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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한미 FTA, 진짜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다!

주말, 미국에서 날아온 한미FTA 재협상 타결 소식으로 언론들은 연일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하나는 이익의 균형이라는 점이 이번 재협상으로 깨진 게 아니냐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실질적으로 이 번 협상으로 우리가 자동차에 있어 큰 손해를 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원래 체결된 내용에서 많이 양보해버린 것 그 협상 행위 자체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냥 일반인의 시각으로 자동차 분야의 협상 내용은 별로 손해볼 것 없다는 것과, 실제 이번 타결로 인해 우리가 걱정을 해야할 부분은 다른 것이 아니겠냐는 우려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관세와 관련된 합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한국자동차 -> 미국수출 시 관세부문 (2.5%)>


           2007 년(노무현 정부)                                       2010년 재협상 결과

발효즉시 3,000cc 이하 관세 즉시 철폐                 배기량 관계없이  관세 4년 유예
             3,000cc 이상 관셰 3년 후 철폐


트럭 부문은 2007년 당시 10년 동안 25% 관세 단계적 완전 철폐에서 이번엔 8년 고정 이후 2년 동안 관세 철폐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자동차 -> 한국 수출 시 관세부문 (8%)>


         2007년 당시                                                 2010년 재협상 결과  

승용차 8% 관세 즉시 철폐                             4년 동안 4% 유지, 5년 째 완전 철폐 


트럭의 경우, 8% 국내 관세는 즉시 철폐로 수정되었습니다. 여기에 2007년엔 미국산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자동차 관련 관세 8%를 10년간 단계적 철폐로 합의했지만 이번의 경우는 4년간 4%, 5년 째 완전 철폐로 완화된 합의를 했습니다.

그 밖에 자동차에 적용되는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는 현실적으로 급격하게 수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양국 모두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럼 비관세 부분인 안전기준과 연비 배기가스는 어떤지 보겠습니다.





 
                            <미국차 한국 수입에 대한 준>

               현 규정                                                        재협상 규정

연간 판매대수 6,500대 미만의 차량                         25,000대 미만 모델에 한해 
미국내 안전기준 통과 시 별도 조치 없이                   미국 안전기준 통과 차량을 한국 내 판매 가능                                                 별도 조치 없이 국내 판매


이것만 놓고 보면 마치 한국의 안전기준이 미국 내 안전 기준 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가요? 우리 메이커들이 매번 북미 충돌 테스트니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실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느니 하면서 홍보를 하지 않습니까? 미국이란 나라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그리 허술하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그동안의 기준은 그저 비관세 부분에서 무역장벽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연비 및 온실가스 부분>

한국은 그동안 10인 이하의 차량에 대해 연비는 17.4km/L, CO2 140g/km로 강화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차에 대해서는 연비 14.6km/L, CO2 168g/km를 만족시키면 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내용을 보면 양보를 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현대차 역시 그렌져나 스타렉스 등은 이산화탄소가 200g/kg이 넘고 있고 140에서 160으로 높였을 때 적용되는 모델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참고로 크라이슬러의 경우 대부분이 200g/kg을 넘기 때문에 완화해도 적용이 될 모델이 없는 형편이죠. 타이트 하게 하든 늘려 적용하든 들어올 미국차는 들어오고 못 들어올 모델들은 역시 못들어 옵니다. 다만, 수입 모델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인데 우리나라 차량들과 큰 차이 없고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우리 보다 더 나은 모델들도 많습니다.

다만, 이번 조건들이 미국차에 대해 수정없이 계속 적용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맞춰 다시 강화를 시킬 수 있는 가변조항인지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얘기하기가 어렵겠네요.



이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자동차협상 내용이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와 한국 경제 그리고 국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줄까요? 이에 대한 몇가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죠.

1. 먼저 미국차에 대한 조건 완화와 한국차의 대미수출 조건의 연장으로, 고용에 문제가 생기는가?

2.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가 큰 타격을 입는가?

3. 국민들은 미국차를 무조건 사줘야 하는 것인가?

이 3가지 중에 어떤 것이 이번 자동차협상으로 영향을 받습니까? 받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2009년 현기차는 미국에 47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팔았습니다. 미국은 7,600대를 판매했죠. 올 해 현기차는 미국시장에서 50만대를 넘길 것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가 FTA를 통해 더 빨리 늘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 수정으로 인해 조금 늦어졌을 뿐, 판매정책에 위축될 요소는 하나도 없답니다.

또 시장이 갖고 있는 규모면에서도 미국 보다는 현기차에 장기적으로 유리할 뿐입니다.

