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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패밀리룩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현대자동차가 보여주고 있는 패밀리룩에 대한 몇 가지 저의 생각들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진행된 현대차의 디자인 정책에 대해 오늘 포스팅 이후로는 크게 얘기할 것이 없을 듯 해서 좀 길더라도 작심하고 그간의 느낀점을 쏟아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에 앞서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하나 설정해볼까 합니다... 지금 당신은 저와 함께 독일 3번 고속도로를 신나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1차로로  911 터보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모델들도 신나게 지나가네요. BMW, 시트로엥, 닛산, 포드...아, 기아차도 보이는군요. 

하지만 이내 헤아리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너무 많은 메이커에 수 많은 모델들...한국차들만 보다 듣도 보도 못한 차들을 구분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이제 충분히 머리속에 그런 그림을 집어넣으셨다면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현대자동차가 자사의 자동차 모델들을 닮은꼴로 만드는 작업 즉, 패밀리룩을 지금의 시점까지 끌고 온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라고 단정 짓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유럽시장을 타겟으로 한 모델들은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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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래의 모델 3가지는 순서대로 i20, i30, 그리고 베라쿠르즈인 ix55입니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추구하는 헥사곤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적용되기 전 모습이죠. 그리고 그 위에 먼저 보여드렸던 모델들은 새로운 패밀리룩이 적용된 i10, ix20,  ix35(투산), 그리고 엊그제 공개된 i40 cw입니다.

시각적으로는 확실히 새로운 룩이 임팩트가 있어 보이죠? 일단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현대는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현대룩을 분명하게 완성을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왜 현대는 유럽과 북미 혹은 한국내 디자인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모델들을 보시죠. YF쏘나타, 그리고 새로나온다는 그랜저, 그리고 중국판매용으로 알고 있는 베르나인데 모두 윙타입의 꺽어진 그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곤충룩'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장본인들인데요. 현대자동차 얘기로는, 유럽형 및 준중형 이하엔 헥사곤 그릴을, 중형 이상엔 윙타입 그릴을 적용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했습니다. 다만, 중국시장에서는 유럽형 디자인이 먹히지 않는 관계로 윙타입으로 변화를 준, 일종의 예외규정을 둔 것이죠.

저는 여기서 혼란이 생깁니다. 이런 이원화 정책 혹은 시장의 상황에 따른 예외적 규정을 두는 것이 진짜 패밀리룩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고 이해하는 패밀리룩의 기준은 뭡니까? 이 것에 대해 저의 이야기 말고 현대차 수석디자이너 중 한 명이 토마스 뷔클레어 씨의 이야기로 대신해보겠습니다.

" 한국에선 70%의 자동차가 현대 아니면 기아의 차들이죠. 그래서 예전엔 모델을 구분하는 디자인이 더 우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어디 그런가요?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이고 종류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리에서 디자인으로 자동차 메이커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시겠지만 이미 제가 포스팅했던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이 사람만 이런 이야기르 한 것은 아니었죠. 기아차 디자인수석인 페터 슈라이어 역시 비슷한 말을 합니다.

" 사람들은 BMW를 멀리서도 보고 그 차가 뮌헨출신(BMW 본사)임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나는 기아모델들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두 사람 얘기를 하나로 묶어보면 딱 하나! " 단번에 현대차임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으로 묶을 수 있죠. 그런데 현대는 모델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다른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시장의 성격에 맞춰 디자인을 달리하는 게 반드시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봐도 현대차'이어야 한다는 패밀리룩의 기본 가치가 적어도 둘로 쪼개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죠. 그 뿐인가요? 자신들이 세운 작은차 헥사곤, 큰차 윙타입 그릴의 공식 마저도 중국시장을 위해 깨버렸다는 것, 결국 이 얘기는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아직 완전히 패밀리룩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사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오래전부터 시도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족하고 개선의 여지가 많은 점은 어쩔 수 없다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패밀리룩의 완성!' 이런 표현은, 아직 현대차에겐 어울려보이지 않는군요.


그리고 두 번째 하고싶은 얘기는,

2. 패밀리룩은 단순히 모두 같은 모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디자인인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패밀리룩의 교과서와도 같은 BMW를 예로 들어볼가요? 작은 SUV(X1)이든 큰 SUV(X5)이든, 세단(5시리즈)이든 로드스터(Z4)이든, 차종이 뭐고 차량의 크기가 작고 크고간에 모두 키드니 그릴로 대표되는 일관성은 물론, 그들만의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흉내낼 수 없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이태리 메이커 알파 로메오를 또 보십시오.누가봐도 알파 로메오임을 알 수 있는 삼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임팩트 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집안 출신임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요, 그 디자인 자체에서도 강력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패밀리룩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성공적인 메이커들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과연 현대의 패밀리룩은 충분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느냐는 의문이 안 들 수 없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내용...한국이 아닌 세계의 모든 메이커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독일시장의 많은 모델들 속에서 현대의 디자인이 자신만의 빛을 환~~~하게 멀리서도 발할 수 있겠느냐는 점... 다시 한 번 생각할 부분이 아닐까요?



