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남자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얘기일 텐데요. 자동차 산업 역시 오랜 세월 남자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역할을 한 여성들을 의외로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최초 자동차로 장거리 운전을 했던 베르타 벤츠(카를 벤츠가 남편), 벤츠 자동차를 첫 구입했던 이는 프랑스인 에밀 로제, 또 현대식 자동차 대리점과 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던 파나르 르바소가 세워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라쟁 부인, 남편과 아버지가 감옥에 있을 때 회사를 지켜냈던 포르쉐의 딸 루이제 피에히, 와이퍼를 최초로 발명한 여성 메리 앤더슨, 전동식 와이퍼와 전기를 이용한 방향지시등을 개발한 샬럿 브리지우드.
이처럼 자동차 역사 초기에 보여준 여성의 역할, 그 비중에 비하면 오히려 요즘 자동차 문화 속 여성의 역할이나 비중이 조금은 후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최근 독일 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디젤 게이트와 관련 폴크스바겐 그룹의 경영이사회나 감독이사회와 같은 핵심 경영 그룹을 '수탉들의 모임'이라는 표현을 쓰며 남성들 중심의 매우 폐쇄적 분위기가 잘못된 결과를 낳았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죠.
하지만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수탉(?)들로만 경영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에겐 애증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GM을 현재 이끄는 수장은 여성인 메리 바라입니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 2010년부터 경차 스마트를 아네테 뷘클러가 이끌어 왔습니다. 벤츠와 스마트 등이 속해 있는 다임러 그룹에서만 23년이나 헌신한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디터 체체 회장과 호흡을 잘 맞춰 왔습니다.
아네테 뷘클러 스마트 CEO와 디터 체체 다임러 회장 / 사진=다임러
아네테 뷘클러는 차세대 포투를 르노와 공동 개발하는 것을 책임졌고 무엇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Car2Go가 자리 잡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 전기차 사업, 스마트 전기 자전거 사업에도 관심이 높았죠. 뚜르 드 프랑스의 열혈 팬이기도 합니다.
사진=다임러
그러나 최근 다임러는 아네테 뷘클러는 스마트 CEO 자리에서 물러나 남아프리카 다임러 이사회 멤버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쉽게 여성 경영의 시대가 마감되는가 싶었는데요. 후임으로 역시 여성인 카트린 아드트(Katrin Adt, 46세)가 스마트를 이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신임 스마트 CEO 카트린 아드트 / 사진=다임러
특이한 성이라 정확한 발음은 좀 더 알아봐야 할 듯합니다만 어쨌든 세계 곳곳에서 다임러 영업과 마케팅 일을 했다고 하는데 줄어든 판매량을 영업 전문가로서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또 궁극적으로는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될 스마트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방향을 잡고 미래를 대비할지 그녀의 활약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다임러가 연이어 여성을 스마트의 최고 경영자로 선택하는 데에는 역시 판매의 상당 부분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확한 수치는 현재 찾기 어렵지만 스마트가 판매되는 유럽에서 여성 오너들의 모습은 그 어떤 자동차보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진=다임러
<스마트 포포 영국 광고 영상>
경제적이고, 혼자 운전하기에 편하고, 도심에서 주차 걱정 덜할 수 있는, 그러면서 젊은 감각의 귀여운 자동차는 흔치 않죠. 그래서 젊은 남성과 여성 소비자는 스마트의 핵심 영업 대상이고 광고 또한 여성들이 주로 등장하는 편입니다. 매년 유럽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리는 스마트 오너들의 행사 '스마트 타임스'에서도 여성 운전자를 여타 다른 자동차보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함부르크 스마트 타임스 행사 모습 / 사진=다임러
스마트 타임스 참석한 여성 오너가 멋지게 V자를 그려보인다 / 사진=다임러
스마트 광고에서 여성은 능동적인 소비의 주체로 자주 등장한다 / 사진=다임러
스마트 타임스 현장 / 사진=다임러
여성 비치발리볼 선수들을 모델로 / 사진=다임러
전기 스마트, 카쉐어링용 스마트 등, 가릴 것 없이 여성을 주요 모델로 삼고 있는 스마트는 경영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그 어떤 자동차보다 여성들의 역할과 비중이 큰, 조금은 특별한 브랜드가 아닌가 합니다. 전적으로 남성이 중심이 돼 돌아가는 자동차 산업,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에서 이런 자동차 회사 하나쯤은 더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스마트가 여성 고객들의 마음을 붙잡을지 궁금해지네요.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스마트는 저처럼 많~~은 남성 운전자들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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