반면에 조건을 완화했다고 해서 미국 메이커 모델들 수십 만 대가 갑자기 한국시장에서 팔릴까요? 연비도 나쁘고, 아직까지 유럽이나 일본차에 비해 마감 등 완성도도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 파워면에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조건을 완화함으로써 고객들은 좀 더 많은 모델들을 놓고 평가할 수 있는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얻었고, 미국인들에겐 공정한 경쟁의 토대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팔리고 안 팔리고에 대해 더이상 무역장벽 운운하는 변명거리도 없애버린 결과가 됐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안 팔리는 게 더이상 가격이 비싸서, 혹은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니네들 차가 후져서 그런 것임을 속시원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죠.

특히 현기차의 경우 오히려 이번 합의로 얻는 것도 많습니다. K5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싶어도 그 동안 노조의 눈치로 섣불리 밀어부칠 수 없었지만 이번 관세 유예라는 그럴싸한 '이유'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현지 생산이라는 계획을 좀 더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현지에서 생산하게 되면, 현대 입장에선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률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인데요. 현기차가 자신들이 얻어낸 수익을 사회환원하는 공익적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이라도 된다면 국민들이 두 팔 걷어부쳐 이번 합의를 저지하겠지만, 현대가 사회적기업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를 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어쨌든, 좌로 메치나 우로 엎어치나 호들갑 떨 정도로 자동차 산업이나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과연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한미FTA의 재협상 타결에 대한 문제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서두에 말씀 드렸듯이 이번 협상 그 자체의 문제입니다.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호언했던 정부가 안보동맹이라는 미국의 무언의 압력에 혹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노리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인해 명분 없는 재협상을 저지른 것입니다. 아주 부끄러운 국제간 협의라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우리는 두고두고 이 후에 벌어질 다양한 국가간 협의에서 공세를 받게 될 것은 뻔하며, 국민들이 받은 국가자부심에 대한 깊은 상처는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미국의 앞으로의 행보입니다.
미국은 그 동안 불만을 갖고 3년이나 한미 FTA에 대한 원한 비준을 거절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자동차협상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한 미국이 한국협상단은 부정하지만 벌써부터 쇠고기에 대한 압박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쇠고기 역시 이해 당사자들의 파상적 로비가 펼쳐질 것이고, 미정부는 미국내 여론을 업고 쇠고기 시장 개방을 다시 불지필 것은 너무나 뻔해 보이는 것입니다. 이 중요하고 힘겨운 싸움을 우리 정부가 끝까지 막아내리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요?


세 번째는,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비록 얻긴 했지만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이 열림으로써 받게 될 엄청난 의약품 가격의 폭등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복제약이란 거 아시죠? 예를들어 아프리카 같은 곳은 가난하기 때문에 저렴한 복제약을 사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특허권을 보유한 제약 회사들도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있기에 강제적으로 자신들의 비싼 약을 사먹으라 협박하기도 힘든 실정인데요.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무슨 G20 의장국이다. 경제가 세계 몇 위다 하는 나라에 미국의 의약품 회사들이 복제약에 대해 관대할까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몇 천 원에 약을 사 복용할 수 있던 국민들은 이제 미국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갖고 있는 그 약을 그대로 사먹게 됩니다. 가격은 물론 복제약 보다 수 배가 더 비쌀 것이구요.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는 어떤 대비가 되어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미국기업 혹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침탈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 전기, 가스, 철도 등 국가의 기간산업이 이번 FTA를 통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간다면 우리는 정말 엄청난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FTA 조항에 의해 외국인 주식 제한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자칫 정부에서 방어막을 치려했다간 FTA 조항에 의해 당장에 제소당하게 될 것입니다. 인천공항 민영화 하나만 봐도 어이가 없는 판에, 이제 시장이 열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것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 밖에도 많은 독소조항과 위기들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옵니다. 이까짓 자동차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현기차는 그간 국가의 보호아래 엄청난 경쟁력과 힘을 키워냈습니다. 이제 험한 세상에서 강하게 맞설 수 있는 자생력을 갖게 된 것이죠. 하지만 위에 언급한 부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막아내지 못하면 고스란히 국민들과 국가가 직접적으로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언론들은 무엇을 얘기하고 있습니까? 만약,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이런 부분에 대해 대안이나 조처가 있다면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혹이라도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입다물고 있어선 안됩니다. 그건 직무유기이자 저널리즘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요.

정부는 어떻습니까? 이번 재협상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정부가 앞서 언급된 문제들에 대해 걱정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안심시키고 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나요? 그럴 마음은 있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어떻습니까? 얼마나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까...그저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니까 알아서 잘 해결되겠지...이렇게 생각한다면, 안타깝지만 이 먼 얘기갔던 문제들이 바로 우리의 먹고사는 일에 직접적인 고통의 부메랑으로 날아오게 될 것입니다.

남북분단의 국가. 정말 가진 것이라고 작은 땅덩이와 사람들 뿐인 이 나라가...앞으로도 굳건하게 지탱되고 세상의 모멸찬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가야하는지를...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