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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일간지 자동차 담당기자들께 묻고 싶은 것

자동차블로거에게 부러운 직업은? 하고 묻는다면...아마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동차잡지의 기자나 일간지 기자분들일 겁니다. 특히 한국은 일간지 기자들의 역할이 꽤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요즘들어 아니 어쩌면 이전부터 계속 그래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일간지 즉, 신문에서 다루는 자동차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맘 한 켠이 좀 답답해 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점들을 한 번 적어볼까 하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 보면 기자들 똑똑하죠. 또 만나보면 다들 괜찮은 사람들이겠죠. 저 같은 평범한 이가 이렇쿵저렇쿵 할 만한 위치도 아니지만 그래도 블로그라는 게 있어서 이렇게 생각을 적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 여튼, 궁금한 게 있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인데, 뭐 딱히 대답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냥 답답한 마음에 적어보는 것이니까요.



1 신차 시승기...쓰다 만 것 같은 느낌

저는 개인적으로 시승기를 많이 찾아 읽는 편은 아닙니다. 꼭 어떤 중요한 정보를 얻고자할 때 정독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아예 안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블로거 분들이나 자동차 잡지, 혹은 일간지에서 제공하는 내용들을 랜덤형태로 보는 편입니다. 독일 일간지들에서도 우리나라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시승기들을 올리는데 누차 말씀드렸듯, 우리의 시승기와 독일의 시승기는 조금 다릅니다.

독일의 시승기는 말 그대로 기본적인 정보만을 주로 다루죠. 그리고 기자의 주관적 평가대신 비교테스트라는 걸 통해 객관적 데이타를 제공하면서 마지막에 간략하게 담당에디터의 평가내용을 싣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교테스트를 담당하는 건 일간지가 아니라 자동차 전문지들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시승기는 독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상당히 광범위하게 차에 대해 체크를 하게 되고, 시승기를 올리는 사람의 주관이 매우 심도 있게 반영이 되는 편입니다. 알면 알수록 할 얘기가 그만큼 많아지겠죠. 이런 패턴은 자동차 섹션이 있는 일반잡지, 그리고 자동차전문지, 자동차블로그 거의 모두에서 발견됩니다.

그런데 일간지는 이 포지션이 아주 어정쩡합니다. 자동차 잡지에 비해 지면을 할애받기 어려운 것인지, 200자 원고지 2~3장 분량 정도로 시승기라고 올린 내용들을 보면 대부분이 차량의 기본 정보에 "달리니 좋았다." " 연비가 개선됐다." 정도의 멘트밖에는 없더군요. 물론 조금 더 살을 붙였지만 결국 심도 있는 시승기를 만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거기다 해외메이커 초청으로 그 나라까지 가서 자동차타보고 난 뒤에 올린 시승기의 경우 때론, 무성의하다 싶을 정도로 내용이 없습니다. 속된 말로 차를 선전해주는 내용인데 거기에 '시승기'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싶은 거죠. 자동차전문지가 활성화 되지 않은 한국에서 일간지가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참 부족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뭐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간지 자동차기자들이 운용하는 블로그가 제법 되는 걸로 압니다. 아마 자신들이 기사에 다루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그곳에 풀어놓음으로써 뭔가 해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동차 부분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고, '시승기'라고 이름을 붙였으면, 제대로 전문가의 의견들을 담아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긁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2. 진실을 찾는 기능은 어디로 갔는가?

신문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뭘까요? 뉴스, 소식을 전하는 일일 겁니다. 자동차전담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차소식, 가격, 자동차 메이커의 향후 일정, 그 밖의 다양한 자동차 관련 소식들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사실을 증명하는 일을 할 겁니다. 세간에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것이 정확한 사실이고 어떤 것이 잘못된 정보인지 다룰 가치가 있다고 보면 그 점을 기자는 발로 뛰어 확인하고 공인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진실을 찾는 일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럴 때 보통 저널리즘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됩니다. 기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양식이라면 바로 비판정신일 겁니다. 사람들이 혹 놓치고 있다거나, 사회의 바른 가치에 반하는 내용들을 찾아내 그 것을 독자들을 향해 공개하는 것. 그게 저널리즘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일간지 자동차뉴스들은 온통 제조사가 주는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는 것밖에 없어 보입니다. 가장 단순한 작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버린 것입니다. 요즘 모 일간지에서 한국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에 대해 연일 비판 기사를 실어 독자들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데요. (솔직히 그 비판 기사가 그렇게 깊이 있거나 뭔가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손과 발로 얻어낸 내용같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그런 내용이 없다가 불쑥 튀어나왔기에 신선하게까지 보이더군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의문을 품는 내용들은 물론이고, 기자들 스스로가 뭔가에 문제제기를 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힘...그것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어떤 이유인지 궁금합니다. 데스크 탓? 광고주 눈치 때문에?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는 일자리 정도로만 생각해서?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여기에 제조사나 수입사에서 일하는 분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해치지 말아야 하는 어쩔 수 없음도 있음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어쨌든 기자분들 속내는 꽤나 복잡할 거 같습니다!



3. 좋은 기사 사주고, 나쁜기사 외면하기!

여기서 한 가지 언론사가 아닌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사가 나가려면, 비판적인 자세를 갖고 계속 덤벼들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물고 늘어질 수 있으려면, 언론사는 광고주가 아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고주를 배제하자는 게 아닙니다. 독일의 경우를 또 들어 죄송한데요. 여기 잡지나 일간지들은 좋은 기사 쓰면 잘 팔립니다. 여전히 종이에 대한 믿음이 큰 거죠. 

그렇기 때문에 광고주 눈치를 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광고주들은 자신의 메이커 비판하는 잡지에 광고 안 싣는다구요? 전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안 실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처럼 한 두 개 업체가 독점하고 광고에 영향력을 미치는 독점적 구조가 아닙니다. 그리고 비판은 객관적이고 일관됩니다. 어느 한 브랜드가 미워서, 혹은 이뻐서 기사질을 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 중심으로, 거기에 원칙을 두고 운영이 된다는 거죠. 그럴 수 있는 원동력! 바로 신문을, 잡지를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우리도 좋은 자동차 기사를 보고 싶다면 그냥 댓글란에 글 한 두 줄 남기는 걸로 머물러선 안됩니다. 좋은 기사 계속 쓰는 신문사 신문 사줘야 하고, 좋은 기사 잘 쓰라고 전문지, 잡지 틈틈히 사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도 신이나고 광고주 눈치 안 보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거 아닐까요? 매번 메이커 홍보만 한다고 찌라시라 욕만하지 말고 좋은 기사 내는 언론이 살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4. 결론

시승기 다룰려면 제대로 다루세요~ 

▶제조사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에 살 붙여 기사화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 되어선 안됩니다. 진실을 찾아 발로 뛰는 기자정신, 그게 발휘되길 바랍니다.
  
▶좋은기사 쓰라고 신문 많이 사줍시다. 잘하면 사주고 못하면 외면하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