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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신형 모닝, 현기차의 고질병 그대로 안고 있다?


얼마 전 독일 유력지 아우토빌트에서 실시한 경차 6개 모델의 비교테스트에서 기아의 모닝(수출명 피칸토)가 1위를, 현대 i10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비록 경차라고는 하지만 현기차가 디자인 뿐 아니라 성능면에서도 일정한 수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당연히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물론 1위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7년 개런티 내용은 빠진 채 말이죠. 개런티가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암튼 인정해줄 건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우토차이퉁(Autozeitung)의 또 다른 비교테스트를 보다 보니 눈에 띄는 내용 하나가 보이더군요.


모닝과 현대 i10, 그리고 닛산 미크라를 비교테스트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이번 비교테스트는 성능만 놓고 본다면 정당한 테스트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크라의 경우 3기통 1.2엔진으로 80마력의 힘을 내는 모델이었고, 모닝은 역시 3기통이었지만 1.0엔진에 69마력짜리였기 때문입니다. 현대i10은 4기통이었지만 역시 69마력 정도로 엔진의 힘으로만 따진다면, 아우토빌트의 1.0과 1.1엔진에 대부분이 69마력 모델들과의 비교테스트 보다는 형평성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붙였을까? 제 생각으론 닛산 미크라는 1.2엔진 딱 한 종류만 유럽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그 아래급으로 픽소1.0 모델이 있긴 하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피칸토 보다도 많이 싸기 때문에 그나마 가격이나 경차로서의 브랜드 대표성에 아우토차이퉁이 포커스를 맞춰 비교를 한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입니다.


이렇다 보니 제로백이나 최고 속도 등에서도 확실히 미크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에 대한 순위를 얘기하는 것은 그닥 의미가 없을 거 같고, 그나마 엔진이나 차체의 크기(닛산 미크라가 현기 두 개의 모델 보다 조금 더 길고 넓고, 그리고 무겁습니다.)와는 관련이 덜한 내용들을 통해 객관적인 가치를 따져보고자 합니다.







세 가지 모델의 차체와 관련된 비교표인데요. 첫 번째 붉은 밑줄은 트렁크 크기부분으로 아무래도 차체가 큰 미크라가 좋은 점수를 얻은 건 당연해 보입니다. 다만 두 번째 붉은 밑줄인 차체 안전성 부분에서 미크라에 현기 모델이 밀린 것으로 나왔지만 전반적인 퀄리티(섀시쪽 제외)는 모닝이 더 좋은 것으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안락함 항목에서는 모닝이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이 점은 아우토빌트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언급했기 때문에 의문에 여지가 없을 듯 보입니다. 동급 경차들 중에선 좌석의 편안함이나 서스펜션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서스의 평가는 비록 경차라고 할지라도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 중 하나였기 때문에 기아 입장에선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이런 결과가 과연 체급을 키웠을 때도 그대로 유지될지에 대해선 앞으로 비교될 벨로스터나 그 밖의 신차들 평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역시 엔진 부분에선 앞서 말씀 드렸듯 1.2엔진의 미크라의 우세였는데요. 다만 연비면에서 현기가 좋게 평가되었기 때문에 i10과 미크라가 동일한 점수를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더 크고 무거운 미크라와 실제 연비의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현기의 모델들이 더 낫다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이번 테스트 내용을 보면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된 대목이 바로 이 곳입니다. 주행성능 항목인데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 보입니다. 우선 핸들링이나 슬라롬에서 현격하게 성능의 차이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미크라가 더 크고 무거운 차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브레이크 항목입니다. 150점 배점 항목에서 너무 차이를 보이죠? 사실 아우토빌트에서의 브레이크 테스트에서는 피아트 판다의 우수한 제동력을 제외하곤 의미를 둘만한 큰 차이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스즈키 알토가 44미터나 미끄러져 나가는 바람에 충격을 줬었죠. 그런데 여기선 왜 이렇게 배점 차이가 클까? 싶어 내용을 자세히 읽어봤더니, 우선 미크라는 16인치 휠에 스포츠타이어를 장착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동력에서 도움을 받을 요소들이 있던 것입니다. 결과는 35.7m.

그렇다면 현대과 기아의 모델은? 14인치 휠에 일반 타이어 장착의 결과와 역시 스포츠타이어 장착을 시켰을 때의 결과치가 달랐는데요. 일반 타이어일 경우 42미터의 제동거리를 나타냈고, 스포츠타이어일 경우 38미터 후반까지 줄였습니다. 결국 타이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크고 무거운 미크라에 비해 모닝이나 i10의 제동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우토차이퉁의 평가였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이 결과대로라면, 일반 타이어가 아니라 스포츠타이어(혹은 광폭타이어)로 돈을 들여 다시 교체해줘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발휘한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발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떤 분은 뭐 그 1~2m 차이로 이런 박한 평을 하느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그 1m 더 가서 서고 못 서고로 인해 운전자나 보행자의 생명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가격 부분은 언제나처럼 높은 개런티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특히 개런티부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죠. 7년 개런티는 아무리 뭐라고 변명을 한들 유럽소비자들에게만 주는 남의 떡으로 한국고객들은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도 미크라가 우위를 보였는데요. 기아의 모닝이 여러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제동거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기차의 부정적 특징 안에 머무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잡지에 따라 결과가 좀 다르게 나왔기에 이런 점은 좀 더 많은 테스트와 다양한 매체들의 결과를 종합해 최종적 판단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아의 신형 모닝은 차체의 완성도나 꽤 괜찮은 실내의 안락함, 그리고 7년 개런티의 극명한 장점을 보여주고 있으나 제동력에서의 여전한 의구심, 거기에 떨어지는 핸들링이나 슬라롬 능력 등은, 전반적으로 얌전하게 운전하는 편인 여성운전자들에게 어울리는 세팅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긴 거에 비하면 얌전한 차라는 것,  저의 결론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