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와 스마트, 그리고 트럭 등을 만드는 다임러 그룹의 임직원들이 올해 성과급으로 597유로, 우리 돈으로 약 78만 원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작년 성과급 4,695유로, 그러니까 대략 650만 원과 비교하면 1/8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어서 말 그대로 곤두박질친 결과인데요.
독일 자동차 제조사 성과급은 최근 4년을 기준으로 보면 포르쉐가 평균 9천 유로(1,170만 원) 이상, BMW가 그보다 조금 적은 평균 8천 유로(1,040만 원) 수준이고, 그 뒤를 다임러가 5천 유로, 그리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약 4천 유로(520만 원) 수준을 받았습니다. 다른 브랜드가 올해 얼마나 받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다임러의 올해 성과급 수준은 민망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사진=다임러
크게 줄어든 순이익
디젤 게이트 여파
이미 소식을 접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 그룹 이자 및 세전 이익과 순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61%와 64%가 줄었습니다. 전체 판매량은 334만 4,951대로 그 전해와 비교해 약 8천 대가 줄었죠. 트럭에서 6%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X-클래스 부진도 있었고, VAN도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만 판매량은 줄었어도 매출액은 되레 3%가 늘었다는 게 다임러의 발표였습니다. 지난해 총 매출은 약 222조 원, 순이익은 약 3조 5천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한 해 들어온 돈은 재작년보다 더 많았지만 실제로 나갈 거 다 계산하고 나니 손에 쥔 돈은 적었다는 얘깁니다.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최근 70억 유로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2019년 27억 유로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디젤 배출가스 조작 문제에 따른 리콜과 법적 비용, 벌금 등에서 우리 돈으로 수조 원을 지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 터진 디젤 게이트의 여파가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 완전히 법적으로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릅니다. 다임러는 공식적으로 폭스바겐처럼 프로그램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독일 정부는 의도적 조작이 있다고 보고 있고, 대중의 시선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싸늘하기만 합니다.
사진=다임러
전기차 관련 투자와 인증 비용 증가
소형차 집중화에 따른 마진 감소
또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전기차를 활성화하기 위해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등, 전기차와 자율주행 및 첨단 기술 개발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도 가득했던 곡간에 빈자리가 많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첫 번째 전기차인 EQC에 대한 좋지 않은 시장 평가는 다임러로 하여금 돈을 더 쏟아부어서라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고민되는 과제가 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증 관련 테스트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마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A-클래스, B-클래스, GLA와 GLB 등, 작은 차들이 많이 나오고 팔린 것도 순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꼽히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고마진의 덩치 큰 고급 세단이나 SUV가 많이 팔리며 든든하게 다임러를 떠받쳐줬던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는 얘기죠.
사진=다임러
올해 상황도 좋지 않다
더 많은 직원 해고될 위기
다임러 그룹을 이끄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2020년은 작년과 달리 반등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직원 감축, 운영비 절약 등을 통해 우리 돈으로 1조 8천억 원을 아낄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계획에 없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메르세데스의 최대 시장인 중국 상황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비용 절감 계획의 핵심인 인원 감축이 기존 계획인 1만 명 수준을 넘어선 1만 5천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흐르자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다임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모습들입니다.
고마진 모델에 집중할 올해
'디터 체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메르세데스는 그간 약 8% 수준 이상의 대당 판매 마진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절반 수준까지 마진이 줄고 말았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은 차들 중심의, 전체 판매 대수 유지 전략을 세웠던 탓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단 이익 구조 개선이 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신형 S-클래스와 같은 준대형 이상의 세단과 SUV와 같은 마진 좋은 모델 판매에 힘을 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 시장 공략에 더 힘을 기울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또 라인업 정리도 보다 과감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마이바흐 GLS / 사진=다임러
최근 며칠 계속 독일은 다임러의 실적 부진과 관련한 소식들로 시끄러웠습니다. 주주들의 배당금도 1/4로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죠. 이처럼 다임러를 둘러싼 안 좋은 소식이 가득한 상황에서 한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전임 회장 디터 체체입니다.
지금 다임러의 실적 악화, 그리고 미래 시장 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모두 어찌 보면 디터 체체 때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박은 현 회장에게만 향하고 있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그는 책임의 자리 전면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전 다임러 그룹 회장 디터 체체 / 사진=다임러
2006년부터 2019년 5월까지 긴 시간 다임러 그룹을 이끈 그는 자신의 황태자로 불린 올라 칼레니우스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습니다. 현재 그는 TUI라는 독일 여행사의 감독위원회 의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 자연보호를 위한 재단을 설립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디터 체체의 최종 목표는 2021년 봄 다임러 그룹의 감독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내부 반대 목소리가 있음에도 계획은 현재까지는 순조로워 보입니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를 통제하며 다임러 제국의 황제로 다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의 복귀 계획은 바뀔지도 모릅니다.
스웨덴 출신의 현 다임러 그룹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 사진=다임러
과연 다임러는 작년보다 나은 장사를 올해 해낼 수 있을까요? 독일에서 연일 흘러나오는 염려와 부정적 목소리를 보란 듯이 날려버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디터 체체의 화려한 복귀는 계획대로 될 수 있을까요? 요즘 다임러 상황을 그가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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