해 눈여겨 볼 점은, 그간 클린디젤 쪽에 포커스를 맞추었던 다임러가 하이브리드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영역확대를 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축전지나 전기모터 등을 주렁주렁 달고 달리는 하이브리드형 모델의 경우 차체를 가볍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러니까 이래저래 벤츠는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감으로써 혁신적 이미지와 실용성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인 것입니다.

일단 들리는 얘기로는 E클래스 수퍼라이트는 150마력 정도의 엔진힘과 50마력 정도의 전기모토의 힘이 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로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는데요. 엔진 뿐 아니라 또 다른 큰 특징으로는 뒷문의 경우 승합차처럼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위에 두 번째 사진 우측 상단을 보시면 스케치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E클래스 수퍼라이트 외에도 다임러가 계획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 더 있다고 하는군요. 하나는 좌측에 보이는 B클레버라는 모델로 BMW i3 보다 한 급 위의 B클래스 베이스의 모델이고, 나머지 하나는 SLS 급 보다 더 위에 있는 수퍼스포츠카인 SCS가 그것인데요. 아직 이 두 가지 모델은 확정된 것이 아닌 듯 보입니다.

결국, 천하의 메르세데스 벤츠라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거나 개척해나가려 하지 않을 때엔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그렇게 시장을 주도해나갈 때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어쨌든 이런 치열한 경쟁구도를 통해 기술은 발전해나가는 것이니 소비자들이야 나쁠 거 하나 없습니다. 아~ 앞으로 이들이 보여주는 다이어트 전쟁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가늠조차 하기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