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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관용차 문제로 비판 받고 있는 유럽의회 의원들

총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아 그런지 선거 관련해 많은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그 어느 때보다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요구와 비판, 그리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싶은데요. 유럽에서도 작은 정치 관련 소식 하나가 유럽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에 요상한(?) 기사 하나가 떴습니다. 유럽의회 의원들이 안전을 이유로 제공되는 관용차에 보안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또 운전기사 유니폼을 고급스럽게 맞추는 등의 목적을 위해 연 3백만 유로 정도의 추가 예산 편성과 관련한 투표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유럽 내 테러로 인해 유럽의회 의원들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 이 법안을 놓고 유럽의회(EP) 내에서는 물론 유럽연합(EU)에 속해 있는 국가의 국민들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싸늘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유럽의회 의사당 건물 / 사진=pixabay

우선 이 뉴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이 어떤 곳이고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간단하게라도 이해하고 있는 게 좋을 듯합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유럽 내 28개 국가가 회원인 기구로 5억 명 이상의 유럽인들이 이 공동체 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그리고 외교 등, 한 국가가 담당하는 거의 모든 영역을 유럽연합 역시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하나의 국가만큼 결속력이 강하다고 할 순 없지만 유럽연합에서 만들어진 법은 유럽 연합 모든 회원국에 적용이 되고 있고, 유로(EURO)라는 공동 화폐를 통해 경제적 통일성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 유럽연합의 핵심 기구라고 한다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럽 집행위원회(Commission of the European Communities)를 우선 꼽을 수 있습니다.

유럽 집행위원회가 있는 브뤼셀에서 유럽연합 정상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또 회원국의 장관들로 구성된 각료 이사회도 이곳에서 활동을 합니다.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집행위원들 28명이 모여 중요한 행정적 결정을 하고 있죠. 그리고 그 아래에 약 50여 개의 기관들이 모여있는데요. 보통 이 유럽 집행위원회가 들어선 건물을 유럽연합 본부라 칭합니다.


유럽연합본부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Cancillería Ecuador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는 유로화를 관리 감독하는 유럽중앙은행이, 룩셈부르크에 사법재판소와 유럽회계 감사원이, 그리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가 지라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 몰려 있는 게 아니라 브뤼셀과 멀지 않은 주변국들에 각 기구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는데요. 특히 오늘 포스트의 주인공인 유럽의회의 경우, 유럽 집행위원회를 견제하고 입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회와 거의 같다 보시면 됩니다.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은 총 751명으로 5년에 한 번씩 선출되고 있는데, 의원수는 회원국가의 국민수에 비례해 선정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96명의 의원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프랑스(74명), 영국과 이태리(73명) 순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법안은 이 의원들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관용차와 관련된 것입니다.

얼마 전 파리 테러를 감행한 ISIS 소속의 테러리스트 핵심 멤버들이 벨기에 브뤼셀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 본부에 대한 보안이 강화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여론이 있긴 했었지만 의회 스스로가 나서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법안을 내놓을 줄은 몰랐던 것이죠. 관련 법안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유럽의회 의원 및 각국 각료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멤버들을 포함해 총 110명을 위한 풀타임 운전기사를 새롭게 뽑을 계획인데, 이들의 신원을 조회하는 일, 그리고 제복을 맞추는 일, 거기에 더해 일부 차량 구입과 차량 내 비상버튼 설치 및 차량 유지 관리비 등을 위해 연간 300만 유로를 추가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유럽연합 정치인들을 위한 교통관련 비용이 약 700백만 유로인데 여기에 다시 300만 유로가 더해져 1년에 천만 유로(우리 돈 약 130억) 가량을 이들 관용차 관련해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수요일 의회 내에서  투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많은 의원들의 반발로 이 투표가 연기가 된 상태라고 합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한 여성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브뤼셀은 늘 교통정체가 심한 곳이니 걷는 게 더 효율적이다. 만약 그게 안된다면 카 쉐어링이나 카풀 등을 해도 충분하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을 올렸다고 독일의 포커스지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여성 의원은 "언제 EU 정치인들이 위협을 당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유럽은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이 위험을 느껴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주장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준 것이 된다."라며 이런 과도한 안전에 대한 유럽의회 차원의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의사당에서 회의 중인 유럽의회 의원들/ 사진=위키피디아, Diliff

이 소식을 접한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차갑기 그지없었는데요. 공감표를 많이 얻은 몇 사람의 의견을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의견은 독일 주간지 포커스에서 발췌했습니다. 

Springer : "정치인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그렇다면 국민들은?"