 이번에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현대의 디자인 철학에 관련된 것인데요.

3. 헥사곤 모양의 그릴은 패밀리룩의 정체성을 규정

짓는 개념이 맞지만, 플루이딕 스컬프쳐를 과연 철학

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현대차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디자인철학 바로 유연한 역동성이란 뜻의 '플루이딕 스컬프처' 가 그것인데요. 사실 이런 부드러운 선을 그린 듯한 라인이 현대만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저는 부정적입니다. 쏘나타 밑에 있는 모델들을 보세요. 마쯔다5의 경우 옆부분의 라인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그어져 있죠. 텔레비젼 광고에서도 이 Line을 절대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펠의 컨셉모델이긴 하지만 GTC역시 선과 라인이 잘 조화를 이뤄 디자인을 빛내고 있습니다. 현대가 강조하는 그것이 다른 메이커들에서도 실체적으로 반영이 되고 있는 것이죠. 즉,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하나의 디자인의 조류로 이해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현대차 디자인을 특징짓는 고유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되려 쏘나타의 라인은 너무 날이 서 있어서 차가운 느낌마저 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비하면 6각형 모양의 헥사곤 그릴은 현대차를 특징 짓는 고유의 영역이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디자인을 현대가 적용했기 때문에 이후에 어떤 자동차 메이커라도 이와 비슷하게 디자인을 하게 되면 결국, 현대를 따라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헥사곤 그릴은 패밀리룩을 이루는 분명한 디자인이 될 수 있으나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4. 현대차의 패밀리룩이 2% 모자라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로고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

다.



현대차의 로고입니....다가 아니고, 이런 제가 헛갈려서 혼다의 로고를 올렸군요. 다시...


이게 현대차 로고군요. 하지만, 아무리 디자인을 달리하고 옆으로 비틀고 멋을 부려도 H는 H일 뿐입니다. 더더군다나 현대보다 먼저 시작된 H로고의 혼다가 있는 한, 두 디자인이 헷갈리는 건 글로벌 고객들에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혼다와의 차이를 헥사고날 그릴이나 윙타입 그릴로 극복을 한다고 해도 현대차 패밀리룩에서의 강한 임팩트나 고유성을 강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포드와 VW을 놓고 이야기해볼게요.


포드 몬데오와 VW 제타의 모습입니다. 두 모델 모두 앞서 보여드린 차량들에 비하면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타의 앞 모습이 더 단순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포드 로고와 VW로고가 주는 임팩트 부분이죠.

로고를 가리고 봤다 다시 봐보십시오.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로고가 갖는 디자인적인 의미는 큰 것입니다.


푸조, 캐딜락, 아우디, 메르세데스...모두 로고 혹은 엠블렘이 있기에 더더욱 그들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와닿습니다. 이런 것에 비하면 현대차 혹은 기아차는 확실히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 로고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죠. 이 부분을 과감하게 건들지 않고서는 현대다운 현대차, 진정한 패밀리룩의 완성은 뭔가 맥이 빠진 채 항상 아쉬움을 품고 가게 될 것입니다.



▶결론

제가 처음 이 포스팅을 시작하기 위해 상황을 하나 설정해드렸죠... 한국차들이 점령한 한국내에서의 상황으로 보면 패밀리룩 이야기는 단순히 이쁘고 안 이쁘고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만가지 모델이 다 굴러다니는 글로벌 시장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 패밀리룩 이야기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들과 함께 읽히게 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모델들과 경쟁해야하는 현대차의 디자인力은 곧 철학이자 미래시장의 디딤돌이 됩니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훨씬 심도 있게 논의되고 날카롭게 준비가 되었어야 하는데...뭔가 모르게 서두르고 엇박자 느낌이 나는 게 솔직한 저의 느낌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10년 차 팔고 말 것도 아니고, 100년 시장을 내다본다면 현대차는 지금, 더 늦기전에 과감하게 디자인 정책 전반을 점검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것이 현대자동차에 대한 근거없는 비아냥이나 이유없는 비판이 아니라는 거 알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모호한 디자인 정책에 대한 혼란함은 현대자동차 스스로가 가장 잘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쪼록, 현재에 안주하고 지금을 변론만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변화를 줄 부분이 있다면 주어서 진짜 패밀리룩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이요? 제가 보기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