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세바스티안 페텔이 만든 영암 F1의 굴욕사진

드디어 F1 그랑프리 17번째 경주대회가 대한민국 영암에서 펼쳐집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F1 그랑프리 첫 개최에 나름 신경들을 많이 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이쪽 유럽에선,누가 우승을 하느냐 못지않게 영암에서 제대로 경주가 이뤄질 수 있을까로 염려가 큰 상황입니다.

F1 자체가 유럽에서 시작된 자동차경주 대회이고, 유럽 브랜드들이 만든 팀들이 휩쓸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유럽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특히 독일은 레드불(오스트리아 음료회사) 팀 소속의 신성 세바스티안 페텔(Sebastian Vettel)이 독일인으로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친구가 영암의 서킷을 엔지니어와 돌다가 뭔가를 하나 주워든 사진이 세상에~! 빌트(BILD.de)의 메인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지 뭡니까?


빌트는 독일 최대의 타블로이드 신문이죠. 가장 많은 독자들이 찾는 자극적인 매체입니다. 같은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은 물론이고 인접국이면서 독일 경제권이랄 수 있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그리고 이태리, 프랑스에 가까운 덴마크까지...사실상 전 유럽에 걸쳐 뉴스를 송고한다고 보시면 되는 매체죠.

이런 곳에 저런 사진이 실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뭐 그깐 것들 뭐라 보든 상관 안해! 이러며 개의치 않겠다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 입장에선 매 번 김정일 아니면 군사적 대치 상황 얘기 뿐인 한국관련 뉴스에서 벗어나 모처럼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다 싶었는데  기껏 나오는 것이 저런 내용들이라는 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모릅니다.

사진을 보시면 세바스티안 페텔이 뭔가를 발견한 모습이 보이실 겁니다. 영암 서킷에서 녹슨 못이 박혀 있는 걸 우연히 찾아낸 것이라는군요. 이걸 타이틀로 수백 만 명이 보는 이 타블로이드 잡지의 메인에 장식이 되어버린 것이죠.

못 하나 찾아낸 걸로 뭘 그리 호들갑이야?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저런 서킷에서 못 하나는 자칫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어떤 영화에서도 보면 레이싱 도중 앞 머신에서 빠져나온 부품 하나로 인해 뒤차가 전복돼 폭발되는 에피소드가 나올 정도로 사사로운 것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것이 저 서킷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발생된 근본적인 이유로 독일은 요즘 내내 한국 경기장을 빈정대기 바쁩니다.


제가 형광펜으로 동그라미 친 부분들 보십시오.  카오스 카오스...혼란이란 단어가 반복되어 있죠?. 공식적인 대회 개최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 독일 최대 언론에 이런 사진들이 실리는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경기장 공사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야 이들의 호들갑을 빈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얘네들 시선으로 볼 때, 그리고  상식선에서 볼 때 세계적인 대회 개최 하루 전까지도 공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 정상적일 리가 없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일부 팀에선 스트라이크, 데모라도 해서 경기를 거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을까요...

사진 : dpa


ㅜ.ㅜ 도대체 저 라인을 그리는 분이 무슨 죄라고 저렇게 각 국에서 온 사진기자들의 원망어린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웬만하면 침착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 사진을 보는 순간엔 정말 열받아 미치겠더군요. 2006년 12월 착공된 경기장이 2010년 10월 21일 상황에서도 완공이 안 되었다는 걸, 비 탓으로 계속 얼버무릴까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대회가 잘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이런 상황을 만든 무책임한 관계자들의 신랄한 비판과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영암을 찾은 드라이버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앞으로 6번을 더 방문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을 좋게 바꿔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들 뿐 아니라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세계의 F1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미래의 자동차 팬인 아이들에게 멋진 경기장과 자동차 문화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합니다. 이번 영암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단순한 경기 하나가 아닙니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허약한 자동차문화를 성장시키는 기회이자 일종의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제발, 더이상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이런 식으로 놀림꺼리로 전락되지 않도록 소인배적 자세 버리고 정부, 지자체, 그리고 관계자분들 신경 좀 써주세요! (확 기냥~!!)

니 표정이 말해주는구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