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컨설팅 기업(Progenium)이 정기적으로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이미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특정 자동차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운전자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겁니다.
뭐하러 이런 조사를 하나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A라는 자동차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상(혹은 일종의 편견)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나아갈 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내용,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요.
2천 명의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벌인 따끈따끈한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대상 자동차 브랜드는 20개고, 운전자의 평균 이미지는 세후 2,900유로의 월급을 받는 중간직급의 40세 독일 남성이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20개 브랜드 중 관심 있을 만한 것들을 추려 어떤 대답이 나왔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하실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서 나온 대답들이 해당 자동차 브랜드 운전자의 이미지를 실제로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입니다. 브랜드 소개는 영어 알파벳순이고, 독일 시사지 포쿠스와 해당 컨설팅 기업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료를 종합했음도 밝힙니다.
아우디 운전자 이미지
'대다수가 남성들이다. 매력적이고 스포티한 이미지의 아우디 운전자들이지만 진정한 프리미엄 타입은 아니다. 직업과 소득은 중간 그룹이며, 다소 건방져 보인다.'
BMW 운전자 이미지
'아우디 운전자들이 조금 오만하다고는 해도 BMW 운전자들만큼은 아니다. 환경의식이 적으며 나머지는 아우디 운전자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더 젊고, 더 날씬하다. 그리고 더 스포티하다. 소득은 역시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아우디와 BMW 운전자들이 소득 수준이 독일에서 그리 높지 않다고 얘기되는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엔트리급 모델들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우디는 A3, BMW는 2시리즈 등이 많이 팔리는데요. 수동변속기 모델도 많습니다. 또 아우디의 경우 Q2나 A1 같은 소형급도 있기 때문에 준대형급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해야겠네요.
그래도 프리미엄인지라 가격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들이 많이 느끼고 불만을 제기하는 편이기도 하죠. BMW의 경우 젊을수록 선호하는 경향이 좀 더 큰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 독일 언론을 통해 BMW 운전자의 운전 매너가 안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우디 소형 해치백 A1 / 사진=아우디
페라리 운전자 이미지
'겸손.
이 단어는 페라리 운전자에게는 없다. 페라리만큼 오만한 운전자는 없다. 여성들은 페라리를 운전하지 않는다. 연령대는 높고, 수입이 매우 높으며, 직업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날씬하고 스포티하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은 역시 적다.'
앞서 독일 운전자들의 평균 세후 월급이 2,900유로라고 했는데요. 자료에 보니 페라리 운전자는 18,000유로가 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월급이 2,500~3,000만 원은 된다는 얘기인데, 한 마디로 연봉 3억 이상은 돼야 구매도 가능할 것이고 유지비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진=페라리
현대차 운전자 이미지
'현대 모델을 운전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매우 매력적이지 못하며 스포티하지 않으며 주목을 끌지 못한다. 수입도 그렇고, 직업적인 위치도 무척 낮다.'
물론 응답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는 있지만 현대자동차 오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어떻게 해야 깰 수 있을지 현대는 정말 고민 많이 해야 할 거 같네요.
메르세데스 벤츠 운전자 이미지
'그들은 오만하고 진지하며, 스포티하지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그들은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점은 재규어와 함께 늘 언급되던 나이 얘기가 이번에는 안 보였다는 것인데요. 제조사가 바라는 것처럼 벤츠에 대한 소비자가 느끼는 이미지가 젊어진 것인지 아니면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빠진 것인지 다음 번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벤츠 운전자 이미지가 생각보다 부정적이네요.
미니 운전자 이미지
'전반적으로 여성용 자동차. 이 젊은 여성 운전자들은 돈이 많지는 않지만 오픈 마인드에 매력적이고 스포티하며 그밖에 특히 날씬하고 쾌활하다.'
평가가 전체적으로 좋았던,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미니는 여성용 자동차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요. 또 응답자의 85%가 미니 오너들이 편견이 덜한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들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소득의 경우 세후 2,200유로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여성 운전자들이 많이 타는 차라는 생각을 하는 다른 브랜드로는 스마트(80%), 피아트(61%), 세아트와 푸조(55%) 등이었습니다. 참고로 피아트 운전자들에 대해서는 젊고 오픈 마인드가 있다고 여겼지만 높은 직급을 부여받지 못하고 그래서 소득이 높지 않다고 봤습니다.
로버 미니시절. 훨씬 이전부터 미니는 여성 마케팅이 활발했습니다 / 사진=미니
사진=미니
사진=미니
포르쉐 운전자 이미지
'수입이 아주 많고, 적업적으로도 성공한 남성들의 자동차. 페라리 운전자들 다음으로 오만하다. 날씬한 이미지에 스포티하지만 역시 환경에는 관심이 없다.'
르노 운전자 이미지
'푸조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좀 더 나이가 많고 좀 더 겸손하다.'
여기서 겸손하다는 것은 좀 속되게 표현해서 건방 떨며 이기적으로 운전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지 않나 생각됩니다.
테슬라 운전자 이미지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수입이 좋은 남자들의 자동차. 테슬라 운전자들은 환경의식이 있고 그 외에 날씬하고 스포티하다. 하지만 오만한 점도 있다.'
사진=테슬라
토요타 운전자 이미지
'쾌활하고 겸손한 남자들이 타는 자동차. 환경친화적이고 오픈 마인드. 하지만 소득은 많지 않다. 직업적으로는 중간급.'
확실히 테슬라도 그렇고 토요타도 그렇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오너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 갖게 되는 듯합니다.
VW 운전자 이미지
'다른 이들에 비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 약간 겸손하다. 전반적으로 평균적이지만 소득은 평균을 조금 밑돈다.'
사진=VW
볼보 운전자 이미지
'진지하고 나이가 좀 있으며, 매력적이지 않고 스포티하지 않은 남자들이 탄다. 대부분 친환경적이고 직업에서는 중간급이고 소득은 딱 평균 수준이다.'
진지하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이걸 다르게 표현하면 쾌활하지 않은 편? 정도로 바꿀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폴크스바겐 운전자 이미지의 경우 전형적인 독일인 느낌이 묻어나 피식 웃게 되는데요. 독일인들 스스로의 평가라는 점이 더 재밌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가 현실과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여러 요인이 시간 속에서 누적, 혹은 축적돼 나온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냥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이미지는 줄이거나 지우고, 좋은 이미지는 늘리거나 키우는 거, 어떤 자동차 회사라도 바라는 바겠죠? 뭐 원한다고 다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은 독일인들이 보는 독일 운전자들의 브랜드별 이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재밌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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