Schleich : "국민을 대신해 정치를 하는 그들이 국민들의 돈을 가지고 하는 이런 짓을 보면 정말, 재수 없어!"

Ostermann : "그래 막 써라. 어차피 당신들 돈도 아닐뿐더러, 당신들은 국민들 보다 훨씬 쉽게 돈 벌고 있으니까."

Weber :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EU 의회는 자전거를 타라고 해. 아니면 걷든지 말이야. 건강에도 좋고 국민에게 더 다가가는 방법이기도 하고. "

Bigatz : "차라리 그렇게 하겠다는 게 나은 건지도 (비꼬는 것임) 몰라. EU는 스위스(비회원국)처럼 대통령이 경호원 없이도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잖아. 역시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그 나라에서는 정치인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쉽게 무언가를 할 수가 없거든."

현재 여론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의회 내에서도 수석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이런 일종의 특혜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보여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소식을 보면 유럽이나 우리나 정치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요. 사실 운전기사 고용 과정이나 그들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고급 유니폼 비용 등은 안전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테러가 잦은 요즘 정치인들의 안전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안전을 핑계로 혹 특혜를 끼워팔기 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충분히 비판받을 부분입니다. 유럽이나 우리나, 어느 세상에서도 정치인에게 바라는 건 능력과 봉사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 박수받을 수준의 도덕성 등이 아닐까 싶네요.

  • HEXAGONIA 2016.03.21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케치북님 덕에 유럽의 재미난 소식도 배웁니다.
    뭐, 어딜가나 정치인들은 대게 비슷하군요ㅎㅎ 사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하고, 군림하고 싶어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고 싶어하는게 인간 본성인지라 사실 꼭 정치인들에게만 뭐라고 하긴 그렇습니다...
    에고...우리 인간들 언제쯤이면 도덕적으로 일정 수준에 오를지 참 걱정입니다. 국민들이 뽑아놓은 대표들마저도 저런 당황스런 생각들을 하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 그렇죠. 정치인에게만 한정된 내용은 아닐 거라 봅니다. 그래도 정치를 하겠다면, 더 높은 도덕성과 능력이 요구되고 또 겸비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민의를 대신해서 반영하는 중요한 자리이니 만큼 말이죠. ^^;

  • 그래도 저곳은 상식이 통하는 듯 해서 좋습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ㅠㅠ

  • heaven chosun 2016.03.21 1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저기는 반대하는 의원도 있긴 하네요
    한국이었으면 여야 만장일치 국회대통합으로 통과됐겠죠

  • 겉보리 2016.03.21 1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의 탐욕은 참 뿌리가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 폴로 2016.03.22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를 정/다스릴 치. 바르게 다스리라는 의미가 정치인데, 현재는 이런 뜻이 거의 없어졌죠..
    어느나라든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행태는 정치인들의 기본 마인드인가 라는 삐딱한 생각도 갖게 되네요..

    • 따지고 들어가 보면 제대로 정치하려는 움직임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현재 정치 상황은 권력 찬탈 그 자체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권력의 쟁취는 더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 겉보리 2016.03.22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자 뉴스로 브뤼셀에서 공항 지하철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고 나오네요.
    운전기사 제복이 안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발의한 의원들 목소리가 커질까요?

  • 하모니 2016.03.29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한국에서(사실 유럽에서도) 법인용 승용차량은 2000cc 초과는 무조건 불인정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일개직원들은 2000cc 면 충분하고 그걸 초과하는 고급차량은 결국 임원차량들입니다.
    법인차량을 몰게되면 기름값이 공짜니 연비니, 공기오염이니 생각안하고 마구 달리게 되고요..
    개인 목적으로 몰게되며, 그 경우 필히 차량을 과소비(과운전)하게 되어 환경을 더 오염시키죠..
    임원들은 이미 높은 급여를 받는데 차량으로 일반직원과의 소득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죠...
    회장님들이 회사돈으로 운전기사 대동하고 고급차량 모는건 정말 꼴보기 싫더군요....
    어쨋든 2000cc 초과는 아예 소유도 못하게 하거나 소유하면 세무적으로 개인소득으로 처리하고 철저히 과세하는게
    옳다고 봅니다.

    • 일만 잘하면 좋은 차 좀 타도 사실 큰 욕 안 먹을 겁니다;; 모범적이지 못하니까 이런 의견들이 힘을 얻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만약 해외에서 찾는 중요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모셔야 하는 경우라면, 쉐어링(공유)해서 좋은 차를 부서별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어쨌든 정치나 행정이 국민들에게 박수 받는 일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네요.